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칠 노릇이지만 저간의 일들이 눈에 들어옵니다, 북한이 인공위성 발사에 성공했다는 것을 미국도 인정함에도 북풍 몰이라 하기에는 도를 넘은 일촉즉발의 전쟁 직전까지 사태를 몰고간 것, 북한이 아닌 중국봉쇄에 사용될 미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제 도입을 강행하는 것, 정의화 국회의장이 테러방지법을 직권상정한 것, 총선에서 나쁜 영향을 줄 것이 뻔함에도 박근혜가 극단의 정치도박을 강행한 것도.
오바마가 자신의 업적에 치명타를 가하고 한창 잰행 중인 대선 예비선거의 승패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북한의 핵실험을 저지하기 위해 북한과 평화협상에 나선 것을 박근혜 정부도 포착(국정원이 몰랐다고 자백한 것도 테러방지법 직권상정을 위한 것이었다)했을 것입니다. 박근혜 정부가 북미의 평화협상이 결렬된 이후 미국으로부터 통보를 받았을 수도 있지만, 중요한 것은 오바마 정부가 이 모든 과정을 직접 지휘하는 것 같다는데 있습니다.
내치는 물론 외치에서도 성공한 대통령으로 기억되려면 오바마는 자신의 임기 내에 북한과의 평화협상에 성공해 실재하는 핵위협까지 해결해야 합니다. 오바마로서는 자신의 임기 내에 북한과의 평화협정을 맺고자, 북한을 협상테이블로 끌어내기 위해 박근혜의 도움이 필요했을 것입니다. 선거의 여왕으로 유명한 박근혜가 고고도미사일방어체제 도입과 테러방지법 직권상정이란 자해행위(개성공단 폐쇄와 총선 패배)를 강행하는데는 그녀의 배후에 오바마가 있기 때문일 수 있습니다. 국민 대부분이 반대하는 위안부협상도 설명이 가능합니다.
한국전쟁과 베트남전쟁에서 연패한 미국의 입장에서 볼 때, 중국봉쇄(러시아도 자동 포함된다)를 정점으로 하는 아시아 패권전략의 핵심은 일본의 재무장입니다. 닉슨과 케네디 정부부터 지금까지 이어온 아시아 패권전략의 최대 걸림돌은 북한의 핵위협과 위안부 문제입니다. 북한의 핵위협은 9.11테러의 기억이 남아있는 미국인들에게 최대의 실존적 공포이며, 위안부 문제는 일본을 전쟁할 수 있는 나라로 만드는데 최대의 난제입니다.
이중에서 후자는 아베와 박근혜의 전화통화라는 형식을 빌어 밀어붙인 위안부협상으로 해결(박근혜 정부가 협상내용을 공개하지 못하고 아베 내각의 도발에 침묵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 같다)했으며, 후자는 중국과의 협상을 통해 해결하는 중입니다. UN 안보리의 대북제제 결의안을 최종 조율하기 위해 미국을 방문한 중국의 왕이(王毅) 외교부장과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의 한반도 배치문제를 담판지을 것(당분간은 결렬될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과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위한 부지선정 협상팀을 구성하기로 한 국방부가 발표 20분 전에 기자회견을 전격 연기한 것도 전쟁위협이 최고조에 이른 일련의 과정이 미국의 주도 하에 이루어지고 있음을 말해줍니다. 박근혜와 청와대, 새누리당의 압박 속에서도 '박근혜 관심법'의 직권상정을 거부해온 정의화 국회의장이 테러방지법만 직권상정한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필자는 지금까지 전쟁도 불사하겠다는 박근혜와 새누리당, 쓰레기 언론들의 광적인 행태들을 총선 승리를 위한 보수층 결집이라고 봤는데 이 모든 것의 배후에 오바마가 있다면 더 큰 시각으로 봐야 함을 알 수 있었습니다. 문제는 오바마가 박근혜와 새누리당에게 반대급부로 어떤 약속을 했는지 알 수 없다는 것입니다. 만일 지난 대선에서처럼, 그리고 박정희가 거의 모든 선거에서 자행했던 부정선거를 묵인하는 것이라면 문제는 심각해집니다.
오바마가 박근혜의 퇴임 이후를 보장하는 것은 아무 의미도 없는 것이라, 4월 총선에서 부정이 저질러져도 묵인하겠다는 것이 첫 번째로 떠오를 수밖에 없습니다. 다음은 북한과 평화협상 체결이 성공한다는 전제 하에 그 공을 박근혜와 김정은과 나누는 것(남북정상의 노벨평화상 공동수상)입니다. 이럴 경우 총선에서의 압승이 불가능하더라도 대선 승리는 새누리당 후보의 몫으로 돌아갑니다. 테러방지법이 통과되면 부정선거는 누워서 떡먹기입니다.
결국 오바마가 대외적으로는 왕이 외교부장관과의 대리협상을 통해 시진평과 강력한 대북제재에 합의하는 대신 내부적으로는 북한과의 평화협상을 약속한다면, 부정선거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사라져 버립니다. 중국이 쉽게 합의하지 않을 것이고, 북한도 이것을 받아들일 수 없어, 또는 미국과 중국으로부터 최대한의 대가(김정은 체제의 보장)를 받아내기 위해 청와대 선제타격을 들고나왔을 수도 있습니다.
이밖에도 여러 가지를 더 살펴봐야 하지만 이쯤에서 끝내고자 합니다. 지금까지의 역사가 말해주는 것은 미국 연방정부를 믿는 것만큼 어리석은 일은 없습니다. 일제의 한반도 지배도 미국의 밀약과 대규모 자금 지원으로 가능했다는 것도 밝혀졌을 정도입니다. 그들의 제국외교는 '내가 한 대로 하지 말고, 내가 말한 대로 하라'는 것일 정도로 표리부동한 것이 미국 외교정책의 본질이니 미국의 선의를 믿는다는 것은 자살행위와 다를 것이 없습니다.
제가 갑자기 보이기 시작한 전체적인 윤곽이 거친 추론으로 이루어졌지만 지나칠 정도의 논리적 허점이나 비약이 많지는 않을 것입니다. 어떤 나라라도 이미 진행 중인 핵실험과 로켓 발사는 마음대로 시간을 조정할 수 없는 것이라 미국은 몇 개월 전부터 이 모든 것을 파악하고 있었을 것이며, 이번에 미국 본토에 대한 북한의 핵위협을 해결하기 위해 아베와 박근혜 간의 위안부협상에서 시작해 전쟁 직전에 이른 작금의 상황까지 이르렀을 것입니다.
우리의 군은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는 상황에서 오로지 정치적 작업만 진행되는 것도 필자의 추론에 힘을 실어줍니다. 북한과의 전쟁이 피할 수 없다면, 중국과 러시아의 군대도 이에 대비한 움직임이 있어야 하는데 그런 것은 전혀 발견되지 않고 있습니다. 위안부협상부터 북미 평화협상, 핵실험, 로켓 발사, 고고도미사일체계 도입 결정, 미중의 대리협상, 한미 실무협상팀 구성 연기, 테러방지법 직권상정까지 모든 과정이 정치적 계산 하에 이르어지고 있음이 정말 지랄 같습니다.
이 모든 과정에서 국민은 철저히 배제돼 있습니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고 모든 권력이 국민으로부터 나옴에도 국민은 장님신세로 전락해 자신의 삶과 생사에 아무런 권리도 갖지 못하는 노예로 취급되고 있습니다. 도대체 오바마가 박근혜에게 무슨 약속을 했기에 이런 미친 난리를 치는 것일까요? 현 집권세력을 퇴출시키려면 시민혁명으로 정치판을 뒤엎는 것만이 유일한 길인 것 같습니다. 환장하겠네요.
P.S. 두 개의 가설이 더 있는데 손님이 온다고 하니 새벽에야 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사진 출처 : 구글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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