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미니스트 대통령을 약속했던 문통이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몰카범죄, 데이트폭력 등은 여성의 삶을 파괴하는 악성 범죄”인데, “우리 수사당국의 수사 관행이 조금 느슨하고, 단속하더라도 처벌이 강하지 않았던 것은 사실”이라며 “그러니까 그런 문제가 일상화되다시피 했다. 수사기관들이 조금 더 중대한 위법으로 다루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문통은 “옛날에는 살인, 강도, 밀수나 방화 같은 강력범죄가 있었다면 시대가 변하면서 이제는 가정폭력, 데이트폭력, 몰카범죄 등도 중대하다”며 “과거에는 있을 수 있는 범죄로 보거나, 관념이 약했기 때문에 처벌의 강도가 낮았던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습니다. 문통은 미국의 예를 들면서 ‘성차별적 사회를 바꿔나기 위해 인식의 대전환이 요구되며, 그런 사건을 다루는 관점의 변화가 필요’함을 강조했습니다.
미국과 유럽, 특히 포스트구조주의적 ‘프랑스 페미니즘’을 그대로 적용할 수 없는 우리의 경우, 성차별적 사회를 바로잡으려면 데이트폭력과 성폭력, 가정폭력에 대한 검경의 저열한 인식과 후진적 수사방식부터 대수술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모든 남성에 대한 여성의 분노와 적의를 이용하는 것 때문에 페미니즘 카페라고 인정할 수 없는 워마드이지만, 홍대 누드모델 몰카사건에 대한 경찰의 초스피드 수사와 이에 대한 기레기의 패널들(김복준과 이동형 같은 놈들)의 쉴드치기, 경찰청의 치졸한 변명에 반발한 여성들의 분노는 결코 지나친 것이 아닙니다.
남성 가해자수와 비교한다면 홍대 몰카사건 가해자를 포토라인에 세운 것이 얼마나 불평등하고 불공정한지 말할 필요도 없습니다. 범죄를 옹호할 생각은 추호도 없지만, 그 많은 남성 가해자들이 포토라인에 서서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이고 끌려가는 모습을 본 적이 거의 없습니다. 아니, 여성몰카와 리벤지포르노, 데이트폭력, 성폭력 영상이 범람하는 인터넷에서 그런 사례가 있었는지 검색하지 않으면 떠오르는 기억이 단 하나도 없습니다.
성폭력 피해자들이 경찰과 검찰에서 받은 수사의 반인륜적∙반여성적 행태들은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넘치고, 청와대 청원까지 올라온 ‘보조출연 자매 자살사건’에서 정점을 찍습니다. 장자연 사건도 본질의 차원에서 보면 ‘자매 자살사건’과 똑같습니다. 안태근의 성폭력과 감학의의 성접대도 본질적 차원에서는 여성을 성적 대상으로만 여기는 남성들의 저열한 인식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부실한 검경 수사에 이은 사법부의 솜방망이 남발도 남성주의적 관행과 인식이 뿌리깊게 자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명희와 그 딸들처럼 최악의 갑질을 남발하는 소수의 여성들도 있지만, 서지현 검사에서부터 지금도 어디선가 벌어지고 있을 수많은 성폭력과 데이트폭력도 이런 성차별적 인식과 관행이 제도화의 수준까지 자리잡은 사회에서는 줄일 방법도, 제대로 처벌할 방법도 없습니다.
많은 분들이 여성의 인권과 기회, 복지, 권한 등이 많이 강화됐고 제도화됐다고 하지만 (사)여성문화이론연구소의 ≪페미니즘의 개념들≫만 보아도 그런 통념이 얼마나 왜곡된 것인지 알 수 있습니다. “제도와 현실은 동시에 진화하지 않으며 제도화된 페미니즘의 시혜 범주는 상위 몇 퍼센트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간과한 채” 하위 90%에 속하는 여성들에게도 제도화의 혜택을 받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민주당 여성 의원들까지 침묵하는 것에 지칠 대로 지친 여성들이 SNS와 다양한 커뮤너티 등을 통해서라도 집단적 분노를 표출하고 조직적 반발에 나선 것은 생존을 위한 처절한 외침입니다. 페미니스트 대통령을 약속한 문통이 모든 여성들을 대신해 ‘성차별적 사회에서 벗어나기 위한 인식의 대전환을 언급하며, 수사기관에게 확실한 변화를 지시하고 강력한 처벌을 요구’한 것은 시의적절 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성차별이 존재하고 여성이 그로 인해 고통 받고 있다는 것을 분명히 알기에 페미니즘의 필요성에는 충분히 동의하지만 페미니스트로 인식되기 싫어하는 경향. 페미니스트라는 표지에 의해 사납고 경직되고 유머 없고 교조적이며 정치적 올바름에 사로잡힌 여성이자 남성혐오적인 레즈비언 이미지로 두려워하는 여성들의 심리상태”를 뜻하는 ‘”나는 페미니스트는 아니지만” 증후군’이 만연해진 성차별적 사회에서 벗어나는 것이 사람이 먼저인 사람사는 세상으로 가는 길입니다.
사진 출처 : 구글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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