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시장>이 조중동문과 지상파3사, 종편의 대대적인 마케팅으로 흥행대박을 거두고 있을 때, 박근혜는 파독 광부와 간호사를 박정희의 위대한 업적으로 떠벌리며 다 차려진 밥상에 숫가락을 올렸다. <국제시장>의 실제 주인공들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박근혜의 시대에 뒤떨어진 애국심 마케팅에 열을 올리며 파독 광부와 간호사들을 박정희의 명예회복에 이용했다. 박근혜의 말처럼 파독 광부와 간호사들은 박정희의 위대한 업적일까?
답부터 말하면 선후가 바뀐 궤변에 불과하다. 파독 광부와 간호사는 빌리 브란트 독일 총리의 작품이었지, 박정희의 업적이 아니다(위의 사진은 암살위협에도 불구하고 브란트 총리가 폴란드에 가해진 나치의 만행과 대학살에 진심으로 사죄하는 역사적 장면을 담은 것으로 유명하다). 히틀러의 나치는 유럽과 러시아, 아프리카에 계랑화가 불가능할 정도의 피해를 입힌 것만큼 독일의 인구 구성과 노동연령에도 치명상을 입혔다.
종전 이후의 독일(서독)은 탄광에서 일할 젊은 노동자와 패잔병 및 중증환자들을 치료할 간호사가 턱없이 부족했다. 당시(1950년대)에 독일의 탄광에서 일하는 한국인들이 있었는데, 말도 통하지 않는 이들은 노동자 중에서 대표를 뽑아 독일인과 소통창구를 마련했다. 노동자 대표는 탄광에서 채굴을 하는 대신 독일어를 배웠고, 그를 중심으로 한국의 광부들은 놀라울 정도의 협동심과 노동생산성을 보여줬다.
탄광을 운영하던 독일의 중장년층들은 이런 한국노동자에게 크게 감명을 받았고, 이 사실이 탄광에 투입할 노동자를 찾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던 브란트 총리에게까지 들어갔다. 자신의 이익에만 집착하는 여타 유럽의 노동자나 아프리카계 노동자에게서는 찾아볼 수도 없는 한국노동자의 협동정신과 지혜로운 대응에 감탄한 브란트 총리는 전후의 한국에 경제원조와 미국과 일본은 따라올 수 없는 최저이율의 차관을 제공하며 한국 정부에 광부 파견을 요청했다.
이것이 파독 광부의 대규모 파견으로 이어졌다. 한국 광부와 간호사 덕분에 대규모 원조를 받은 박정희 정부가 한 일이란 파독 광부를 모집해 정치 이벤트로 포장하는 것뿐이었다. 독일의 탄광노동자에 준하는 월급을 받은 파독 광부가 가족들에게 송금을 할 수 있기까지는 이런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다. 파독 간호사도 비슷한 스토리를 가지고 있다. 파독 광부의 대규모 모집과 마찬가지로 전후 독일을 한국보다 더 빠르게 부흥시킨 빌리 브란트 총리가 재등장한다.
전쟁에서 패전한 국가가 늘 그렇듯, 독일은 부상 당한 패잔병과 중증의 노인환자들을 돌볼 수 있는 간호사가 태부족했다. 이들을 보살피는 일은 탄광노동자에 뒤지지 않을 만큼 고된 일이어서 독일 간호사들을 구할 수 없었다. 오직 50년대에 들어온 한국 간호사들만이 이들을 지극정성으로 돌봤고, 이에 감동한 환자와 의사들이 한국간호사들을 칭송하기에 바빴다. 그들은 환자에게 헌신적이고 성실하며, 선하고 검소한데다 한국에 있는 가족에게 월급의 대부분을 송금(한국 수출의 1~2% 정도)하기까지 했다.
이런 칭찬들이 브란트 총리에게도 전해졌고, 그는 파독광부와 마찬가지로 한국간호사에게 깊은 감명을 받았다. 한국 정부에 대규모 간호사 파견을 요청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미국의 반대로 한국에 무상의 경제원조와 최저이율의 차관을 제공하는 것이 어려웠지만(장면 총리가 세웠고, 박정희가 조금 수정했을 뿐인 경제개발계획도 미국의 반대로 무산될 뻔했다. 《박정희 정부의 선택》을 참조), 좋은 조건으로 한국의 간호사들을 대규모로 모집할 수 있었다. 박정희 정부가 한 일이란 파독광부를 모집하는 것뿐이었다.
이런 비하인드 스토리가 모조리 빠진 자리에 감독이 일초의 시간도 배정하지 않은 박정희가 들어와 한강의 기적 운운하는 정치쇼를 벌인 것이 파독광부와 파독간호사의 또다른 <국제시장>이다. 남로당 경력 때문에 군대에서 쫓겨난 박정희(좌익 경력이 있는 인사 300명을 고발하는 조건으로 사형을 면했다, 아무런 증거도 없이)가 항일독립군의 악랄한 사냥군이었던 백선엽의 호출은 받아 군대에 복귀할 수 있었던 것도 한국전쟁 때문이었다.
박정희는 철저하게 만들어진 신화다. 국민을 수없이 죽음으로 내몰면서 본인이 직접 만든 뻔뻔하기 그지없는 조작이다. <국제시장>이 정치와 상관없는 파독간호사와 광부에 대한 아름다운 헌사라면 100% 동의한다. 그분들은 그 이상의 헌사를 받아도 된다. 그분들은 외화가 부족했던 한국 정부에 커다란 도움을 주었을 뿐만 아니라, 독일에 정착해서도 한국에서 온 주재원이나 이민자들에게 도움을 주고 있다.
하지만 이분들에게 바치는 아들세대의 헌사인 <국제시장>이 박정희의 업적을 칭송하기 위한 정치적 프로파간다로 이용된다면, 가족과 조국을 위해 젊음을 바친 파독광부와 간호사들에 대한 모독이다.
사진 출처 : 구글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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