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리인단의 깽판과 국민을 능멸하는 자진하차설이 가히 양아치를 능가할 정도에 이른 지금, MBN에 출연한 문재인 전 대표가 '정치인으로서 헌재의 판결에 승복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이렇게 말해도 욕먹고, 저렇게 말해도 욕먹는 문재인인지라, 오늘의 발언에 대해 이에 이런저런 말들이 쏟아져나오겠지만, 정치인으로서 헌재의 판결에 승복하지 않을 방법은 없습니다. 국가의 주인인 국민의 입장에서는 헌재의 판결에 불복할 수 있지만, 헌법에 따라야 하는 정치인으로서는 헌재의 판결이 어떻게 나오던 그것에 승복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문재인 전 대표가 정치인이 아니라 시민운동가나 정치선동가라면 국민의 뜻에 반하는 헌재의 판결을 받아들일 수 없겠지만 현행 헌법에 따라야 하는 정치인이라면 헌재의 판결에 승복하는 것은 법치주의의 근본에 관한 문제입니다. 정치인이 헌재의 최종판결에 불복한다면 법치주의는 불가능합니다. 국민이라고 해도 법치주의의 관점에서 동일합니다. 헌재의 판결이 헌법에 따라 진행된 판결(법치주의)이라면, 판결의 강제력에 국민도 승복해야 합니다.
'헌재의 탄핵심판은 형사소송법에 준한다'고 했기 때문에 탄핵소추인단(원고)과 대리인단(피고)은 판결에 불복해 재심(형사소송법 상의 항고와 상고를 합친 것)을 요구할 수 있다는 주장도 있지만, 헌재의 탄핵심판은 단심제여서 재심을 요구할 수 없습니다. 천하의 개또라이들로 구성된 박근혜 대리인단의 불복 주장과 심판 절차의 하자, 내란설 등은 일고의 가치도 없는 것이어서 무시하거나, 해당 발언에 대해 위법성을 가려 사법처리하면 그만입니다.
그래도 남은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민주주의가 보장하는 것으로 국민(시민)의 집단적인 불복종입니다. 헌재의 판결이 인용/기각으로 나올 경우 이를 받아들일 수 없는 국민들은 불복종운동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여기서 국민이 취할 수 있는 방법은 두 가지로 나뉩니다. 하나는 폭력으로 판결을 뒤집는 것(혁명)이고 나머지는 비폭력으로 저항(태극기집회/촛불집회)하는 것입니다. 둘 중에서 전자는 법치주의에 위배되기 때문에 체제전복에 성공하지 않는 한 허용되지 않습니다.
헌데 폭력으로 체제전복에 성공할 수 있을 정도면 탄핵심판을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이끌어낼 수 있기 때문에 현실성이 거의 없는 가정이라 할 수 있습니다. 후자의 경우는 다릅니다. 비폭력적 저항의 경우 국민의 다수를 자신의 편으로 끌어들일 수 있으면 헌재의 판결을 뒤집을 수 있습니다. 정확한 기준은 있을 수 없지만 전체 국민의 90% 정도를 자신의 편으로 끌어들일 수 있다면 판결을 뒤집을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낼 수 있습니다.
물론 탄핵의 절차와 내용에서 아무런 법적 하자가 없었다면, 인용의 경우에는 정권재창출 이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습니다. 60일 내에 치러야 하는 조기대선을 30일로 줄인다던지, 헌법을 개정해 탄핵된 대통령에게 피선거권을 부여한 다음에 대선을 실시하던지, 현실적으로 가능한 방법들을 찾아야 할 것입니다. 기각의 경우에는 국회로 하여금 새로운 탄핵소추안을 작성·통과시켜 탄핵심판을 다시 열게 한 다음, 헌재로부터 인용을 받아내면 됩니다.
이것이 불가능하다면 정상적인 대선에서 정권교체에 성공하면 됩니다. 이어진 모든 선거에서도 정권교체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결과를 도출하면 최상일 것이고요. 그런 다음에 헌법을 개정(국민의 뜻과 시대정신 등을 담는 헌법은 대통령이나 국회가 발의하던 최종승인권은 국민에 있기 때문에 제정과 개정의 저작권은 국민에게 있다)해 대통령과 의원들에 대한 국민소환제를 부활시키는 것입니다. 국회와 헌재를 거치지 않고 국민이 직접 문제의 대통령과 의원들을 끌어내리는 것을 말합니다. 발의와 통과의 조건은 헌법을 개정할 때 국민이 정하면 되고요.
이밖에도 많은 것들을 생각할 수 있지만, 정말로 중요한 것은 헌재의 판결이 민주주의에 합당하느냐 입니다. 민주주의의 정의는 너무 많지만, 목적론적으로 볼 때 민주주의는 정의를 실현하는 체제입니다. 그것이 정의롭지 못하다면 민주주의의 목적에 부합하지 않습니다. 민주주의에서 집단지성이 갈수록 중요해지는 것도, 시민 개개인의 성찰이 깊어질수록 집단지성은 정의를 구현하는 쪽으로 귀결되는 경향이 강해재기 때문입니다.
헌재의 판결도 마찬가지입니다. 노무현의 경우에 탄핵을 기각하는 것이 정의로웠기에 민주주의에 합당했다면, 박근혜의 경우에는 탄핵을 인용하는 것이 정의롭기에 민주주의에 합당합니다. 문재인도 이것을 믿고 있기에, 만일의 경우를 대비해 '정치인'이라는 단서를 달았지만, 헌재의 판결에 승복해야 한다고 말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문재인이 '안희정의 대연정에 분노가 빠져있다'며 일침을 가한 것도 정의를 실현하는 체제로서의 민주주의를 정확히 이해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독재정부와 부패한 기득권세력에 맞선 오랜 투쟁의 결과물인 87헌법도 이런 민주주의를 담고 있으며, 헌법의 수호기관인 헌재라면 정의를 실현하는 판결을 할 것이라는 믿음도 있었을 것입니다. 오늘 광장과 전국을 촛불의 함성으로 가득 채운 분노한 시민들의 뜻을 알기에 헌재의 판결은 인용일 수밖에 없고, 그것에 승복하는 것이 정의를 실현하는 체제로써 민주주의에 합당한 일입니다. 촛불시민은 승리할 것이며, 그것이 역사에서 구현될 우리 모두의 민주주의입니다.
사진 출처 : 구글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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