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정치

조선일보가 우병우 찍어내기에 나선 이유



재미언론인 안치용과 조선일보가 공개한 이석수와 보수종합일간지(힌트 : 글을 꼼꼼히 읽으면 알 수 있다) 기자 간에 오갔던 대화내용의 녹취록을 보면, 기사의 기본도 갖추지 못한 엠병신의 이석수 보도가 우석우 일당의 작품일 가능성이 높아졌다. 안치용이 공개한 녹취록이 진짜라는 전제에서 보면, 이석수가 우병우의 특별감찰 내용을 누설했다는 엠병신의 보도(SNS에서 문서로 바뀌었다)는 신빙성을 가질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막장방송 엠병신의 보도가 초래할 후폭풍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우병우 사태의 시작으로 돌아가야 한다. 노무현을 죽음으로 내몰면서 출세가도를 달리기 시작했고, 박근혜의 최측근인 문고리 3인방을 밀어내고 청와대는 물론, 검찰과 경찰마저 장악한 절대적 권력자인 우병우 민정수석을 맨 처음 공격한 언론이 박근혜를 그렇게 빨아대던 무적의 족벌언론 조선일보였다. 



'대한민국의 밤은 자신이 다스린다'는 조선일보가 '우병우 찍어내기'에 나선 것은 청와대와 검찰, 경찰을 장악한 우병우가 박근혜의 대리인으로서 조중동까지 통제하려 했기 때문이다(팟캐스트 '김용민의 브리핑'에 따르면 다른 이유가 하나 더 있지만). 박정희와 전두환에 준하는 독재자라면 모를까, 청와대의 민정수석이란 자가 자신의 상투까지 틀어쥐려고 하니 발끈한 조선일보가 '독재자 대리인 타도'에 나선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지난 총선을 기점으로 레임덕이 시작된 박근혜에서 안철수 같은 미래권력으로 갈아타야 할 시기만 엿보던 조선일보로서는 '어차피 엎질러진 물'이었을지도 모른다. 김종인과 손학규, 박지원 등이 개혁보수나 중도보수를 표방하며 국민의당의 외연확장에 성공하면 안철수는 매력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고 판단했을지도 모른다. 무엇이 사실이건 간에 조선일보와 우병우 간의 사생결단식 전쟁은 그렇게 시작됐다. 



헌데 조선일보의 생각보다 우병우의 권력이 막강했던 것일까, 아니면 우병우를 자르면 국정장악력이 일거에 상실된다는 박근혜 위기감의 발로였을까, 그것도 아니면 '정윤회 문건'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박근혜의 비밀을 모조리 알게 된 우병우가 '너 죽고 나 살자'며 광란의 깽판을 치는 것일까, 특별감찰팀과 검찰의 수뇌부만 알 수 있는 감찰 내용이 엠병신으로 흘러들어가면서 '우병우 사태'는 핵폭탄급으로 커져버렸다. 





문제가 꼬인 것은 엠병신의 보도가 정말로 병신 같았기 때문이다. 박근혜의 유체이탈화법을 완벽하게 재현한 엠병신의 보도는 해당문건을 제공한 측목적에만 집중하느라 최소한의 교정도 거치지 않은 날것 그대로였다. 김무성이 그렇게도 애용하던 찌라시에서도 이처럼 엉망진창의 보도는 내보내지 않는다. 조선일보(와 기타 언론들)의 반격에서 보듯 해당문건에는 이석수를 국기문란행위로 법정에 세울 내용이 없었다. 



그 결과, '채동욱 찍어내기'의 노하우를 되살려 프레임 전환을 꿰했던 엠병신의 보도가 부메랑으로 돌변하기에 이르렀다. 이석수의 고발로 우병우를 수사해야 할 검찰의 입장에서 보면 돌아버릴 지경이다(검찰이 굴리는 주판알 소리에 자다가도 벌떡벌떡 일어날 지경이다!). 우병우에게 장악된 신세지만 조직의 미래를 위해서는 박근혜 정부와 거리를 두어야 할 시점에서 이러지도 저리지도 못하는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되버렸다.  



엠병신 보도에 맞춰 청와대 홍보수석이 '이석수의 감찰 내용 유출은 국기문란행위'라며 검찰에게 우병우 수사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을 따르자니 조선일보를 비롯해 거의 모든 언론들과 '공수처 신설'을 추진 중인 야당에게 융단폭격을 당할 터, 검찰 수뇌부의 머리에 쥐가 날 지경이리라. 청와대에서 조선일보를 박살낼 수 있는 정보가 밀물처럼 밀려들 수도 있겠지만, 그것은 '독이 든 성배'여서 받아마시는 순간 공수처는 신설된 것이나 다름없다.





박근혜의 또다른 충견인 방송통신위원회가 TV조선의 재승인(공교롭게도 지금이 재승인 심사기간이다)을 무기로 들고나올 수도 있지만, 그럴 경우 채널A, MBN, JTBC의 재승인도 취초해야 하는 미증유의 사태도 각오해야 한다. 민주·진보진영이야 쌍수를 들고 환영할 일이지만, 국내외적으로 역풍이 불어올 경우 박근혜의 탄핵까지 이어질 수 있는 광란의 아마겟돈이 펼쳐질 수 있다. 



한 편의 글을 더 써야 하지만, 이 정도가 우병우 사태의 대략적인 압축이다. 사람은 오래 살고 볼 일인가 보다, 박근혜와 조선일보의 정면대결을 보는 날이 왔으니! 대한민국을 친일파와 기회주의자들의 천국으로 만든 핵심당사자들이 피 터지게 싸우고, 노무현을 죽음으로 내몬 핵심당사자들이 차례로 무너지는 것을 보면서 역사의 정의는 어떤 형태로든 실현된다는 것에 한 표를 줄 수밖에 없다.



박근혜 정부와 조선일보의 공동 사망을 기대하며.



                                                                                                   사진 출처 : 구글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