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의 당대표 선거에 나선 박지원 의원의 선거전략이 정말로 치사하고 졸렬합니다. 당대표가 되기 그와 그의 참모들이 뱉어내는 말들은 정치의 금도를 넘어 비열한 수준에까지 이르렀습니다. 논리적으로 볼 때, 친노가 계파여서 문재인이 안 되다면 당대표 선거에 관한 한 비노 연합도 계파이기 때문에 박지원에게도 적용되야 합니다.
정치 10단 소리를 들었던 김대중 대통령에게서 배운 것이 고작 정치선동의 네커티브 뿐인지, 노회한 구태 정치인에서 치졸한 정치인을 왔다 갔다 하는 선거행태가 진흙탕 싸움의 정화를 보는 듯합니다. 박지원이 한국정치판에서 사라져야 할 대표적인 인물로 자리매김하려는 것이 아니라면, 최소한의 도의와 금도를 넘어서는 마이너스 행태는 자제해야 합니다.
박지원이 매일같이 쏟아내는 말들을 듣고 있자면 제1야당이 왜 이 지경까지 몰락했는지 알 수 있습니다. 당이 어떻게 되던, 당의 자산이 어떻게 되던, 차기 총선과 대선의 결과가 어떻게 나오던, 국민이 뭐라고 말하던 나만 잘되면 그만이라는 박지원의 선거전략은 제1야당의 현주소를 말해줍니다.
특히 박지원의 참모인 박주선의 '대선후보 유일체제 구축'이라는 발언은 정치적 도의와 금도를 넘어 북한 비판에서나 들을 법한 말이어서 경악을 금할 수 없습니다. 민주주의 정당에서 '유일체제'를 언급한다는 것은 정신병자가 아니면 나올 수 없는 발언이며, 문재인에게 이를 적용하는 것은 새누리당의 수구꽅통들이나 할 수 있는 발언이어서 그의 정체성이 의심스러울 뿐입니다.
혹자는, JTBC의 '5시 정치부회'가 끈질기게 주장하는 것처럼 문재인이 대선 패배를 지고 정치일선에서 물러났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대선이 치러지는 과정에서 드러난 국정원의 선거 개입부터 개표조작 논란에 이르기까지 문재인이 정치일선에서 물러날 수 없었던 당시의 상황은 언급조차 하지 않습니다.
언론과 방송, 정부와 여당, 보수층이 총동원된 집중포화가 만들어낸 노무현의 죽음을 자신의 정치인생으로 풀어내야 할 문재인의 운명까지 언급해야 한다면, 문재인의 은퇴는 노무현 정신의 종말 또는 퇴출을 의미했습니다. 노무현이 사람 중 안희정을 빼면 이렇다 할 후계자도 보이지 않았던 점도 고려해야 합니다.
지난 대선은 문재인이 패배를 이유로 현실정치에서 물러나 있으면 안 된다는 것을 증명했습니다. 민주주의의 기본인 선거마저 부정과 불법으로 얼룩진 대한민국에서 문재인처럼 기존의 정치논리에 휘둘리지 않는 정직하고 투명하며, 부유하지 않은 인물이 필요하다는 것을 말해주었습니다.
정치지도자로서 문재인은 노무현의 거대한 벽을 넘지 못한 것과 리더십의 실체가 뚜렷하지 않다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가 현실정치에 뛰어든 것이 이제 3년에 불과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그리 놀라운 일도 아닙니다. 안철수 현상을 소화해내지 못했던 안철수처럼, 노풍에 버금가거나 그것을 뛰어넘을 수 있을 정도의 리더십을 갖추렴 그에 합당한 정치적 경험과 반성적 성찰이 필요합니다.
합당한 시간이 주어져야 합니다. 단기적으로 볼 때, 개별 존재로서의 인간의 진화는 한 세대에는 일어나지 않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 종으로서의 인류는 개개인의 경험을 축적돼 진화한다는 다윈의 진화론이 상당한 정도의 진실이라면, 문재인도 경험을 통해 진화하는 정치인의 모습을 보여주지 말라는 법도 없습니다.
물론 박근혜 대통령처럼 경험의 축적에 따른 진화의 방향이 역방향으로, 즉 민주주의에서 권위주의적 독재로 거슬러 가는 과거 지향적 퇴행이 일어날 수도 있습니다. 문재인을 지난 대선의 패배와 계파의 수장으로 옭아매는 박지원의 네거티브 선거전략이 바로 그러합니다.
보수에만 노회한 꼴통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당권과 대권이 분리돼야 무기력한 야당의 집권능력(총선의 승리)이 재생되고, 대선에서도 승리할 수 있다는 주장은 증명된 사실도 아닙니다. 김대중과 노무현이 당권에 도전하지 않아서 대통령이 됐다는 논리는 성립하지 않는 것처럼, 문재인에게도 똑같이 적용됩니다.
문재인의 선택은 당부터 살려야 그 다음이 있다는 것인데, 박지원은 그것이 틀렸다는 논리적 근거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고, 자신이 당권을 잡으면 총선과 대선에서 승리한다는 주장도 설득력이 떨어집니다. 대선은 아직도 3년이나 남았기 때문에 어떤 변수가 돌출할지 알 수 없다는 것은 학문의 기본인 현대물리학에서 현실정치까지 관통하는 진리입니다.
따라서 지금은 제1야당을 살려 퇴행하는 민주주의를 제자리로 돌리고, 부의 불평등을 완화하며, 방송의 공정성을 확보하고,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할 대표로 누가 적절한지를 따져야 할 때입니다. 3년 뒤의 대선은 생각하지도 말고, 무기력 무능력 무대책의 제1야당을 집권능력이 있는 살아있는 정당으로 만드는 것이 우선입니다. 친노, 비노를 넘어 전통 야당의 본성과 정체성을 회복하는 것이 급선무입니다.
박지원이 보여줘야 할 것도 그것이지, 문재인은 안 된다는 근거도 없는 네거티브 전략이 아닙니다. 다윗이 골리앗을 이긴 것은 불굴의 용기와 선한 지혜, 정의에 대한 확신과 인간에 대한 사랑에서 나왔음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누가 당대표가 되도 선거에서 입은 상처를 봉합하는데 상당한 에너지를 써야 한다면 더 이상 새정치민주연합의 미래는 없습니다.
사진 출처 : 구글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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