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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연휴 잘 보내십시오


제가 급성 장염에 걸렸는데, 예상보다 회복이 더딥니다. 그 바람에 집중해서 글을 쓰는 것이 힘드네요. 한가위 동안 많은 글들을 올리려고 준비도 많이 했는데, 30분만 집중해도 온몸에서 식은땀이 흐르는 등 쉽게 탈진하게 됩니다. 몇 주 전에 다친 다리로 정기적으로 다니는 병원들을 갔다오느라 더욱 힘들었던 것 같습니다. 작년에 간암세포 시술치료를 받은 이래 가장 아픈 것 같습니다. 



아마 2~3일 정도 더 쉬어야 다시 글을 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후원을 약속해주었고, 몇 분은 입금까지 해준 상황에서 건강이 악화돼 글을 쓰지 못하니 미안한 마음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제가 정기후원에 대해 망설였던 것도 갑작스런 건강악화 때문이었는데, 그것이 현실이 된 것 같아 마음이 편치 않습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급성 장염이라 며칠만 고생하면 된다는 사실입니다. 병원약을 잘 챙기고 있으니 곧 좋아질 것입니다.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던 정기후원을 받게 되면서 기운이 넘쳤는데 상한 빵을 먹은 것이 문제를 일으켰습니다. 한가위 동안 광화문도 나가볼 생각이었는데 그것마저 힘들어졌습니다. 역사의 현장에 가고 싶었는데 아쉽기만 합니다. 



하지만 상황이 이러해도 정기후원을 결정해준 분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저의 글을 읽어주는 독자분들에게 추석 인사를 드려야 할 것 같아 이렇게 노트북 앞에 앉았습니다. 사실 인터넷에 글을 올리는 것은 제가 수련해가는 과정입니다. 어떤 것에 대해 진정한 이해가 생겼을 때는 쉬운 언어로 풀어낼 수 있는데, 저는 그것이 부족합니다.



저는 고전이라고 하는 것들에 익숙했던 시대의 막내여서 자신도 모르게 멋을 부리려 하는 경향이 있고, 한글화된 한문을 사용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런 글은 제 스스로는 만족할지언정 누구에게도 다가가기 힘든 글이 됩니다. 지적 교만함에 갇혀 있는 곳에서는 환영을 받겠지만, 인류 역사의 진정한 주인들인 서민들과는 교류하기 힘듭니다. 



쉽게 쓸 수 있는 것이 진정한 능력입니다. 아무리 사유의 능력이 깊고 넓다 해도, 철학적 사고에 익숙하다 해도 그것을 쉽게 풀어내지 못하면 그것은 저만의 지혜에 불과합니다. 저는 이제 중간쯤에 이른 것 같습니다. 보다 많은 사람이 어떤 사안과 개념에 대해 생각을 하게 만들면서도, 그런 생각을 이끌어내는 것이 쉽지만은 않습니다. 



어쩌면 보다 많은 사람에게 저의 글을 알리고 싶다는 욕심에 아고라에 글을 올리기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아고라에 올리는 글을 짧고 쉬워야 하기 때문에 제가 원하는 쉬운 글과는 많이 다릅니다. 저는 쉬운 글을 쓰되, 독자로 하여금 생각을 하게 만들고 싶기 때문입니다. 제가 여러 분야의 책들 중에 투자할 만한 책들을 소개하고, 거기에 나온 좋은 글들을 인용하는 것도 생각의 연쇄를 이어가고 싶기 때문입니다.



민주주의란 그 시대의 대중의 눈높이에서 결정되는 것이라서, 대중의 눈높이가 올라가면 민주주의의 수준도 올라가리라 믿었습니다. 천민자본주의와 매스미디어의 세상에서 사회경제적 약자의 지적 무장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런 생각에는 변함이 없지만, 그것을 달성하는 것은 영원히 불가능하다는 사실도 알고 있습니다.  



결국 유효한 방법은 어려운 내용을 쉽게 풀어내는 것이었습니다. 제가 목표로 하는 사람들의 눈높이에 제가 맞추지 못하면 어떤 글도 의미가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아고라와 블로그는 그 중간쯤에 있습니다. 아마 블로그 일일방문객이 만 명 정도를 꾸준히 유지할 수 있다면, 아니면 정기후원자들이 백 명쯤 이르면 블로그에 집중할 수 있을 것입니다. 



사실 아고라를 염두에 두고 글을 쓰다 보면, 한 걸음 더 들어가야 할 것들을 생략하게 됩니다. 가능한 한 글을 짧게 써야 하는데, 제가 그것에 익숙해지면 한 걸음 더 들어가는 얘기들은 포기해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제가 건강이 좋다면 둘을 병행하면 되는데, 그것은 무리라는 것이 여러 가지 병들을 통해 입증된 상황이라 제 스스로 적정선을 찾아내야 합니다. 



중요한 것은 어떤 형태의 삶을 살던 간에 반드시 풀어가야 하는 고민의 영역이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인생이란 재미있는 것 같습니다. 최고의 철학자가 가장 잘 살지도 않고, 최고의 부자가 가장 행복하게 오래 살지도 않고, 평생 땅만 보며 살아야 하는 농부가 허리가 구부정한들 더 잘 살고 행복할 수도 있으니까요. 



아무튼 저도 책을 읽고, 사유하고, 글을 쓰고 있지만, 늘 그때마다 그 수준에 맞는 고민을 하고 삽니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라는 말이 있지만, 그런 순간이 인생에 몇 번이나 될까 생각해 봅니다. 사회에 대한 비판정신이나 비판이론을 업으로 삼은 만큼 그런 날이 죽는 순간에야 올지도 모르겠지만, 이번 한가위 만큼은 마음 편히 보낼 수 없음이 안타깝습니다. 



세월호 희생자와 유족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편치 못합니다. 그들의 희생이 대한민국을 바꿀 수 있는 거대한 동력을 제공했는데 과연 우리가 그것을 어디까지 살릴 수 있을지, 이번 한가위 동안 많이 생각하고 고민해볼 생각입니다. 다만, 님들도 꼭 그러지는 마십시오. 저는 이런 삶을 업으로 삼은 사람이니 늙은도령의 한가위 푸념이라고 치부하시고, 모두들 추석연휴 잘 보내십시오. 


        

고맙고 감사합니다. 






이름 : 신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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