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 친박 김진태의 폭로로 우병우 게이트가 시계 제로로 접어들었다. 청와대 홍보수석이 조선일보(특정 언론)를 좌파 세력과 결탁한 부패 기득권 세력으로 규정한 후 우병우의 반격이 본격화될 것은 시간문제였다. 효성그룹 경영권 분쟁에 뛰어든 우병우(청와대에 들어가기 전)의 파트너였던 박수환이 구속(입단속이었을 수도 있다)되면서 조선일보(송희영 주필)를 향한 반격이 초읽기에 들어갔기 때문이었다.
우병우가 준비한 첫 번째 반격은 검찰 출신으로 '박근혜를 위해서'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는 김진태에게 국정원과 검찰, 경찰을 장악하고 있는 자신의 정보력을 제공하는 것이 었을지도 모른다. 김진태가 폭로한 내용은 전 세계를 감시한다는 CIA와 NSA도 울고갈 만큼의 최고급 초정밀 킬러 정보였기 때문이다. 천하의 조선일보 논설주간이었던 송희영이 즉각적으로 사임할 정도니 두 말하면 잔소리다.
더욱 놀라운 것은 송희영이 사임하자마자 '제2의 김재규'로 회자되는 이석수 특별감찰관도 사의를 표명했다는 사실이다. 효성그룹 경영권 분쟁, 대우조선해양 남상태 전 사장의 연임로비, 삼성(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과 엘리엇 간의 분쟁에도 관여했던 희대의 로비스트 박수환의 구속에서 송희영의 퇴진(사임)을 예상할 수 있었지만, 그와 동시에 이석수가 사의를 표명하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여기까지만 보면 조선일보에 대한 우병우의 일방적인 승리가 분명하다, 김진태의 폭로(금요일에 1차 폭로에 유의하라!)에 맞춰 조선일보가 꼬리를 내린 채 '깨갱'하는 비명을 질렀으니. 지난 주말 동안 우병우와 둘 간에 물밑협상이 진행된 것이 아니라면 '조선일보의 힘이 이렇게까지 형편없었던가?'라는 의문이 들 정도로 조선일보는 무조건적 항복에 준할 만큼 낮게 엎드렸다. 김진태가 어떻게 그런 정보를 얻었는지, 상식선의 의문도 제기하지 않았다.
부패한 이땅의 특권층이 어떻게 권력을 휘두르고, 부당한 이익을 챙기고 축적해서 물려주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우병우 게이트'는, 단기적으로만 놓고 볼 때, 공권력을 독점한 정치권력의 힘이 가장 세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세월호유족과 옥시참극 피해가족, 성주군민, 이대생의 저항에서 보듯이 하위정치의 장에서는 민주주의가 전진하고 있지만 상위정치의 장에서는 독재가 횡행하고 있음도 말해준다.
부패한 특권층 사이에서는 힘의 우위가 모든 것을 결정하는 야만과 불법, 폭력의 세계라는 것을 만천하에 드러낸 '우병우 게이트'는 조선일보로 대표되는 족벌언론으로부터 항복선언을 받아내는 것으로 막을 내릴 수도 있다. 그럴 경우 특별수사팀의 수사도 '국정원 댓글사건'과 '정윤회 문건'의 되풀이 수준에서 종료될 것은 불을 보듯 명확하다. 그 다음에 우병우가 (박근혜의 눈에는 나이스하게, 국민의 눈에는 지저분하게) 사표를 제출하면 박근혜는 레임덕을 최소화할 수 있다.
새누리당이 지난 대선에서 문재인의 공수처 신설 공약을 물타기 하기 위해 박근혜가 들고나온 특별감찰관 제도를 유명무실하게 만든 것(세월호특별법처럼 수사권이 없고, 재직기간의 행위만 조사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이 '신의 한수'가 됐다. '권력은 부패하는 경향이 있으며, 절대권력은 절대로 부패한다'는 것을 지난 70년 동안 일관되게 실천해온 보수정부와 정당으로서는 당연한 일이었겠지만.
이제 특검밖에 남은 것이 없다. 더민주의 지도부가 바뀌었기 때문에 특검까지 가는 것은 피할 수 없다. 문제는 조선일보가 추가적인 폭로를 내놓지 않는다면 이전의 특검처럼 특별한 것들이 나올 가능성은 거의 없다. 빌어먹을 경험이 말해주는 것은 대한민국 특권층의 지형을 송두리째 뒤엎을 수 있었던 '우병우 게이트'도 조선일보에 제벌 굵은 흠집만 남긴 채 '한바탕 소동'으로 마무리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다만 청와대가 말한 좌파 세력은 어디에도 나타나지 않았다, 박수환과 송희영, 이석수 중에 한 명이 좌파 세력에 몸담고 있지 않다면. 혹시 남로당 경력이 있는 자신의 아버지처럼 박근혜가…… 에이, 이건 아니다. 순백의 뇌로 좌파사상과 정치철학 등을 이해한다는 것이 무리다. 이제 '우병우 게이트'의 전반전이 끝났으니 후반전을 위해 휴식부터 취하고 보자. 영화 <내부자>나 봐야 겠다, 나는 굿이나 보고 떡이나 먹는 개·돼지에 속하므로.
사진 출처 : 구글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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