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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본질 파괴, 이재명의 기본소득과 은수미의 지역화폐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조중동, 기독교근본주의의 동반 몰락을 기뻐만 할 수 없는 이유는 그들과 적대적 공생관계를 유지해온 구좌파들의 민주당 점령과 좋은 제도들의 본질을 파괴하기 때문입니다. 구좌파들의 민주당 점령은 몇 편의 글로 다루었기 때문에 이번 글에서는 월 8만원 정도를 주겠다는 이재명의 기본소득과 아동수당을 지역상품권으로 주겠다는 은수미의 지역화폐가 두 제도의 본질을 어떻게 파괴하는지 다뤄보겠습니다.  

 

 



먼저 이재명이 실시하겠다는 기본소득은 경기도민(성남시에서 24세 청년에게만 지급했던 청년배당처럼 지급대상이 대규모로 축소될 것)에게 월 8만 원 정도의 돈을 주겠다는 것입니다. 기초연금보다 적은 월 8만 원이라니요? 기본소득은 국민에게 용돈을 나눠주는 제도가 아니라 기존의 복지제도를 대폭 축소하는 대가로 국민에게 그에 상응하는 돈을 나눠주는 것을 말합니다. 이재명이 공약처럼 여러 종류로 국민을 분리해서 찔끔찔끔 주는 것이 아니라 존엄한 삶의 질을 유지할 수 있는 돈을 주는 제도입니다. 



모든 세금을 토지세로 단일화하거나 기기묘묘한 세수원들을 짜낼 수 있는 입법과정이 선행돼야 합니다. 그럴 때만이 기본소득은 본래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습니다. 복지행정을 담당하는 공무원의 대량 실업도 감수해야 하고요. 세율도 상당히 높여야 합니다. 기존이 복지제도 중에서 상당수가 폐지되기 때문에 관련 종사자도 새로운 일을 찾아야 합니다. 소비의 증가로 상시적 인플레이션의 위험도 매우 높아집니다. 세수에 따라 지급되는 돈도 변하기 때문에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기도 힘듭니다 

 

 

어떤 나라도 기본소득을 희화화하거나 형해화하지 않는 이유가 이 때문입니다. 스위스 국민이 기본소득 실시를 부결시킨 것은 월 300만 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금액 때문이었습니다. 다른 것을 포기하는 대가치고는 너무 작았으니 당연히 부결됐지요. 핀란드에서 실험한 기본소득이 사실상 부결된 것(실험은 계속한다고 한다)도 거의 똑같은 이유였습니다. 기본소득을 지급하고 있는 알래스카 주(자격 요건이 있다)도 월 1,022달러(2016년 기준)에 달합니다, 월 8만 원 정도가 아니라

 


기본소득에 관한 책을 한 권이라도 읽은 분이라면 경기도민 일부에게 월 8만 원 정도를 주겠다는 이재명의 기본소득이 제도의 본질을 파괴하는 행위라는 저의 주장에 동의할 것입니다. 냉혹하게 말하면 이재명의 기본소득은 경기도지사가 되기 위한 정치적 매표행위에 다름 아니었으며, 취임 이후에는 지지율 관리수단으로 전락할 것이라고 단언할 수 있습니다. 필자가 이재명 퇴출에 전력을 다하는 이유의 핵심도 좋은 제도의 파괴행위를 더 이상 묵과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8만 원이라도 받아야 하는 빈곤층의 보수적 성향을 감안하면 이재명의 형해화된 기본소득은 구좌파의 대권전략으로써는 최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박근혜가 월 20만 원의 기초연금 공약(유시민이 만든 기초노령연금보다 후퇴한 공약)으로 노인층과 노인층에 진입하기 직전의 어른들에게서 몰표를 끌러낸 것과 동일한 득표수단이자 지지율 관리 수단이라고 말해도 과하지 않습니다. 대중의 무지와 빈곤을 악용해 지독한 권력욕을 채우려는 부도덕하고 불의한 정치행위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인 아동수당을 현금이 아닌 지역화폐(지역상품권)로 지급하겠다는 은수미의 꼴통짓도 아동수당의 본질을 파괴하는 행위입니다. 중앙정부가 제공하는 아동수당을 대기업의 수중으로 들어가는 것을 막음으로써 성남시의 경제활성화에 기여하도록 만들겠다는 은수미의 주장이 일견해서는 일석이조의 묘수처럼 들릴 수도 있습니다(지역화폐로 지역경제할성화를 추진하더라도 지자체 간의 재정 및 산업구조 개편 등의 불평등 해소가 선행되지 않으면 역효과만 불러온다).

 

 

은수미의 주장이 논리적 정합성을 띠려면 크게 네 가지 조건들을 만족해야 합니다. 첫째 아동수당을 지역화폐로 받은 성남시민들이 (성남시에 본사를 두지 않은) 대기업 상점들을 이용하지 말아야 합니다. 둘째 대기업 상점을 가더라도 성남시에 본사를 두고 있는 중소기업 제품만 사야 합니다. 셋째 지역화폐를 받기 위해 매달 성남시청을 방문해야 합니다. 넷째 지역화폐를 다 쓰지 못할지언정 깡을 통해 현금화하지 말아야 합니다.  

 


성남시민이 첫째 조건을 맞추느라 대기업 상점이 철수한다고 해도 불평해서는 안 됩니다. 둘째 조건을 맞추지 못할 경우 지역경제활성화에 반하는 소비에 죄책감이라도 느껴야 합니다. 셋째 조건을 맞추느라 매달 한 번씩의 불편함은 감수해야 합니다. 넷째 조건을 맞추느라 제품과 서비스를 선택하는 자유가 제한된 것 때문에 아동수당의 일부를 사용하지 못하더라도 준법정신을 실천했다는 것으로 불만을 대체할 수 있어야 합니다.

 

 

아동수당을 현금으로 지급하는 것은 육아나 교육 등에 있어서 개개인의 자유와 다양성, 환경적 차이 등처럼 획일화할 수 없는 수많은 변수들을 고려했기 때문입니다. 아동수당의 목적이 저출산 대책과 함께 육아노동(그림자노동, 비급여노동)에 주어지는 임금의 성격을 띠고 있는 것이지 지역경제활성화에 있지 않습니다. 은수미처럼 아동수당을 지역화폐로 지급하면 10%의 보너스를 성남시가 얹어준다 해도 제도의 본질을 파괴하는 행위로 귀착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재명의 기본소득과 은수미의 지역화폐는 획일적 평등을 강요하는 구좌파의 이상이 다양성을 실현하는 자유의 억압과 함께 제도의 본질마저 파괴하는 최악의 결과로 귀결되는 단적인 예입니다. 구좌파의 사회주의적 실험이 마르크스가 예언한 자유의 왕국으로 가지 못하고 전체주의적 독재로 귀결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단 하나의 시각으로 현실을 보면 모두가 행복한 유토피아가 아닌 모두가 불행한 디스토피아로 귀착됩니다. 아래의 인용문은 평등한 배려에 대한 신좌파와 구좌파의 차이를 보여줍니다. 참조하시면 도움이 될 것입니다. 

 

 

신좌파는 평등한 배려를 거부하지 않는다. 만일 그들이 이상으로서의 평등을 거부한다면 이는 평등한 배려가 무엇인지에 대한 하나의 특별한 해석만 거부하는 것이다. 신좌파가 생각하는 구좌파의 평등에 대한 견해는 각각의 시민들이 요람에서 무덤까지 일을 하든지 말든지 또한 어떤 일을 하든지에 관계없이 모든 시민들이 동일한 재산을 갖는 것이며, 정부는 항상 개미에게서 떼어내서 배짱이에게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내가 생각하기에 이런 평등을 정치적 이상으로 진지하게 제안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처럼 단조롭고 무분별한 평등은 단순히 약한 정치적 가치 또는 다른 가치들에 의해서 쉽게 무시될 수 있는 가치가 아니라 아무런 가치도 아니다. 일을 할 수는 있지만 일을 하지 않기로 선택한 사람들이 근면한 사람들의 생산물을 보답으로 받는 세계를 옹호하기 위해서는 할 수 있는 말은 없다(로널드 드워킨의 『자유주의적 평등』에서 인용).



                                                                                                              사진 출처 : 구글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