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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사드 반대가 민주당으로 돌아가는 것이라면 찬성한다



뭐든지 자신만 옳다는 김종인의 안후무인격 발언이 (언제나 그렇듯이) 조선일보를 통해 또다시 나왔다. 자신이 살아온 과거가 어떠했는지 돌아보지도 않는 이 노인은 (경제에 대한 이해가 조금은 부족했었던 시절의) 문재인의 도움으로 야당의 대표까지 오른 이후로는 박근혜와 쌍벽을 이루는 제멋대로의 판결에 여념이 없다. 야당의 임시대표에 오른 이후의 김종인을 보면 처음으로 쥐어본 헤게모니를 놓치지 않기 위해 자신과 의견이 다르면 무조건 폄하하고 비난한다. 





손혜원이 말했던 것처럼, 김종인은 당의 화합을 위해 할 말이 있어도 참는 경향이 강한 문재인의 특징을 철저하게 이용해 더민주를 총선에서 나타난 민심과 멀어지게 만드는 것도 서슴지 않았다. 이런 김종인의 권력욕은 조선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사드 반대 때문에 더민주가 민주당으로 돌아가고 있다'는 말까지 내뱉었다. 민주당으로 돌아가는 것이 조중동의 프레임인 친노패권주의의 득세를 뜻하는지, 야성과 진보적 색체가 강해지는 것을 말하는지 알 수 없지만 사드 배치 반대가 민주당으로 돌아가는 것이라면 반대할 이유가 없다. 



필자가 보는 김종인 속내는 단순하다.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의 자폭 덕분에 대선 승리가 확실해 보이는 상황에서 (경제학과 대학원생 정도면 되면 충분히 제시할 수 있는 수준의) 경제민주화를 대선의 핵심이슈로 자리매김시켜 다음 정부에서 실질적인 권력을 휘두르는 것이다. 곳곳에 함정이 숨어있는 그의 경제민주화를 차지하더라도, 이 노인네의 지독한 자기도취적 권력욕은 (김종인에 대한 유시민의 경고처럼) 더민주를 내부로부터 붕괴시킬 수 있다. 



자신이 주도하지 않거나 찬성할 수 없는 이슈로 더민주가 탄력을 받을 때마다, 김종인은 보수언론을 통해 상승세에 찬물을 끼얹었다. 명백한 해당행위인 그의 발언은 보수언론과 KBS, MBC 등을 거쳐 문재인과 더민주의 주류(친노·친문으로 낙인찍은)를 공격하는 소재로 둔갑된다. 김종인의 발언은 이런 방식으로 사드 배치를 반대하는 국민과 정치인, 단체, 언론, 지식인, 논객들을 종북좌파로 몰아가는 현 집권세력에게 힘을 실어준다. 



이 때문에 대선에서 승리하려면 중도층과 무당파의 표를 끌어와야 한다는 김종인의 주장이 다시 힘을 받는다. 바닥 민심은 '누가 후보로 나오더라도 새누리당에게 더 이상 대한민국을 맡겨서는 안된다'는 것이 압도적으로 힘을 발휘하고 있는데, 김종인은 이런 바닥 민심을 자신의 경제민주화를 대선의 핵심이슈로 수용한 후보에게 몰아주려 한다. 문재인도 대선에서 승리하고 싶다면 자신의 밑으로 들어오라는 뜻이다.  





문재인은 완벽하지 않다. 노무현 만큼 정치경험이 풍부하지도 않다. 지난 대선에서 김종인의 경제민주화를 선점한 박근혜에게 경제이슈에서 밀려 패배했다는 생각도 있었던 듯하다. 이런 여러 가지 이유들로 해서 퇴진을 전제로 당을 정비한 이후에 '삼고초려'까지 해서 김종인을 영입했다. 문재인이 영입한 인재들을 자세히 살펴보면 친노패권주의라는 조중동프레임에서 탈피하는 것과 함께 경제이슈에서도 새누리당에 밀리지 않겠다는 강한 권력의지를 볼 수 있다.



이것을 역으로 이용하는 것이 김종인의 전략이다. 문재인이 대선 승리를 위해 삼고초려까지 해서 모셔온 사람이 자신이라는 것이다. 다시 말해 문재인이 야권의 대선후보 중에 부동의 1위라도 자신은 문재인보다 한 수 위에 있는 사람이란 것이다. 이것 때문에 김종인은 무소불위의 존재인양 말할 수 있고, 자신의 견해와 다르면 무조건 폄훼할 수 있으며, 다 망한 당을 살린 것이 자신이라고 주장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주장의 이면에는 원죄가 문재인에 있으니, 그 이후의 모든 일에 대해서도 문재인에게 책임이 있다는 터무니없는 주장이 자리하고 있다. 비례대표 공천파동 때 김종인이 당무를 거부하며 모든 책임을 문재인에게 돌린 것도 이런 연장선 상에서 이루어졌으며, 이에 힘을 실어준 것이 보수언론을 필두로 한 쓰레기들의 여론몰이였다. 이런 식이라면 문재인은 김종인의 행태에 무한책임을 져야 하는 연좌제에서 벗어날 방법이 없다.



김종인과 문재인을 더 이상 엮지 말라. 내년 대선에서 김종인의 경제민주화가 핵심이슈로 작용한다는 보장도 없다. 김종인의 경제민주화가 절대선도 아니며, 김종인 정도의 경제전문가는 얼마든지 있다. 극단의 불평등과 자본 독점을 피할 수 없는 인공지능과 로봇의 시대에는 고리타분한 경제민주화보다 민주주의의 최고단계인 사회적 권리가 모든 국민에게 적용되는 것이 더욱 절실하다는 것까지 고려하면 더 이상 김종인에게 연연할 이유란 없다.



                                                                                                    사진 출처 : 구글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