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정치

유승민 발라내기의 배후에 무엇이 있을까?



꼭 찍어서 발라내기의 명수인 박근혜의 대반격이 만만치 않다. 유승민을 발라내는 과정은 채동욱을 발라내는 과정보다 더욱 강력해서 김무성까지 꼬리를 감추고 납작 엎드리게 만들었다. 유승민이 인지도가 높아졌느니, 지지율 2위에 올랐느니 하는 보도는 설거지에 들어간 것을 말한다. 그는 권위주의 독재자에 의해 숙청당한 것이며,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유승민이 탈당해 새로운 정당을 차리지 않는 한 그는 새누리당의 대선후보가 될 수 없다. 대구에서 공천을 받는 것조차 불가능할 것이다. 박정희에서 박근혜로 이어진 대구·경북 지역의 콘크리트 지지층을 대체할 만한 지지층을 확보하고 있는 정치인은 현재의 보수진영에는 단 한 명도 없기 때문이다.  



군주 박근혜가 직접 찍어서 발라냈음에도, 박근혜의 참모들과 김무성, 보수진영의 전략가들이 바보가 아닌 이상 유승민을 대구·경북 지역의 차세대 지도자이자 새누리당의 대선후보로 키워줄 이유가 전무하다.

퇴임 후까지 고려한 박근혜의 냉혹함을 지켜본 조중동과 종편, 보도채널, 지상파3사가 유승민을 다루는 것도 며칠에 불과할 것이다.



그는 박근혜에 대항해 스스로 일어설 수 있는 당내 세력도, 지역적 기반도 없다. 박근혜와 청와대, 김무성 연합과 맞싸워 이길 새누리당 의원은 존재하지 않는다. 차기 원내대표를 합의추대 방식으로 뽑겠다는 것이 무엇을 뜻하겠는가? 이미 새누리당은 박근혜와 청와대에 장악된 상태고, 총선까지 친박의 약진만 있을 뿐이다.





세월호 참사와 메르스 대란 같은 초대형 악재가 동시에 일어나지 않는 이상 유승민이 살아날 방법은 없다. 거대 양당체제의 바깥에서 대통령이 나올 수없는 나라가 한국이고, 새누리당에서 유승민을 옹호하는 탈당파가 40명 정도, 새정치민주연합에서 20명 정도가 나와서 신당을 차리면 모를까, 가능성 거의 제로인 돌발상황이 도래해야 유승민이 살아날 수 있다.



유승민 발라내기는 박근혜와 청와대가 보수진영에 관한 한 권위주의 독재시절의 방법을 노골적으로 가동하겠다는 선언이다. 황교안의 사정정국이 이를 뒷받침할 것이며, 언론들의 동조가 있을 것이며, 법원의 맞장구(박지원과 한명숙 등의 판결로)가 있을 것이며, 포털에서도 뚜렷한 변화가 일어날 것이며, 북한 보도가 늘어날 것이다.



총선 승리를 위해 선심성 공약이 남발될 것이며, 야권에 불리한 정치공작이 난무할 것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이 혁신에 성공한다 해도 박근혜와 청와대, 언론과 사정정국의 거대한 태풍을 뚫어낼 수 있을지 장담하기 힘들다. 여기에 심상찮은 조짐을 보여주고 있는 JTBC까지 무너지면 최악도 각오해야 한다(JTBC 보도부문에서 일어나고 있는 변화에 대해서는 별도의 글로 다룰 생각이다).





10대의 언어에 일베용어가 익숙해질 정도로 보수화됐고, 제왕적 대통령이 살기등등한 권력을 휘두르겠다고 선언한 상황에서 민주주의란 허울뿐인 것으로 전락한다. 대한민국은 지금 권위주의 독재공화국으로 접어들었다. 이를 뒤집으려면 제1야당이 천지개벽에 준할 만큼의 혁명에 성공해 새누리당보다 더 많은 유권자를 투표소로 끌어낼 수 있어야 그 다음이 있다.



하늘이 두쪽 나도 지지를 철회하지 않은 콘크리트 지지층을 보유한 박근혜와 청와대 3인방의 유승민 발라내기는 대성공을 거두었지만, 새정치민주연합의 혁신은 더디기만 하다. 나머지 군소야당은 지리멸렬한 상태고 양대 노조의 힘도 최악의 수준까지 떨어졌다. 전교조는 법외노조로 투쟁력을 잃었고, 전통의 시민단체는 보이지도 않는다.



제왕적 권력의 속성이란 내부에서부터 무너져 내려야 위력을 잃는 법이다. 유승민 발라내기는 내부 단속이 강화되는 과정이었다. 다시 말해 눈에 가시 같았던 유승민을 박근혜가 발라내기로 작정하고ㅡ그것도 메르스 대란으로 수세에 몰린 상황에서도 성공했다면 박근혜의 레임덕은 너무 멀리 떨어져 있다는 뜻이다.  



유승민 발라내기의 배후에 이런 것들이 자리하고 있다. 보수화된 기득권의 나라, 대한민국의 제왕적 대통령이 그의 아버지처럼 통치하겠다고 선언해도, 이것에 저항할 여력도 없는 야당이 성완종과 메르스 특검이라도 진행할 수 있을까? 자발적 복종과 각자도생에 익숙해진 국민이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에 힘이라도 보탤 수 있을까? 



노무현처럼 거대한 바람을 일으킬 수 있는 폭발적인 지도자가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가 보여준 리더십만이 대한민국의 잃어버린 10년을 제자리로 돌려놓을 수 있다. 호남을 끌어안고 수도권을 들끓게 할, 그래서 충청과 경남이 들썩거릴 그런 신바람을 일으킬 수 있는 정치인이 필요하다.  



하지만 그 전에 우리가 변할 준비를 하지 않으면, 우리가 그 전에 신뢰와 협력의 에너지를 축적해두지 않으면, 우리의 적이란 우리는 위험에 빠뜨리고 가난하게 만드는 부와 권력을 독점하고 있는 상위 1%에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면, 그래서 더 이상 굴종하지 않고 행동한다면 모든 정치인이 노무현이 되고, 우리 모두가 바람이 된다.  



                                                                                       사진 출처 : 구글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