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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적공동체

오랫동안 글을 올리지 못했습니다



거의 3주 가까이 글을 올리지 못했습니다. 몸에 갑작스런 이상이 생겨 병원에 입원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예전에는 없던 증상이라 모든 것을 내려놓은 채 원인 판명과 치료에 집중했습니다. 스마트폰과 노트북도 병원에 가져가지 않았습니다.



어머님 때문에 병원에 오래 있을 수 없어서 원인 불명으로 퇴원했지만 그나마 간암이 재발한 것은 아니어서 어제 퇴원할 수 있었습니다. 온몸이 빨개지고, 열이 오르고, 귀에서 진물이 나오고, 극도의 피로를 느끼는 증상도 푹 쉬고 병원치료를 받으니 사라졌습니다.



원인 규명을 하지 못한 것은 아쉽지만, 장기복용 중인 약들의 부작용 때문에 일시적인 불균형이 일어났던 것 같습니다. 이밖에도 여러 가지 원인들이 있었지만, 이제는 완연한 회복기라 이번 주만 잘 관리하면 다음 주부터는 다시 글을 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갑작스런 불균형을 겪으면서 마음이 많이 꺾였습니다. 어머님이 돌아가시면 혼자 살아야 하는데 이런 몸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제가 일찌감치 결혼을 포기한 것도 건강이 좋지 않아서인데 전에는 없던 갑작스런 불균형까지 겪고 나니 두려움까지 생겼습니다.





그 동안 치료를 받으면서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정말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모든 것을 냉정하게 들여다봤습니다. 이런 건강으로 지적공동체를 목표한 대로 이끌고 갈 수 있을까, 몇몇 분이 도움을 주겠다고 했지만 그것으로 충분할까, 얼마도 하지 못하고 중단하는 것은 아닐까.. 정말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결론은 지금 같은 건강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지적공동체를 시작한다 해도 얼마 가지 못할 것이 분명해 보였습니다. 저도 몰랐는데 산본으로 이사 온 이후 운동량을 줄이고, 여름을 넘기기 위해 밤낮을 바꾸고 했던 것들이 몸을 엉망으로 만든 모양입니다.



사람은 만나고 싶고, 많은 것들을 얘기하고 싶은데 지금과 같은 몸으로는 무리라는 판단이 들었습니다. 솔직히 사람이 많이 그립습니다. 10월 9일, 저희 집에서라도 첫 번째 모임을 강행하고 싶습니다. 만남과 관계가 있는 삶이 있다면 건강에도 더욱 정진하지 않을까 생각이 듭니다.



김충한님에게 부탁해 장소를 섭외하기로 했는데 제가 갑자기 아픈 바람에 장소를 구하지 못했기 때문에, 10월 9일 첫 번째 모임은 집에서 갖을까 합니다. 참여의사를 밝힌 분이 적기 때문에 집에서 차라도 한 잔 하는 것이 어떨까 합니다.



그것이 안 되면 개별적으로라도 만날 수 있을 것 같고요. 강동훈님은 저희 집에도 와 본 적이 있으니 제가 체력을 완전히 회복하고, 다시 시작할 운동을 통해 건강이 좋아질 때까지 기다리지 않고 서로 인사라도 나눌 수 있다면 좋을 것도 같습니다.



아무튼 집은 열어놓겠습니다. 오후 3시 이후면 가능합니다. 아무튼 저는 글의 수를 줄이고 운동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할 생각입니다. 저 혼자 살아야 할 때를 대비해 건강 회복에 많은 노력을 기울일 생각입니다. 공부는 충분히 했으니 추가적인 투자는 최소화해도 될 것 같습니다.



자꾸 사람을 만나는 일을 만들 생각입니다. 너무 갇혀서 살다보니 인간적인 면모도 갈수록 줄어드는 것 같습니다. 운동이 궤도 올라 돌아다닐 수 있게 되면 한 명이라도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나기 위해 노력할 생각입니다. 지식도 사람 사이에 있어야 의미가 있으니까요.



저는 저에 대해서는 참 많은 것을 닫고 살아왔습니다. 누군가에게 짐이 되는 삶이 정말로 싫었기 때문입니다. 언제나 홀로 서야 한다는 생각이 강했기 때문에 벽을 치고 살았던 것이 있었습니다. 이제는 제 아픔도 풀어놓고 살 생각입니다. 먹는 약도 줄여볼 생각이고요.



그 동안 아무런 연락도 드리지 못한 점 사과드립니다. 하루라도 빨리 회복해 다시 돌아 올려는 욕심에 회복에 방해될 수 있는 것들은 일체 하지 않았는데 그 바람에 더욱 외로웠고, 힘들었던 것 같습니다. 2개월 후에 추가 조사를 받아야 하지만 이전과는 다르게 살 생각입니다.



원체 몸이 약하고 병이 많다 보니 오래 살겠다는 욕심이 없었는데, 생각을 달리 해볼 생각입니다. 어떠한 경우에도 살아있는 것이 낫다면 그러기 위해 노력할 생각입니다. 병원에 입원해 있으면서 참 많이 사람이 그리웠습니다. 아픈 것을 알리지 말아야 하는 상황을 내 스스로 만든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많이 했습니다.



달라질 생각입니다. 삶의 패턴을 바꿀 생각이고, 자꾸 만남을 만들 생각입니다. 혼자라도 영화를 보러 갈 생각이고요. 아프기 직전 친구들과 10여 년 만에 당구도 쳤는데 살아있다는 느낌이 정말 좋았습니다. 그런 경험들을 조금 늘려볼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