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이 7월재보선에서 압승한 이후, 보폭을 넓혀가던 박근혜 대통령이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대놓고 국회를 압박하고 나섰다. 도대체 대통령이 된 이후 무엇 하나 잘한 것이 있다고, 의료민영화와 영리화를 제일 앞에 올려놓은 경제활성화 법안들을 일일이 열거해 가며 국회를 압박할 수 있단 말인가. 박 대통령이 망가질 대로 망가진 국정동력을 회복하기 위해 민생을 외쳐대며 밀어붙이고 있는 각종 경제활성법안들은 상류층과, 바로 그 밑에 있는 중산층의 상승부에게만 이익이 돌아가는 법안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민생이란 단어가 서민들의 지갑을 두둑히 하는 것이라면 박 대통령의 열변이 정당성을 지닌다. 하지만 국회의 조속한 통과를 압박한 경제활성화 법안들은 잠깐 동안의 경기회복은 이루어질 수 있겠지만, 박 대통령의 임기가 끝나가는 시점에는 부메랑이 돼 서민들의 지갑을 더욱 많이 털어갈 것들로 이루어져 있다. 특히 경제활성화 법안의 맨 앞에 있는 것이 행정조치(가이드라인)라는 편법을 동원해 밀어붙이고 있는 의료민영화와 영리화가 완결되는 법안이다. 이것은 민생에 반하는 것을 넘어 역행하는 정치경제적 폭력이다.
더욱 가관인 것은 국회에 대해 비판을 쏟아낸 부분이다. 세월호가 침몰하던 날에 7시간이나 자리를 비워 304명의 국민들이 속절없이 죽어가는 것을 방치하고도 이런 말을 쏟아낼 수 있는지, 상식과 양심의 선에서도 이해할 수 없다. 대통령은 이어 "정치가 국민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냐고 자문해 봐야 할 때"라며, 4월 국회 이후 단 한건의 법안도 통과시키지 못하고 있는 정치권에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
박 대통령의 이런 발언은 여야 원내대포가 합의한 세월호 특별법을 빨리 처리하라는 뜻이기도 하다. 자신의 발목을 잡고 늘어지는 세월호 정국에서 벗어나려면 여야가 합의한 세월호 특별법을 밀어붙여서, 재협상을 원천차단하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 세월호 참사의 출구전략이 완성된 마당에 이를 물릴 수는 없는 노릇이었으리라. 박 대통령은 4월 이후 국회가 단 한건의 법안도 통과시키지 못했다고 야당을 압박하며, 여당에게는 특별법의 마지노선을 분명하게 전달했다.
하지만 수첩에 적힌 것만 기억하는 대통령이라고 해도 국회가 이렇게 된 것이 정부의 규제 완화와 무능력, 무책임 때문에서 발생한 것 아닌가?대통령이 세월호가 침몰할 당시 제대로 된 보고도 받지 못하고, 그래서 제대로 된 대처도 할 수 없는 '풍문의 위치'에 있었기 때문에 304명(학생만 250명이 넘는다)의 국민이 속절없이 죽은 것에서 기인한 것이 아닌가? 사고가 발생한지 3개월이 흘렀는 데도 침몰의 원인조차 밝힐 수 없고, 진상규명을 위한 실효성이 있는 특별법 하나 만들 수 없는 것도 대통령을 보호하기 위한 집권여당의 고집과 아집, 왜곡 때문이 아닌가?
대통령은 또한 "아직 경제회복세가 뚜렷하지 않은 상황에서 제조업 경쟁력에 대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며, "경제활성화와 민생 안정 법안들이 통과돼야 경제활성화가 피부에 와 닿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정말 경제를 몰라도 너무나 모르는 발언이다. 한국 경제란 지나칠 정도로 수출 편향적이어서 '제조업 경쟁력에 대한 위기감'이란, 세계 경제가 좋지 않아서이지 내수경제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 관계 있다고 해도 그것으로 한국 제조업 경쟁력이 회복되는 것은 아니다.
대통령의 말도 안 되는 호도와 왜곡, 거짓말은 계속해서 이어진다. 대통령은 국회에 제출된 경제활성화 법안들이 "하나같이 국민생활, 일자리 창출과 관련된 법안"들이라고 말했다. 국민생활과 관련된 것은 맞다. 의료민영화와 영리화가 진행되면 국민생활은 세월이 흐를수록 엉망진창이 될 것이기 때문에 그러하다. 나머지도 단기적 성과를 거두기 위해 중장기적 피해를 미래세대에게 전가하는 것이다. 그 다음에 이어진 발언은 국민을 선동ㅡ특히 보수 성향의 국민과 아파트가격이 올라가기를 바라는 욕망의 세대들ㅡ하는 것이어서 정말로 문제가 많다.
박 대통령은 "국민들이 이런 법안들을 직접 듣는다면 나를 위한 법안 아닌가 생각할 것"이라고 말함으로써, 법안 자체의 내용도 이해하지 못하고, 볼 생각도 없는 국민들을 선동하는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중국 승객에 대한 도박 허용과 의료관광이 핵심인 크루즈법, 의료민영화와 영리화를 완결시키는 의료법 등은 국민을 위한 것이 아니라, 돈만 벌면 그만이라는 기업과 자본을 위한 정반대의 결과를 초래하는 법안들이다.
필자가 사업을 할 때 중국의 고위층이 크루즈사업을 제안했고, 그 핵심은 파라다이스 그룹처럼 도박업을 하고 있는 기업들을 끌여들여, 도박이면 사족을 쓰지 못하는 중국 승객들이 중국의 영해를 벗어나 공해상과 우리의 영해상에서 마음껏 도박을 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었다. 마사회의 화상경마장 확장과 마카오를 벤치마킹한 도박산업의 활성화를 기점으로 해서, 이와 연동되는 의료관광의 활성화로 이어지는 의료민영화와 영리화까지 박 대통령이 열거한 경제활성화 법안들은 돈이 되는 것이면 무엇이든 하는 천민자본주의의 정수에 해당된다.
이것이 진짜 세계적 추세다
전 세계가 2008년 금융붕괴 이후 국경을 넘나드는 자본에 제약을 가하고, 세금을 늘려서 이들의 약탈적 투기를 막고 있는 상황에서 박 대통령은 "우리가 안에서 규제한다고 해서" "인력이나 자본이 국경을 넘어서 왔다 갔다"하는 것을 막을 수 없다며, 정부의 역할을 아예 방기하는 발언도 내놓았다. 더욱 가관인 것인 "투자 환경이 적합하다고 하면 외국 기업들이 오는데, 적합하지 않으면 좋은 데로 떠나게 돼 있다"는 발언이다.
정말 황당하고 어의없을 뿐이다. 외국기업에게 투자 환경이 적합하도록 국내 경제구조를 재편하겠다는 것인데, 내부유보금이 많기로 유명한 한국의 재벌과 대기업들도 투자를 꺼리는 상황에서 투기자본을 제외하면 어떤 기업이 한국에 투자하겠는가? 결국 대통령의 뜻은 한국에 투자하는 기업(설사 투기자본이 아니더라도)들을 위해 세금을 낮춰주고, 특정 기간 동안 유예해주며, 각종 인센티브와 혜택을 주겠다는 것이다.
상황이 이러한데, 외국의 투자를 통해 창출될 노동자 임금이 제대로 책정되기나 할 것인가? 이들에게 주어지는 각종 특혜로 내수경제가 살아난다는 것도 어불성설이다. 현재 전 세계에서 대규모 장기투자를 할 수 있는 초국적기업은 중국의 기업밖에 없다. 오직 투기성 금융자본만이 단기적 이익을 얻기 위해 투자처를 찾고 있을 뿐이다. 그 나라 국민들의 돈을 쪽쪽 빨아 먹기 위해서.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한 오늘의 발언은 앞과 뒤가 맞지 않는 자체 모순과 오류, 경제상황과 기업 및 투기자본에 대한 이해부족들로 넘쳐난다. 그것으로도 부족한지 박근혜 대통령은 국민들을 선동하기까지 했다. 국회를 폄하하는 것은 일상이 된 현실이니 별로 언급할 생각도, 자판을 두드려야 할 가치도 없다. 대한민국은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가, 대통령을 두 번이나 잘못 뽑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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