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와 국민 사이의 거리는 문화에 극명하게 반영됐다. 기업의 이해관계에 지배되지 않는 것으로 가장 좋은 대중매체라고 가정됐던 것ㅡ다시 말해 공영 텔레비전ㅡ속에서 대중은 보이지 않았다.
ㅡ 하워드 진의 《미국 민중사 2》에서 인용
시청자로부터 시청료를 강제 징수하는 KBS의 국민 배신이 끝을 모르고 이어지고 있다. 공영방송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도 없는 최악의 경영진과 보수정권 편향의 이사회로 구성된 KBS는 대한민국을 끝을 모르는 나락으로 몰고 가고 있는 박근혜 정부를 옹호하기 위해 시청자의 대부분을 기만하는 프로그램을 연이어 내보내고 있다.
NHK처럼 우파 전체주의국가의 국영방송을 새로운 목표로 설정이라도 한 것인지, KBS는 부의 불평등과 세습자본주의, 환경파괴와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성장시장주의를 들고 나온 아베노믹스를 칭찬하는 다큐를 내보냈다. 친일부역의 후손들과 박정희 추종자들이 봤다면 입이 찢어졌을 이 다큐에는 한 가지 복선이 깔려있었다.
‘일본이 돌아오고 있다’로 끝나는 이 다큐는 아베노믹스의 문제점들은 최소화하고, 단기적인 성과만 집중적으로 부각했기 때문에, 정책 실패와 메르스 대란, 중국경제 경착륙,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등으로 침몰 직전에 처한 한국경제를 살리려면 대규모 추경편성이 필요하다는 것을 암시하고, 노동자를 죽음으로 내모는 노동시장 개혁이 필요하다고 함으로써, 또다시 박근혜 정부에게 힘을 실어주고 있다.
이미 오래 전에 선진국에 접어든 일본경제와 선진국 초입에서 구조적 한계를 드러낸 한국경제의 차이가 상당함에도 이를 무시한 채 일방적 내용만 보여준 KBS의 다큐는 박근혜 정부에 힘을 실어줌과 동시에, 내부적으로는 시청률 인상을 빌미로 경영진과 이사회의 독단을 비판하는 구성원의 반발을 희석시키는 이중의 효과를 노렸다.
세월호참사가 KBS에서 사라진 것은 아주 오래됐지만, 국정화 반대나 위안부협상의 문제점을 파고들지도 않는다. 최근 전 세계적 추세와 정반대의 판결을 내놓은 전교조의 법외노조화의 부당함에도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노동5법의 악마적 탐욕과 모든 근로자를 비정규직으로 만드는 것에 대해서도 스치는 바람처럼 다룰 뿐이다.
이것도 모자랐는지 박근혜의 중국 전승절행사 참여를 전후로 고도성장의 거품이 폭발 직전에 이른, 그래서 경착륙을 피할 수 없는 중국경제를 이용해 새로운 부국으로 가자는 다큐까지 내보냈다. 현실 왜곡의 정수를 보여준 이 다큐는 아베노믹스를 칭찬했던 다큐와 어우러져 박정희 시대에나 어울릴 법한 ‘경제성장’과 '노동시장 개혁'을 국가의 아젠다로 재설정하기 위한 억지까지 보여줘, KBS의 현주소를 명확히 드러냈다.
승진과 연임을 위해 오로지 살아있는 권력의 똥구멍만 핥는 KBS경영진과 이사회의 환관 기질이야 ‘2대에 걸친 땡박뉴스’와 ‘땡전뉴스’로 널리 알려진 사실이지만, 시청료 인상을 고리로 시청자를 가지고 노는 현 경영진과 이사회의 막장행태는 공영방송에서 대중, 즉 서민과 노동자가 사라진 것을 분명하게 보여줬다. 그들에게는 개인의 영달과 탐욕만 있지 공영방송으로서의 책임감이란 전무한 상태다.
최근에는 중국과 미국에서 박근혜를 더 이상 인정하지 않겠다는 분명한 신호들이 넘쳐나자 정권의 레임덕을 막기 위한 보도들이 홍수를 이루고 있다. 마치 박근혜를 위해 새누리당의 총선 승리를 위해 사전선거운동을 전 국민을 대상으로 펼치고 있는 것과 별반 다를 것이 없다. KBS의 사장부터 최고경영진과 이사회를 장악한 뉴라이트 계열의 박근혜 똘마니들이 국민이 주인인 공영방송을 권력이 던져주는 작은 고기에 침을 뚝뚝 흘리며 꼬리를 마구 흔들어대는 주구로 전락시켰다.
인류를 파멸로 내몰고 있는 성장만능의 폐혜를 완전히 무시한 두 개의 다큐에 더해, 박정희 유신독재의 첨병이었던 중앙정보부를 몹시도 그리워하는 국정원(5163부대)의 대국민 사찰프로그램 구입 문제를 철저하게 외면한 KBS 9시뉴스의 행태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을 고려하면, 범국민적 시청료납부 거부운동의 필요성을 절절하게 말해주고 있다.
무엇보다도 시청료 인상 앞에서 현 경영진과 이사회의 일탈에 동조하는 KBS 구성원을 믿을 수 없기 때문에 범국민적 시청료납부 거부운동을 되살려내야 할 필요성은 더욱 커진다. 정부가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지켜주지 못하는 상황에서 공영방송을 정권의 나팔수로 전락시킨 현 경영진과 이사회 구성원들은 임기가 끝난 이후라도 그 책임을 물어야 한다.
언론이, 특히 준조세인 시청료로 돌아가는 공영방송이 자신의 역할을 포기하면 '민주주의는 부자와 권력'을 위한 착취와 억압의 체제(수명이 다한, 그러나 관성 때문에 당분간은 지속될 신자유주의)로 변질된다. 대한민국은 지금 민주공화국에서 우파 전체주의로 넘어가는 중대한 고비에 있어서, KBS의 환관행태는 절대다수의 국민을 배신하는 최악의 정치행위다.
사진 출처 : 구글이미지
'언론' 카테고리의 다른 글
KBS 9시뉴스는 시청자 인식을 어떻게 왜곡시키나? (4) | 2016.02.01 |
---|---|
유시민과 전원책의 썰전 3회에 대한 단상 (8) | 2016.01.29 |
유시민과 전원책의 썰전에 대한 몇 가지 단상 (14) | 2016.01.24 |
노무현 죽이기와 쯔위 보도에서 보는 쓰레기 언론의 본질 (12) | 2016.01.19 |
정청래 말처럼, 박-아베 통화내용 공개하면 된다 (2) | 2016.01.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