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정치를 비판하는 사람들은 민주주의는 인민이 엘리트를 통제하는 것을 의미하며, 엘리트가 인민을 통제하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잊고 있다.
ㅡ 러셀 J. 달톤의 《시민정치론》에서 인용
문재인 대통령이 임종석 실장을 야3당의 단식쇼를 하는 곳에 보내 연동형 비례제에 찬성한다고 밝혔다. 연동형 비례제를 반대할 이유가 없는 문프로써는 당연한 선택이지만, 핵심은 나경원이 들고나온 권력구조 개편을 위한 원포인트 개헌에 있다. 나경원의 속셈은 의원내각제로 가자는 것이고, 야3당도 이것에 동의한 것이라 현재의 국회의원과 그들에 가장 근접한 자들의 잔치를 위한 연동형 비례제와 원포인트 개헌이라면 국민의 뜻을 물어야 한다.
연동형 비례제라고 해서 사표가 없어지는 것도 아니며, 각 분야와 지역, 세대, 성별 등에 따라 얼마나 많은 숫자를 배정하느냐에 따라 어마어마한 차이가 나온다. 득표의 몇 퍼센트 이상을 얻은 정당부터 의석수를 배분할 것인지, 아니면 그것과 상관없이 득표율에 따라 한 명의 의원이라도 배분할 것인지 등등에 따라 연동형 비례제가 국회를 난장판으로 만들 수도 있다. TV에 나온 평론가들이 스웨덴과 독일의 예를 드는데, 표퓰리즘 정당의 진출이 뚜렷한 현재의 상황도 정확히 말해야 한다.
야차스 뭉크의 《위험한 민주주의》 를 보면 세계적 차원의 조사의 결과가 나오는데 스웨덴의 경우, 권위주의적 독재를 선호하는 극우의 비율이 높게 나왔고, 독일의 경우에도 상상 이상으로 높게 나왔다. 극좌에 대한 선호는 그보다 낮았지만 입법부를 극단적 분열로 몰아갈 비율로는 충분했다. 최근의 정치현실이 업데이트되지 않은 평론가들의 헛소리는 연동형 비례제를 민주주의의 구원투수로 만들어주고 있다. 결선투표제도 나라마다 다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해서, 필자의 생각은 다음과 같다. 첫째, 문프의 개헌에서 벗어나는 원포인트 개헌에는 반대한다. 둘째, 대통령이 외교와 국방만 맡고 내치는 국회가 임명한 총리가 맡는 사실상의 의워내각제로의 권력구조 개편에 반대한다. 이럴 경우 대통령은 무력화되고 당리당략적 국정운영이 일상화되며, 문프는 껍데기만 남는다. 셋째, 함량미달과 패륜적인 의원을 국회에서 퇴출시킬 수 있는 국민소환제가 무조건 도입돼야 하고, 문턱도 지금보다 낮춰야 한다.
넷째, 각당의 비례대표를 당원과 유권자가 살펴볼 수 있어야 하며, 시민의 참여를 제도화해야 한다. 다섯째, 모든 후보들을 검증할 수 있도록 공영방송에서 후보들을 검증할 수 있는 여러 번의 기회를 황금시간대에 배치해야 하며, 정부는 예산을 지원해야 한다. 여섯째, 비례대표들이 속을 알 수 없는 화려한 경력의 소유자들로 채워지는 것을 막기 위한 제도적 장치들이 마련돼야 한다. 그것이 없다면 연동형 비례제는 돈이 많을수록 화려한 이력을 쌓을 수 있었던 기득권 엘리틀에게 유리하다.
그밖의 것들은 문프의 개헌안에 모두 담겨있어 생략한다. 연동형 비례제 도입과 관련한 권력구조 개편이라는 꼼수는 대통령제를 명목상으로 만들고 의원내각제를 실질적으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지지율이 회복되고 있지만 대통령이 될 수 있는 후보가 없는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 등으로써는 의원내각제로의 원포인트 개헌에 반대할 이유가 없다. 민주당의 의원들과 당직자들의 내부의견도 반반일 수 있다.
현재의 국회의원들로도 충분하다면, 또는 그 주변에서 진입기회만 노리고 있는 정치꾼들에 만족할 수 있다면 연동형 비례제와 권력구조 개편에 반대할 이유가 없다. 90% 이상이나 되는 사회경제적 약자들이 상위 10%에 불과한 상류층과 기득권 엘리트에 지배받는 것도 입법부라는 대의민주주의의 존재 때문이며, 이건희에게 한국정치가 4류라는 소리를 들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필자는 그들을 인정하지 않기에, 그것도 매우 매우 매우 그렇지 않기에 이해찬 대표를 중심으로 하는 민주당을 주시할 것이다.
문프의 뜻을 가장 잘 알고 있다는 전제 하에, 홍영표 원내대표가 협상을 주도해야 한다. 나는 일베와 태극기부대, 워마드, 극우와 극좌, 민족주의 우파, 시장근본주의, 종교원리주의 등을 대표하는 정당의 국회 입성에 반대한다. 국가 운영의 모든 과정에 시민들이 참여하는 시민행동주의 요구가 분출하고, 촛불혁명까지 성공시킨 현실에서 거꾸로 돌아가자는 어떤 시도에도 반대한다. 문프의 지지율 하락은 쓰레기 언론을 비롯해 모든 부패기득권의 지속적인 폄하·왜곡·가짜 프레임ㅡ문재인 정부의 폭주와 경제 실패라는 터무니없는 주장ㅡ이 국민에게 먹힌 결과라 더욱 그러하다.
필자가 '이재명과 김어준 카르텔'의 퇴출에 집중했던 것도 이런 부패기득권의 막강한 힘 때문이었다. '이재명과 김어준 카르텔'은 부패기득권과의 적대적 공생, 다시 말해 청산해야 할 우파적폐와 적대적 공생을 이룬 채 대한민국의 정치 발전과 그 안에 담겨있어야 할 도덕과 철학, 정의의 가치를 끝없이 떨어뜨리기 때문이었다. 모두가 망하는 바닥으로의 경주를 막지 못하면 전 세계가 주목하는 촛불혁명 이후의 대한민국이 또다시 2류 국가로 떨어지는 피할 수 없다.
집필에 들어갈 내용을 위주로 글을 쓰지만, 하나가 해결되려 하면 더 큰 문제가 터져나오는 것이 '문파의 사서고생하기'인가 보다. 급히 써내려간 글이라 추후에 보충하겠지만, 핵심은 모두 언급한 것 같다. 노통을 무너뜨린 그때와 비슷해지고 있는 여론환경과 정치현실이 건강을 살피지도 않고 국익을 위해 강행군을 계속하고 있는 문프의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지는 것이 통탄할 노릇이다. 얄팍하고 잘못된 지식이 나쁜 결과로 이어지는 것이 21세기의 디지털 민주주의의 특징이다.
대통령은 신이 아니다. 어느 때보다 대통령의 힘이 약해진 시대가 신자유주의 합리성이 세상과 인간을 모두 다 점령한 21세기의 퇴행적 현상이다. 정알못이 문제가 아니라 정치를 알아도 너무 낮고 얕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것이 문제다. 문프가 도깨비방망이라도 휘둘러 단시일 내에 이명박근혜 9년의 역주행을 뛰어넘어 모든 국민이 만족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면, 촛불혁명은 예외적인 상황에서 나온 하나의 정치이벤트에 불과했다는 뜻이 된다.
필자가 가장 싫어했던 말, '그 나라의 국민 수준이 정부의 수준을 결정한다.'는 토크빌의 명제가 깨어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이 아닌 부패 기득권세력들의 적대적 공생으로 무섭게 되살아나고 있다. 촛불혁명으로 깨어난 시민들을 무시한 채, 말과 행동이 다른 야3당의 단식쇼에 굴복하는 방식으로 문프의 개헌안과 독일식 정당명부제와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걸레조각으로 만드는 국회의원들의 정치적 담합에 경악과 분노를 금치 못하겠다.
사진 출처 : 구글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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