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여성 검사장은 노정연(53·25기) 전주지검장 뿐입니다. 윤석열 검찰총장을 제외한 검사장급 이상 46개 고위 간부 자리 중 여성은 노정연 지검장 뿐입니다. 2020년 전체 검사 수가 2,139명이고 그 중 여성 검사는 668명입니다. 비율로 따지면 30%가 넘지만 고위 간부는 0.02%에 불과합니다. 역대 고검장은커녕 검사장도 단 세 명뿐이었습니다.
전국 최대 검찰청으로 굴직한 수사들을 독식하고 있는 서울중앙지검의 차장검사도 모두 다 남성입니다. 역대 중앙지검 차장검사 중에서도 여성은 이노공(51·26기) 전 성남지청장 한 명뿐이었습니다. 귀신도 울고갈 '유리천장'도 이런 유리천장이 없습니다. 30%가 넘는 여성 검사 비율로 놓고 볼 때, 극단적일 정도로 남성우월적인 이런 인사 관행 때문에 조국과 정경심 관련 재판에서 드러나고 있는 정치검찰의 탈법적 행태들이 가능했습니다.
사회심리학과 조직심리학을 넘어 최근의 진화심리학과 뇌과학 등의 인지과학 분야에서 쏟아지는 연구논문들은 남성중심적이거나 남성우월적인 조직일수록 위계적인 관료화가 심해지며, 그에 따라 부정부패의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합니다. 오래 전에 폐기된 검사동일체라는 극단적인 위계서열과 조직이기주의가 판을 치고, 국민 모두로부터 비판받는 검찰의 정치화가 좀처럼 사라지지 않는다는 현장 중시의 연구결과들도 계속해서 쏟아지고 있습니다.
모든 분야에서 여성들의 진출과 약진이 두드러지는 디지털 지식사회임에도 사법부와 레가시미디어와 함께 여성들의 활약상과 승진이 가장 더딘 조직이 검찰입니다. 검사에 임명된 여성들의 능력이 남성보다 떨어진다는 어떤 과학적이고 실증적인 증거들이 단 하나도 없음에도 불구하고 현역 검사장이 단 한 명이고, 역대를 통틀어 단 한 명의 여성 고검장도 없었다는 것은 대한민국 검찰의 후진성이 얼마나 심각한지 말해주고 있습니다.
서울시공무원 조작사건이나 희대의 검언유착, 대한민국을 뒤흔들었던 '조국 죽이기'처럼 특정 인물 죽이기나 심지어는 국민이 민주선거를 통해 선출한 대통령의 인사권마저 뒤흔드는 정치행위와 무소불위의 월권을 남발할 때마다, 검찰총장 1인을 맹종하는 남성 검사들의 활약상에 경악을 금치못하곤 합니다. 신성불멸의 권력을 독점한 정치검찰의 일탈과 탈법들이 법치주의는 물론 수많은 피와 희생으로 이룩한 이땅의 민주주의마저 죽이는 단계에 이르러서는 촛불을 드는 것 이외에 다른 선택이란 없었습니다.
국민을 경악시키는 이런 사건들이 터질 때마다 검찰개혁이 국가적 과제로 떠오르지만, 어떤 정부도 신성불멸의 권력을 독점한 정치검찰의 높은 벽을 넘지 못했습니다. 그들을 헌법과 공무원조직법상에 따른 본래의 자리에 되돌리려는 모든 정부는 좌절을 맛봐야 했습니다. 국민적 성원과 시대정신에 힘입은 정부라고 해도 정치검찰의 막강한 권력 앞에서는 존재의 근거마저 잃어버리기 일쑤였습니다.
시민으로 돌아온 노무현 전 대통령이 이땅의 모든 언론들의 무차별적인 엄호사격을 받은 이명박의 정치검찰에 의해 비극적인 최후를 맞은 것이 모든 것을 말해줍니다. 신성불멸의 자리에 오른 정치검찰의 권력이란 나는 새를 떨어뜨리고도 모자라 흔적도 없이 구워먹을 수 있는 경지에 이르렀습니다. 헌데 말입니다, 모든 언론이 철저하게 외면해서 그렇지 조국 관련 재판에서 검찰조직의 무한권력이 하나둘씩 무너져내리는 것을 지켜볼 수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희망, 바로 그것입니다. 대단히 조심스럽지만, 손에 잡힐 듯한 희망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검찰의 애완견을 자처한 언론들이 모두 다 외면하는 상황에서도 시민으로 돌아온 조국의 위대한 반격이 그 이상일 수 없도록 견고하게 보였던 정치검찰의 높은 벽과 무소불위의 권력에 균율을 내고 있습니다. 그것도 뚜렷하고 강력해서 균열로 끝나지 않을, 반드시 쪼개지고 말 그런 균열을 내고 있습니다.
그뿐입니까, 검찰총장 1인에 충성하는 남성 검사들과는 달리 검찰조직의 제자리 찾기에 목숨을 걸고 투쟁해온 여성 검사들의 면면도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지옥보다 더 지옥같은 검찰 내부에서 남성 검사들의 일탈과 탈법을 고발하고, 그들의 월권에 제동을 걸어온 여성 검사들을 알고 있습니다. 고검장은커명 지검장도 바라보지 못할 유리천장에 갇혀 있으면서도 자신의 목소리를 내온 그들은 임은정, 서지현, 진혜원, 안미현 등의 자랑스런 이름을 갖고 있습니다.
해서, 추미애 법무부장관에게 요구합니다. 아니 간곡하게 부탁합니다, 당신이 법무부장관으로 있는 동안 이들 4인방을 지검장으로 발탁해주기를. 발탁해서 검찰의 썩은 환부를 도려내고, 검찰의 정치화에 종지부를 찍고, 강고해질대로 강고해진 유리천장마저 깨부셔주기를. 그 다음은 그들이 알아서 해결해 갈 것이기에 추 장관은 그들을 지검장으로 발탁하기만 하면 됩니다. 윤석렬 검찰총장의 임명권은 대통령에게 있다면 검찰인사는 법무부장관에게 있지 않습니까.
최초의 사례를 만들어주십시오. 그래서 도도하게 이어질 전례가 되도록 하십시오. 대한민국 헌정사에 검찰개혁에 성공한 법무부장관으로 기록돼 후손 대대로 추 장관의 결단에 대해 이야기하게 해주십시오. 언제나 처음이란 있습니다. 모든 개혁은 최초의 결단자의 손에서 시작됐습니다. 누군가는 걸어가야 길이 됩니다. 누구도 가지 않으면 길이 될 수 없습니다. 대한민국 헌정사에 길이남을 추 장관의 용기있는 결단을 기대합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lvOey85NXc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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