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직이 과보호 되고 있다는 최경환 부총리님, 대기업 입장을 대변하시느라 참으로 고생이 많으십니다. 최 부총리님이 보기에 우리나라 기업의 경쟁력 약화가 정규직 과보호에 있는 가 봅니다. 이명박 정부 내내 창조적으로 노조를 파괴하더니, 박근혜 정부는 아예 정규직을 직접 겨냥하기로 한 모양이네요.
이명박 정부는 각종 감세조치로 대기업들의 사내유보금을 사상 최고로 늘려주더니, 박근혜 정부는 각종 규제의 철폐와 함께, 빈약한 정규직의 지갑을 털어 대기업들의 사내유보금을 늘려주실 모양입니다. 담뱃값 인상과 같은 간접세를 통해 서민과 비정규직의 지갑을 털 수 있게 됐으니, 이제는 정규직이 타켓이 됐나 봅니다.
참으로 대단하십니다. 최 부총리님이 말씀하시는 과보호되고 있는 정규직이란 어느 정도의 연봉을 받고, 어느 정도의 복지혜택을 누리고 있는지 너무나 궁금합니다. OECD 가입국 중 가장 긴 노동시간에 시달리면서도 정리해고의 두려움에서 한시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정규직이 과보호 받고 있다면 이 땅의 비정규직들은 죽어야 할 모양입니다.
온갖 통계를 통해 증명되고 있듯이, 상위 10%에 전체 부의 80~90%가 몰려 있는 상황에서 하위 90%를 왜 그렇게 집요하게 괴롭히시는 것입니까? 대선과 총선 때는 모든 것을 다해줄 것처럼 하더니만, 부와 권력을 독점하고 있는 상위 10%와 맞서거나 그들을 설득할 용기가 없는 것인지요?
부총리님이 말씀하신 계약직 정규직이란 기존의 정규직 중에서도 중하위 직급을 목표로 하는 것인지, 아니면 앞으로 정규직이 될 수 있는 청년들을 목표로 하는 것인지 궁금합니다. 부총리님에게는 미생이 완생이 되는 것이 그렇게 눈꼴 시린 것인지 궁금하기도 하고요.
비록 하늘이 도와 국회 표결에서 부결됐지만, 정규직 과보호론과 묘하게 연결되는 가업 승계 상속세를 대폭 감면하는 법안도 같은 목적을 가지고 있던 것은 아닌지요? 최 부총리님도 잘 아시지 않습니까, 하위 90%는 돈을 쓸 때마다 어마어마한 간접세를 내고 있다는 사실을.
소비가 미덕인 세상에서 저축할 여력마저 점점 사라져가고 있는 하위 90%는 소비하는 족족 세금을 내고 있습니다. 존재하는 모든 것에 가격이 매겨져 있어 삶을 이어가는 그 자체가 세금을 내는 것이 현대인의 삶입니다. 그리고 그런 현대인 90%가 갈수록 가난해지고 있습니다.
제발 한 국가의 경제를 책임지는 자리에 올랐으면, 지나치게 많이 가진 소수와 대기업의 금고를 터는데 집중해주셨으면 합니다. 자신이 정규직이던 비정규직이던 별로 상관이 없는 자들 말고, 죽어라 고생해도 정규직조차 못되는 사람들에게 '너 너무 과보호 받고 있으니, 이제부터는 언제든지 잘릴 각오를 하라'고 위협하지 마셨으면 합니다. 상위 10%의 금고만 정당하게 털면 그런 말씀은 하시지 않아도 되지 않습니까?
설마 공무원연금 개혁이 뜻대로 안 되니, 이제는 정규직 과보호론을 들고 나온 것인지요? 차라리 4대강공사와 자원외교, 방신비리와 원전비리 등처럼 국민의 혈세를 쌈짓돈 쓰듯이 하는 관행부터 바로 잡으시지요. 조부모와 부모 잘 만난 것 빼고는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는 자들이 대대로 부와 권력을 누리는 부조리를 활성화할 필요는 없는 것 아닙니까?
제발 하위 90%가 아닌 상위 10%와 치열하게 싸워주십시오. 정규직이 아니라 비정규직을 계약직 정규직으로 바꿔주십시오. 아니면, 경제민주화와 반값등록금 약속이라도 지켜주셨으면 합니다. 미생은 그나마 대기업을 배경으로 하는 조금 성공한 자들의 얘기인데도, 그보다 못한 비정규직의 마음까지 사로잡았는지 그것부터 살펴보시지요.
중소기업으로 가면 사정은 더욱 열악합니다. 대기업의 납기 압박과 단가후려치기, 인력과 기술 빼가기 때문에 제대로 된 사업도 힘이 듭니다. 하청에 하청을 거친 현장으로 가면 사정은 더더욱 열악해집니다. 영세사업자를 거쳐 일용직 노동자들에 이르면 이건 무정부 상태나 다름없습니다. 외국인노동자들과 경쟁해야 하는 곳에서는 최저생계비와 노동권이란 존재하지 않습니다.
국민들이 바라는 것은 같이 살자는 것이지, 우리도 잘 살자는 것은 아닙니다. 정부가 국가를 대신해 국민의 삶을 보살펴달라는 것입니다. 최소한 사람답게 살 수 있을 정도의 삶은 보장해 달라는 것입니다. 재취업이 쉽다면, 해고기간동안 국가가 책임져준다면, 복지가 잘되고 있다면 정규직 과보호론에 반발하지도 않을 것입니다.
인구수와 제조업, 국민정서처럼 여러 가지 면에서 한국은 독일을 모델로 해야 합니다. 그들이 모든 유럽이 위기에서 벗어나지 못하는데도 잘 나가는 이유를 자세히 들여다보십시오. 그러면 정규직 과보호론이 얼마나 현실을 왜곡하고 있는지 알게 될 것입니다.
제발 이 땅의 중년과 청년들이 인간답게 살 수 있도록 최소한의 조건은 만들어주십시오. 그것이 국가의 역할이고, 경제를 총괄하는 부총리의 역할입니다. 현재 국민들은 폭발 직전의 상태입니다. 인내가 한계에 다다르면 그 이후의 일이란 어느 누구도 장담할 수 없습니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써 최경환 부총리님에게 레드카드를 내밀 수밖에 없습니다. 지금의 20대와 30대는 계기가 주어지면 혁명을 성공시킬 수 있는 이 땅의 미래입니다. 그들 편에 서서 세상을 보다 정의롭게 만드는 일에 전념하시면, 몇 십 년 후에는 <명량>이 아닌 <최경환>이 모든 흥행기록을 갈아치울 것입니다.
지렁이가 꿈틀하도록 밟는 것, 이젠 그만 좀 합시다. 참는 데도 한계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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