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울할 수도 있는 첫 번째 희생자가 나왔습니다. 유출된 정윤회 문건을 언론사와 대기업 등에 유포한 혐의로 검찰의 수사와 그 위의 압박에 부담감을 느낀 최 모 경위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최 경위에게 적용된 검찰의 범죄 혐의 소명이 부족해, 법원에서 구속영장이 기각된 것을 기준으로 하면, 자살한 최 모 경위는 대통령과 청와대에 원죄가 있는 정윤회 문건의 첫 번째 희생자입니다.
어제 JTBC 밤샘토론에서 봤듯이, 정윤회 문건이 나온 배경 등에 대해 보다 많은 정보(특히 박근혜 대통령과 문고리 3인방의 역사에 대해)가 제공될 경우 국민의 판단이 분명해질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대통령과 청와대의 주장과 검찰 및 법원의 판단이 다르고, 여야와 언론들의 보도도 다른 상황에서 문건 내용에 대한 국민의 궁금증은 갈수록 커지고 있습니다.
대통령이 직접 찌라시로 규정한 문건이 유출됐고, 세계일보를 통해 일부가 보도됐지만, 국민들은 청와대가 고소‧고발을 남발해 정윤회 문건의 추가 공개를 막고 있습니다. 지난해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위원장의 남북정상회담록 전문이 공개된 것에 비하면 찌라시에 불과한 문건을, 언론은 보도도 못하고 국민은 볼 수도 없는 상황입니다.
이는 마치 국민들이 문건을 둘러쌓고 권력의 심부에서 벌어진 추악한 권력 다툼에 대해 합리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근거를 차단하는 것입니다. 박 대통령과 청와대의 소통방식과 예산집행 등은 국정 운영의 투명성이 생명인 민주주의에 반하는 일이며, 국민의 알권리 차원에서도 초법적 행태입니다.
민주공화국인 대한민국은 국민이 권력의 원천이며 국가의 주인이기에, 대통령 주변에서 일어난 권력 암투이건, 아니면 대통령의 동생임에도 피해의식을 가질 수밖에 없게 된 박지만 회장을 중심으로 한 7인회의 국정 농단이건 간에 해당 문건을 볼 권리가 있습니다. 십수 년 전부터 계속된 정윤회 관련 의혹과 문고리 3인방의 풍문은 이제 만천하에 공개돼야 합니다.
대통령이 여러 번에 걸쳐 얘기했듯이 정윤회 문건이 풍문을 모은 찌라시에 불과하다면, 최 경위가 자살하고 여론이 갈수록 악화되는 상황을 감안하면 세계일보를 통해서건, 아니면 검찰에 의해서건 문건을 공개해 국민의 판단을 받는 것이 또 다른 희생자를 막고, 실체적 진실이 왜곡되는 것을 막을 수 있는 최선의 방법입니다.
제왕적 권력이던, 문고리 3인방에 의해 유지되는 권력이던 간에 대통령과 청와대가 갖고 있는 일체의 권력은 국민에게서 위임받은 권력입니다. 그들 모두는 국민의 혈세로 먹고 사는 존재이기도 합니다. 국민으로부터 권력을 위임받은 대통령과 청와대 직원들에 문제가 있다면 이를 회수할 수 있는 것도 국민의 권리입니다.
현재의 상황에서 국민은 누구도 믿을 수 없는 상태입니다. 매주 발표되는 대통령 지지율이 계속해서 하락하는 것에서 국민이 느끼는 실망과 피로감이 얼마나 큰지 알 수 있습니다. 국민은 경제가 어디까지 추락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대통령과 청와대 주변에서 일어난 추악한 권력의 암투가 빨리 정리되기를 바랍니다.
이런 이유들로 해서 국민은 정윤회 문건이 정말로 찌라시인지 스스로 판단하고 싶어 하며, 그것은 이 나라의 주인인 국민의 권리이기도 합니다. 대통령 주변과 청와대에서 일어난 권력 암투가 찌라시와 공식 문건 사이를 오락가락하며 이곳 저곳으로 돌고 있는 것 자체가 비정상이라는 것은 삼척동자도 알 수 있는 일입니다.
대통령, 청와대, 검찰, 경찰, 언론, 문건 관련 당사자들을 믿을 수 없는 국민에게 문건 전체를 공개해 여론의 재판을 받는 것이 가장 확실한 해결책입니다. 국가의 주인인 국민이 정윤회 문건의 내용이 대통령의 주장처럼 찌라시에 불과하다고 판단한다면 문제 해결은 단순해집니다.
반대의 경우에는 대통령의 눈과 귀를 가리는 자들을 청와대에서 내보내고, 법적 처벌을 받게 하면 됩니다. 이번 문건 파동을 돌파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대통령이 민심의 바다로 나와 국민의 판단을 구하는 것입니다. 김진 중앙일보 논설의원은 국민의 수준을 형편없이 보지만, 국민은 반대로 생각하고 있으며 사건을 빨리 정리하기 위해서 문건의 내용을 보고 싶어 합니다.
대통령이 여러 번이나 찌라시로 규정한 문건이라면 국민에게 공개한다고 한들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여야의 합의 하에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전문이 공개됐지만, 국민의 냉정하고 이성적인 판단에 의해 가장 완벽하게 해결됐습니다. 결국 냉철하고 합리적인 국민의 판단이 모든 것을 결정합니다.
그게 우리 국민의 수준이고, 수많은 희생을 거쳐 정립시킨 민주주의고, 대한민국 헌법에 나와 있는 핵심정신이며, 정보시대의 진정한 정치입니다. 국민은 상위 1%에 속하는 권력엘리트들이 이권을 놓고 다투는 악취 풍기는 막장드라마에 신물이 날 정도로 역겨워하고 있습니다. 최초의 희생자가 나온 지금, 이제는 국민이 직접 판단할 수 있도록 정윤회 문건 전문을 공개해야 합니다.
사진 출처 : 구글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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