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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조중동이 끼면 <국제시장>은 정치영화가 된다



조중동이 개입하면 존재하는 모든 것이 이념적 양극성을 띠게 된다는 것을 입증하고 있는 <국제시장>의 흥행 성적이 보수 정부와 정당 및 집단에 의해 갈수록 왜곡되고 있습니다. <국제시장>은 한국의 산업화가 일부 지도자의 독점물이 아닌 덕수처럼 평범하고 힘없는 앞선 시대의 아버지들이 이룩한 것임을 말해줍니다.





60~70년대의 아버지들은 대부분 덕수처럼 살았고, 그들의 피와 땀과 희생들이 쌓이고 축적돼 한국은 6.25전쟁의 폐허에서 산업화의 토대를 다질 수 있었습니다. 경제를 전혀 몰랐던 박정희가 김재규의 총에 죽지 않았다면 산업화의 영광은 그가 아니라 <국제시장>의 주인공들인 덕수 세대에게 돌아갔을 것입니다.



1978년부터 하향세를 보인 한국 경제는 1979년을 거쳐 1980년에 이르러 극한에 달해, 정치적 정당성이 없었던 독재자 박정희를 권좌에서 끌어내렸을 것이고, 그의 신화도 거기서 끝났을 것입니다. 아니 구국의 결단인 군사쿠데타와 유신독재가 압축성장이란 신화가 됐다는 제멋대로의 포장도 이루어지지 않았을 것것입니다. 





헌데 김재규의 저격이 박정희의 능력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기회를 박탈했고, 분출하는 민주화 요구에 대한 반작용으로 박정희의 독재가 보수세력의 논리인 민주화의 기초를 다진 산업화로 재포장되기에 이르렀습니다(산업화가 민주화를 견인한다는 것은 일부의 진실일뿐, 유럽과 아시아, 남미 등의 예를 보면 민주화가 산업화를 견인한 경우가 더 많았습니다). 



전국에서 열화처럼 타오른 민주화 요구가 ‘서울의 봄’으로 폭발했지만, 박정희의 양아들로 알려진 전두환이 군대를 동원해 정권을 잡으면서 당시의 덕수들에게 주어져야 했던 산업화의 영광이 박정희에게 돌려졌습니다. 역사는 언제나 승자의 기록이었기 때문에 이 땅의 덕수들은 산업화의 주역으로도 기록되지 못했습니다. 



그들에게 영광을 돌리기에는 박정희의 실적이 너무나 초라했고, 군부독재의 정당성을 쥐어짜내기 위해서는 산업화의 영광을 철저히 박정희와 그를 따르던 소수 엘리트에게 넘겨줘야 했습니다. 그 결과 수많은 약자들인 덕수 세대들은 산업화의 정당한 대가도 챙길 수 없었습니다. 현재의 노인빈곤율 세계 최고가 바로 이것에서 기원했습니다. 





Out of sight, Out of mind 라는 말처럼, 독일과 베트남을 거쳐 국제시장까지 이어진 수많은 덕수들이 흘린 피와 땀, 희생이 승자의 기록에 오르지 못했기에 두 세대가 지나기도 전에 역사의 전면에서 멀어졌습니다. 황정민과 오달수의 <국제시장>이 이런 덕수들에 대한 후세대의 세련된 헌사이며 조금은 일방적인 변론일 수밖에 없음이 이 때문입니다.   



영화에 담을 수 없었던 또 다른 덕수들이 노인에 접어든 지금 한국의 노인빈곤율이 세계 최고 수준에 이른 것은 아예 언급도 하지 않았기 때문에, <국제시장>은 아버지에 대한 진정한 의미의 헌사이자 존경의 표시인 다니엘 데이 루이시 주연의 <아버지의 이름으로>이 관객에게 주는 감동과는 분명한 차이를 보입니다. 





영화를 보고 자신들이 저지른 비뚤어진 권력암투의 역사를 반성해야 할 조중동과 보수세력이 정치적 목적으로 <국제시장>에 이념적 색칠을 덧칠하는 것은 빈곤에 처해 있는 오늘의 수많은 덕수들을 똑같은 방식으로 두 번이나 욕보이는 것입니다. 첫 번째는 독재자를 포장하는데 동원됐던 방식으로, 두 번째는 독재자의 딸을 재포장하는데 동원되는 방식으로. 



단지 시대적 환경이 다를 뿐입니다. 첫 번째는 민주주의의 경험이 너무 부족했고 가족의 행복이 우선이어서, 두 번째는 민주주의를 너무나 당연시 여긴 데다 개인의 행복이 우선이어서, 조중동과 그들의 똘마니들이 덕수 세대와 IMF 이후 세대들도 얼마든지 욕보일 수 있었습니다. 



이에 대해 박근혜의 콘크리트 지지층을 자처하는 덕수 세대들과 일베충을 자처하는 사람들이 심각하게 고민하기를 바라지만 기대난망인 것인 현재까지의 경험이 말해주고 있습니다. <국제시장>이 덕수 세대들에게 폭발적 반응을 불러올수록, 6070세대들은 그들이 <국제시장>의 주인공이었을 때의 나이와 엇비슷한 현재의 2030세대들을 이해하려 하지 않을 것입니다. 



이미 그런 간극을 파악하고 있는 조중동과 그들의 똘마니들에게 <국제시장>은 보수층의 결집과 일베의 숫자를 늘릴 비옥한 텃밭이나 다름 없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잘 차려진 밥상에 숫가락만 얹으면 되고, 청와대는 국정난맥상의 진원지라는 비난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젓가락만 얹으면 되고, 조중동은 몇 편의 관련 기사로 농약을 뿌려주면 그만이므로.           



                                               

                                                                                                            사진 출처 : 구글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