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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안경환 후보자 전격사퇴, 어떻게 봐야 할까?


쏟아지는 의혹들을 정면돌파하겠다며 기자회견을 자청했던 안경환 법무부장관 후보자가 전격적으로 사퇴를 결정했습니다. 기자회견의 여운이 채 가시기도 전에 안경환 후보자가 자진사퇴를 선택한 것은 그의 해명이 쏟아지는 의혹들을 해소하지 못했다는 청와대의 판단이 나왔기 때문일 것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의 성향 상 안경환 후보자에게 기자회견이라는 형태로 의혹들을 해소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을 것인데, 그 결과가 국민과 언론은 물론, 문재인 대통령까지 설득하지 못한 것으로 보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페미니스트 대통령이 되겠다고 약속했기 때문에 기자회견에 대한 여성의 여론이 나쁘다면 안경환을 포기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기도 합니다. 안경환의 졸저, 《남자란 무엇인가》에 대한 여성의 반감이 크다면 문재인 대통령에게는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습니다. JTBC 뉴스룸의 보도가 사실이라면, 안경환 후보자는 42년 전의 위장결혼에 대해 청와대에 해명하면서 도장을 위조한 것과 재판에서 패한 것은 말하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청와대가 안경환 후보자에 대한 인사검증에서 이 부분을 놓쳤을 가능성도 높습니다. 자한당이 폭로의 근거로써 내놓은 자료가 대단히 구하기 힘든 것이라는 점에서 이런 추측은 힘을 받는다 할 수 있습니다. 청와대가 구하지 못할 자료가 어디 있느냐고 반박할 수 있겠지만, 42년 전의 자료라면 꼭 그렇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사법부와 입법부도 있고, 박근혜 정부의 인사들이 각 부처에 여전히 남아있으며, 개혁의 대상인 검찰에 특히 많다는 점도 감안해야 합니다. 언론환경도 여전히 불리하고요. 




전격적으로 이루어진 안경환의 자진사퇴가 말해주는 것은 문재인 대통령이 거듭되는 인사잡음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뜻이며, 인사검증시스템에 대한 전반적인 점검과 재발방지를 위한 대책을 내놓을 것이라는 뜻이기도 합니다. 자신의 지지율이 아무리 높다고 해도 그것으로만 국정운영의 동력을 찾는 것에도 한계가 있다는 점도 고려한 것으로 보입니다. 민주당에서 임명강행에 반대하는 의원들을 무시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을 수도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기자회견에 대한 국민의 여론이 좋지 않았을 가능성이 제일 높습니다. 보도전문채널은 물론, 8시와 9시에 시작되는 지상파와 종편의 메인뉴스에서 부정적인 보도가 쏟아져나온 것에서 이를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촛불혁명으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의 실패는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종말과도 같은 것이기에 여론의 향배만큼 중요한 것은 없습니다. 한미정상회담 전에 강경화 후보자의 임명도 이루어져야 하는 정치적 고려도 작용했을 것이고요. 



자유한국당이 악착같이 반대했던 김상조 후보자가 공정거래위원장에 취임하자마자 한진그룹을 필두로 상당수의 재벌들이 내부자거래용 계열사를 정리하기로 하는 등 항복선언을 내놓고 있으며, BBQ도 치킨가격 인상을 없던 일로 돌린 것에서 보듯이 안경환 후보자에 연연할 이유가 크지 않았을 것입니다. 책임자 처벌이 뒤따라야 하겠지만 서울대병원이 백남기 농민의 사인을 알아서 바꾼 것과 만족스럽지는 못하지만 이철성 경찰청장이 유족에게 사과한 것에서도 안경환 후보자를 포기할 수 있는 자신감을 얻었을 수도 있습니다.





필자가 앞의 글에서 밝힌 것처럼, 적폐 청산의 핵심인 검찰 개혁의 동력을 안경환 후보자에게서 찾는 것이 대단히 어려워졌다는 점도 결정적으로 작용했을 것입니다. 인사실패나 인사참사라는 야당과 언론의 집중포화에 시달린다고 해도, 검찰 개혁이라는 절대과제를 성공적으로 이루기 위해 '이보 전진을 위한 일보 후퇴'를 두려워할 이유도 없었을 것입니다. 검찰 개혁은 정의로운 사회와 재벌 개혁의 대전제이기 때문에 하늘이 무너져도 성공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법무부장관이 어떤 장관보다 깨끗하고 단호해야 합니다. 



대한민국 검찰은 이전에도 없었고 이후에도 없을 절대권력의 괴물이자 신성불가침한 그들만의 리그를 구축했다는 점에서 재벌보다 개혁하기가 힘든 최악의 특권집단입니다. 이들을 국민의 종복으로 만들지 못하면 문재인 정부의 성공도, 완전히 새로운 대한민국의 건설도 불가능해집니다. 안경환 후보자에게는 대단히 미안한 말이지만, 스스로 물러난 것은 사필귀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보다 큰 대의를 위해 자신을 버릴 수 있다는 점에서 불행 중의 다행입니다. 



안경환의 자진사퇴에 자한당의 폭로가 결정적이었다는 점에서 마음이 편치 않지만, 어떤 경우에도 완벽한 승리란 존재하지 않으므로 성공적인 검찰 개혁을 위한 예방주사를 맞았다는 것으로 만족할까 합니다. '인사가 만사'라는 점에서 보다 철저한 인사검증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글을 마칠까 합니다. 완벽한 일처리는 신의 영역에서나 가능한 것이고, 그래서 실수는 누구나 합니다. 중요한 것은 실수를 바로잡는 것이며, 똑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는 것입니다. 


                                                                                                             사진 출처 : 구글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