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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

이완구 미공개 녹취록과 쓰레기 논란



한국일보 승명호 회장? 그 사람 형 은호가 (나와) 보통 관계가 아니다. 나는 그 양반이 한국일보 맡을 줄 몰랐다 내가 (충남)도지사 그만두고 일본에 가 있었어요. 7개월 동안. 일본에 가 있던 집이 승 회장 집이야. 세상이 다 이렇게 엮여 있다고. 모른다고, 어떻게 될지. 


이게 무서운 얘기 하는 거야. 60 넘어가면 어디서 어떻게 엮일지 몰라요. 그러니까 인생사라는 게 서로들 얽혀 있어서 함부로 하면 안 돼. 대한민국 사회는 특히. 그래서 내가 언론인들 많이 챙깁니다. 김○○이도 지금 ○○○○ ○○ 하고 있지? 그러니까 여기까지 40년 지탱하고 살아온 거지. 우리나라 정치판이 얼마나 어려운데. 침착하게 남을 도와주는 마음으로 가면 언젠가는 그게 리턴이 돼요. 막 그렇게 해버리면 너도 데스크로 가는 거지. 너도 너 살려고 할 거 아니야. 빼 하면 뺄 수밖에 더 있어? 


그렇지 않소, 세상사가. 그럼 이상하게 돼 버리는 거야. 그래서 나는 젊은 기자분들 내 자식 같잖아. 큰 자식이 37입니다. 우리 60 평생 살았으니 얼마나 흠이 많겠소. 우리나라 압축성장 과정에서 본의 아니게 흠이 많겠고. 똑같은 거지. 우리 사는 게. 흠이 있더라도 덮어주시고, 오늘 김치찌개를 계기로 좀 도와주소. 섭섭한 거 없지? 결론적으로 한겨레 기사는 클리어 된 거야. 동의합니까?



<미디어오늘>이 입수한 ‘이완구 녹취록 미공개분’을 보면 이완구의 대언론관의 인식이 얼마나 왜곡돼 있는지 알 수 있습니다. 이 녹취록을 보면 <한국일보>의 편집국장 이상의 임원진들의 결정에 따라 이완구의 자격미달을 보도하는 특종을 포기하고, 오히려 사과문을 보도해 이완구에게 힘을 실어줬는지 알 수 있습니다.



미공개 녹취록의 마지막에 "결론적으로 한겨레 기사는 클리어 된 거야, 동의합니까?"라는 이완구의 발언은 그가 기자 4명과 김치찌게를 먹으며 초법적 발언을 일삼은 목적이 무엇인지 명백히 드러납니다. 그는 한국일보의 사과문 내용과는 달리 언론 보도를 막기 위해서 무슨 짓이라도 할 수 있음을 분명히 했습니다. 이는 총리의 결격사유가 아니라 언론의 자유를 침해한 범죄입니다.   





이완구의 미공개 녹취록은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대단히 심각한 문제점들이 담겨 있습니다. <한국일보>가 특종 대신 청문회가 시작되는 날 사과문을 발표한 것은 이완구의 인맥이 작동했다는 간접적인 증거가 되기 때문입니다. 스스로 정론지를 부정한 <한국일보>의 행태는 대한민국 언론생태계의 현주소가 얼마나 망가졌는지 보여줍니다. 



고재학 한국일보 편집국장ㅡ이완구를 청문회 이전에 만난 것으로 밝혀져 범죄성은 더욱 커졌다ㅡ은 <미디어오늘>과의 통화에서 “한국일보 기자가 있어서 과시성 발언을 한 것으로 현장 기자도 그렇게 느꼈고 정치부 데스크도 그렇게 판단해 편집회의 안건으로 안 올렸다”고 해명했습니다. 



하지만 미공개 녹취록을 보면 이완구가 한국일보 회장과의 친분을 과시해 기자를 어르고 달래기 위한 ‘과시성 발언’이 흥분 상태에서 나온 것이 아님을 보여줍니다. 그의 발언이 의도적이었기 때문에 그의 인식을 명확히 보여줍니다. 말과 언어가 존재의 의식에서 나온다는 것은 심리학과 정신분석학의 기본에 속합니다. 



양보에 양보를 한다고 해도, 그것이 '과시성의 발언'인지 판단하는 것은 독자가 할 일이지, 편집국장을 비롯한 임원진이 할 일은 아닙니다. 언론의 그런 것까지 고려해서 보도를 결정한다면 모든 언론사에는 심리학자와 정신분석학자를 상주시켜 취재 당시의 대상인물이 어떤 심적 상태였는지부터 분석해야 합니다. 넌센스도 이런 넌센스가 없습니다.  





취재윤리 운운했다 정신을 차린 <JTBC 5시 정치부회>가 상세히 보도한 대로, <한국일보>는 ‘애국가를 국가가 아니다’라는 ‘이석기의 발언 녹취’를 공개한 적이 있었습니다. ‘이완구 발언 녹취’를 공개하지 않은 <한국일보>가 그때는 국민의 알권리를 충족시켜주었다고 타 언론사들로부터 칭찬을 받았습니다. 독자들도 같은 반응을 보였습니다.



똑같은 취재윤리 문제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사안이었지만, 하나는 보도할 수 있고, 나머지는 보도하지도 않고 사과까지 해야 했다면 이런 표리부동과 이율배반은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는 블랙코미디의 최고봉입니다. 이완구의 총리 임명은 일그러진 대한민국 언론사의 치욕입니다. 이중잣대에서는 어떤 정당성도 나오지 않기 때문에 한국일보는 보도에 있어 취재윤리를 결정하는 기준이 무엇인지 밝혀야 합니다. 



또한 <한국일보>는 이완구 발언을 보도하지 않고 사과문을 내보낸 과정에서 외압이 있었는지 상세히 밝혀야 합니다. 만일 편집국장과 임원진들이 승 회장의 압력 때문에 이런 비겁한 결정을 했다면 모두 다 사퇴해야 합니다. 언론인으로서 최소한의 양심이라도 있다면 독자와 국민에게 사죄를 표하고 언론계에서 영원히 떠나야 합니다.





이완구가 자신사퇴하지 않고 끝까지 버틸 수 있는 것도 <한국일보>의 사과문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것으로도 부족할 지경입니다. 여기에 조폭 방송 TV조선의 쓰레기 앵커는 생방송 중에 한국일보 기자를 향해 “쓰레기”라고 광기 어린 말까지 했으니, 이 모든 것의 근원인 이명박의 대죄는 어떻게 처단해야 할까요?



민주주의에 대한 이해가 턱없이 부족한 대통령에, 대언론관이 조폭 수준인 총리까지 더해지면 대한민국은 어디로 흘러갈까요? 이완구가 총리로서 결격사유가 없다고 주장하는 여당까지 이런 추세에 합류했으니, 대한민국이 정말로 민주주의 국가가 맞습니까? 언론과 집권세력에게 국민은 호갱에 불과합니까?  



2년 전에 돌아가신 제 고모부님은 동아일보 사태 때 해직된 기자였으며, 한겨례신문을 창립한 5인 중에 한 분이었습니다. 권력에 순종하지 않고 평생을 언론인으로서의 사명을 다했던 분이었습니다. 그리고 그런 분들 참 많았습니다. 박정희의 유신독재와 전두환의 군부독재 때에도 그분들은 언론인으로서의 사명감을 잃지 않았습니다. 





독재 도지사 홍준표에 맞서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는 지방 MBC의 기자들이 보여주는 것처럼, 이런 선배를 빼닮은 좋은 후배 언론인들도 많습니다. 언론사의 오너들과 경영진 및 고위간부들이 자신의 기득권 지키기에 급급하느라 좋은 언론인들이 빛을 보지 못할 뿐입니다. 그들은 지금도 현장을 누비며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그들에게 힘을 실어줘야 합니다. 그것이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지키는 일이며, 우리의 삶의 질을 높이는 가장 빠른 지름길입니다. 언론이 바로 서면 정치가 바로 서고, 그럴 때만이 국민은 바른 선택을 할 수 있으며, 이는 정부가 제 역할을 하도록 만듭니다.



                                                                                       사진 출처 : 구글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