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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

KBS 9시뉴스는 시청자 인식을 어떻게 왜곡시키나?



이번 글은 몇 년 전에 썼던 것인데, 정권방송으로 전락한 KBS의 보도행태가 어떻게 시청자의 인식을 왜곡하고 호도시키는지 구체적으로 다루어본 글입니다. 수많은 학자들의 연구를 바탕으로 2012년의 어느 날에 방송됐던 KBS 9시뉴스의 보도들을 분석해봤습니다. 그날의 KBS 9시뉴는 첫 번째 보도부터 4번째 보도에 이르는 과정을 통해 시청자의 인식에 어떤 영향을 미치려 했는지 확인해볼 수 있을 것입니다. 





9시뉴스는 첫 번째 보도(꼭지라고도 합니다)에서 6.25 전사자 유해 발굴을 다루면서, 수십 년이 흐른 지금까지 전사자의 유해 발굴을 멈추지 않는 미국의 노력에 대해 은연 중에 찬사를 보냅니다. 미국이 주도한 이란산 석유 금수조치 때문에 가장 많은 피해를 보는 나라가 대한민국인데도 말입니다. 이란의 국민차는 프라이드이고, 국민드라마는 대장금이고, 심지어 무역결제를 한화로 하기 때문에 수수료 손실이 없고, 결재액마저 한국의 은행에 두기 때문에 추가적인 이익을 거두고 있는 데도 말입니다. 



이렇게 그날의 가장 중요한 뉴스(철저히 정권의 입장에서 볼 때)를 내보내 시청자의 인식에 영향을 미친 뒤, 이어진 꼭지를 통해 미국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중국 관련 보드를 내보냅니다. 뉴스의 내용은 탈북자 관련 단체에 대한 중국 공안의 대대적 단속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이로써 자유민주주의의 국가이며 한국전쟁에서 한국의 편에 섰던 미국과 한국전쟁에서 북한의 편에 섰던 공산당 독재국가인 중국에 대한 비교를 극단으로 몰고가는 기초를 다집니다.   

 


그 다음의 세 번째 보도에서는 비례대표 부정선거 논란에서, 수구세력 특유의 이념논쟁으로 변질된 통합진보당 사태를 다룹니다. '빨갱이야' 하면 모든 이성이 정지되는 완벽한 낙인효과가 시퍼렇게 살아있는 이명박 정권의 대한민국에서, 수구들의 일방적인 '빨갱이 타령'이 시청자의 뇌리를 파고듭니다. 그렇게 조건반사적으로 튀어나온 적개심과 증오가 미국과 중국의 비교를 거쳐 시청자의 인식에 결정적으로 작용합니다.





생각할 여유를 주지 않는 연속되는 뉴스를 따라갈 뿐인 시청자들의 뇌에서는 자신도 모르게 이념적 사고가 활성화됩니다. 그 다음에 이어진 네 번째 꼭지는 새누리당의 관점에서 '이석기와 김재연'의 국회 입성을 막기 위한 정당법 개정의 당위성을 은근슬쩍 끼워넣습니다. 이념적 사고가 활성화된 시청자는 이석기와 김재연이 빼도박도 못하는 빨갱이로 확정되며, 정당법 개정의 필요성에 전적으로 동의하게 됩니다. 



네 번째 꼭지는 현 정당법에 의하면 의원을 제명하려면 소속 정당의 과반수 찬성이 있어야 한다는 점을 지적하며, 새누리당이 민주통합당에 제안한 정당법 개정의 필요성을 시청자 인식에 각인시킵니다. 시청자들의 활성화된 이념적 사고가 더욱 강화되면서 정당법 개정에 반대하는 민주통합당에 대해 부정적 인식을 강화시킵니다. 일부 시청자는 민주통합당이 종북의 숙주라는 새누리당의 주장을 떠올리게 만들 수 있습니다. 



첫 번째 꼭지에서 네 번째 꼭지로 이르는 일련의 과정을 통해 KBS 9시 뉴스는 아무 생각없이 뉴스를 보고 있던 시청자들에게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이 같은 부류에 속할 수 있고, 실제 행태도 비슷하다는 느낌을 시청자의 이념적 성향에 따라 빨주노초파남보의 스펙트럼을 펼치도록 만듭니다. 이는 곧바로 이어진 보도에서 더욱 강화되고 시청자의 이념적 스펙트럼이 우측으로 한 발이라도 옮기게 만듭니다. 



다섯 번째 꼭지는 통합진보당 폭력사태의 시발점이 된 부정선거 문제와 별반 다를 것이 없다는 듯, 민주통합당의 부정선거 문제를 다루었기 때문입니다. 이쯤 되면 시청자들의 뇌리와 마음 속엔 어떤 인식의 변화가 일어났을까요? 이런 방식의 보도가 며칠 째 계속되고, 몇 주 몇 달을 이어가면 시청자의 인식이 어느 정도까지 우측으로 편향되고 실제로 이동하게 될까요?

 


아무튼 이런 과정을 통해 통합진보당에는 6.25 전쟁에 관계된 핵심 당사국 중에서 북한을 도왔던 공산주의국가 중국과 통합진보당 내의 일명 '주사파'에 대한 시청자의 적개심을 최대한 자극합니다. 또한 정부정책 홍보프로로 전락한 백분토론에 나와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있을 수도 없는 사상검증을 실시한 돌직구녀가 내일 방송될 KBS의 심야토론에서도 나타날 수 있는 당위성의 포석을 깔아놓을 수도 있는 것입니다. 물론 내일의 KBS 심야토론에서 통합진보당 문제를 다뤄야 하겠지만요.

 




이상의 정치뉴스에서 이명박 정권 하의 KBS가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 분명하게 드러납니다. 정말 대단하지 않습니까? 노건평의 계좌에서 수백억 대의 뭉칫돈을 발견했다고 말했지만, 단 며칠만에 이를 뒤집는 정치검찰의 오락가락하는 행태에 비하면 몇 수 위가 아닙니까? 동시에 MBC 노조가 파업을 벌인 이유에 대대 국정조사가 필요하다는 야당의 주장에 그럴 필요가 없다는 이한구 의원의 말에 힘을 실어주는 간접적인 보도까지 이어집니다. 

 


저는 KBS 9시 뉴스를 여기까지만 보고 밀린 설거지를 한 다음 컴퓨터 앞에 앉았습니다. 그리고 이 글을 쓰게 된 것이지요. MBC 노조 파업이 113일을 넘어가면서 시청률이 바닥을 치는 것은 당연하고 그러면 광고가 줄어들고 끊기는 사태가 일어날 수밖에 없고, 그 고가의 광고들은 KBS나 SBS로 가지 않고 종편으로 가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라고 봐야 할 것입니다. 실제로도 그렇다는 통계도 나왔습니다.

 


아무튼 이명박의 방송장악은 두고두고 대한민국을 수구세력의 해방구이자 쓰레기들의 난장판으로 만들어 놨습니다. 과연 대한민국의 유권자들이 대선을 통해 이런 이명박 정권의 반민주적이고 빨갱이스러운 정치행태에 대해 응징을 가할 수 있을지 갈수록 회의가 강해집니다. 민주주의가 제대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언론의 자유가 얼마나 중요한지 이명박 정권이 확실하게 증명하고 있습니다. 



4.11 총선에 이어 대선까지 새누리당이 독식하면 어떤 지옥이 우리 앞에 펼쳐질까요? 그때까지 방송노조의 파업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어떤 뉴스들이 시청자들을 호도하고 편향시켜 대선의 향배를 친일수구세력에게 유리하도록 만들까요? 정치의 타락이 먼저였는지, 방송의 타락이 먼저였는지 헷갈리는 지경에 이른 오늘의 KBS 9시뉴스를 보면 민주주의 자체가 불가능할 정도로 너무나 불공정한 게임 아닙니까?



네? 언제나 그래 왔다고요?허허허허…



그리고 4년이 더 흘렀습니다. 지상파3사의 정치적 타락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고, 종편의 광기는 문재인과 더불어민주당의 지지율이 높아질수록, 안철수와 국민의당의 지지율이 떨어질수록 더욱 강화될 뿐입니다. 최근에 들어 중앙일보화의 속도가 늦춰진 월~목요일의 뉴스룸 가지고는 이들의 막장 쓰레기 보도를 상대할 방법이 없습니다. 4월 총선에서 야권이 승리하려면 SNS의 파급력이 보다 커져야 하고, 투표율이 20%는 높아져야 하며, 지상파3사에서 매일같이 공정보도를 촉구하는 촛불집회를 열어야 합니다.


                                                                                                           사진 출처 : 구글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