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화를 확정한 보수우파(대한민국에 제대로 된 보수우파가 있는지 의문이지만)의 역사관은 기득권과 특권층을 형성한 승자의 역사이다. 보수우파에게 지적재산권이 있기 마련인 기득권이란 현재의 체제에서 (절대적으로나 상대적으로나) 우월한 위치(지위, 신분, 부, 권력 등)에 있는 자들을 말한다. 그들에게는 다양한 불평등과 차별, 부조리와 부정의가 난무하는 현재의 체제가 신이나 자연의 섭리에 따른 정당한 경쟁과 노력의 결과여야 한다.
기득권과 특권층을 대변하는 보수우파의 입장에서 보면, 현재의 체제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역사가 올바르고 성공한 것으로 기록되고 해석돼야 한다. 그럴 때만이 보수우파에게 정부를 구성해 국민을 통치하는 정당성이 부여된다. 보수우파의 극단에 서있는 박근혜 군주가 민주정부 10년을 제외한 대한민국 현대사의 60년이 자랑스럽고 성공한 역사여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기인한다.
군주에게 과정이란 중요하지 않다. 일제에 항거했으며 한국전쟁에 참여했던 국민의 반 이상을 적화통일을 염원하는 빨갱이로 만들고, 패배의식에 젖어있는 좌편향된 꼭두각시로 격하시키는 것도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민주주의와 헌법도 무시하고 정지시킬 수 있는 것에 불과하다. 일제강점에 빌붙어 한몫을 챙겼건, 천황의 주구가 돼 독립군을 죽였건, 자발적인 부역을 통해 동족을 핍박했건, 군사쿠테타를 일으키고, 자국민을 학살하건 중요하지 않다.
국가권력기관의 불법에 힘입어 51.6%의 득표를 얻은 박근혜 군주에게는 자신의 아버지와 하나회 후배들이 통치한 28년6개월의 독재가 현재의 체제를 만들었기 때문에, 그 기간 동안의 역사가 성공했고 자랑스러워야 한다. 국민에 대한 배신과 거짓의 정치로 얼룩진 그 기간 동안, 소수의 기득권과 특권층들이 천문학적인 부를 독점하는 바람에 절대 다수의 국민은 노동 착취와 불평등의 심화, 차별의 공고화에 시달려야 했지만, 그것은 세월호참사처럼 부수적 피해에 불과하다.
군주의 입장에서 보면, 한국을 가난한 국가에서 벗어나게 만드는데 일생을 바친 대다수 노인들은 군주의 욕망을 채우기 위한 정치적 동원의 대상이고, 부모를 공양하고 자녀를 키우기 위해 노후대책도 세우지 못한 중장년은 청춘의 피를 빨아먹는 과보호된 흡혈귀며, 청춘이기에 아프다는 젊은이들은 저임금·비정규직을 전전하고 기득권과 특권층의 이익을 위해 미래의 노동자를 출산해야 하는 생산라인이다.
무능하고 나쁜 군주에 의해 확정고시된 역사교과서의 국정화는 역사만 왜곡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군주의 뜻을 거스르는 국민을 향한 선전포고다. 군주의 판단이 다르면, 토론과 합의, 여론의 수렴이라는 민주적 과정은 폐기되도 되는 것이 됐다. 세계적으로 비판과 조롱의 대상으로 전락한 역사 기술의 국정화는 누가 뭐라고 해도 군주의 뜻대로 가겠다는 독재의 선언이다. 조금 잘사는 남한과 훨씬 못사는 북한이 역사 서술과 민주적 절차, 민의의 반영에 대해서는 전혀 다를 것이 없는 독재 체제라는 것을 밝힌 것이다.
일제 36년 동안 독립운동을 단 한시도 멈춘 적이 없는 분들과 한국전쟁에 참전했던 분들이 통곡할 노릇이다. 열악한 환경과 기본권도 제한된 채 노동 착취를 당한 분들이 통곡할 노릇이다. 그분들은 기득권과 특권층을 위해 투쟁하고 전투를 벌이고, 장시간 노동하지 않았다. 국민이 이룩한 민주화를 헌신짝처럼 집어던진 채, 독재자의 딸이 스스로 군주가 돼 역사마저 재단하려 한다.
독재의 광기에 저항하고 바로잡아야 할 이유란 너무나 많다. 경제와 정치만이 아니라, 국방과 외교마저 엉망진창으로 만든 박근혜의 퇴행과 폭주를 막아야 한다. 국민을 이기는 통치자란 없다. 역사를 왜곡한다 해도 진실은 변하지 않는다. 선출직 지도자가, 그것도 불법으로 당선된 지도자가 권력을 독점할 수 없고 역사를 찬탈할 수 없다. 권력은 국민에게 있고, 역사를 서술하고 평가해서 의미를 부여할 권한도 국민에게 있다.
대한민국이 북한보다 우월한 이유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아베의 역사왜곡과 박근혜의 역사왜곡은 권력의 힘으로 밀어붙인다는 점에서 일란성 쌍둥이다. 우리가 목숨을 걸고 싸워야 할 이유 중 첫 번째와 두 번째가 여기에 있다. 군주와 극우와의 싸움에서 반드시 승리해야 하는 이유도, 반드시 승리할 수밖에 없음도 여기에 있다. 국민의 역사는 언제나 거리에 있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군주와 그의 추종자들이란 사라져야 할 구시대의 폐습일 뿐이다.
사진 출처 : 구글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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