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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명박이에게 SOS 보내는 철수의 커밍아웃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은 안철수현상을 또다시 논할 생각은 없다. 문재인 대표 체제를 흔들며 안철수가 제시했던 것들이 새정치와 끊임없는 혁신이었음에도, 국고지원 90억원 때문에 정반대로 가고 있으니 안철수현상이 그에게서 철수했음이 너무나 명백하기 때문이다. 안철수가 국민의당 창당과정에서 자신의 돈을 쓰지 않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그가 낸 당사건물 전세금은 돌려받으면 그만이다. 





문제는 여기에 있지 않다. 안철수와 국민의당 관계자들이 국고지원을 받기 위해 이명박에게 노골적으로 SOS를 치는 후안무치에 있다. 하나의 정당을 이끌기에는 터무니없을 정도로 정치력이 부재한 것은 삼척동자도 알게 됐고, 자신의 재산을 늘리기 위해서 기업활력제고법(일명 원샷법)에 찬성할 필요가 있었다고 하지만, 테러방지법에 이어 국회선진화법도 개정해야 한다는 발언에 이르러서는 그의 노골적인 커밍아웃이 필자의 예상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않아 당황스러울 정도다. 



안철수가 이놈 저놈 온갖 잡놈들을 다 받아들였음에도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하는 것이 힘들어지자, 자신을 카이스트 석좌교수(이명박과 BBK를 설립한 것으로 알려진 정문술의 300억 기부 덕분에 탄생한 정체불명의 석좌교수)를 거쳐 듣보잡의 전형인 서울대 융복합대학원의 초대원장(이것도 김무성이 그렇게도 좋아하는 찌라시통신에 의하면 이명박의 입김이 작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까지, 사기성 짙은 신분상승의 세탁을 통해 유력한 대선후보로 만들어준 이명박에게 의원 몇 명만 보내달라고 SOS를 날리는 정치코미디는 에미상 후보로 노미네이트 되기에 손색이 없을 정도다. 



국회선진화법은 국정권과 군 사이버사령부, 선관위까지 동원한 불법·부정선거가 원하는 결과를 내지 못할 때를 대비해 이명박이 입법부에 정치적 보험을 들어둔 것이었다. 19대 총선결과가 나라를 팔아먹어도 박근혜를 지지하는 35%를 기반으로, 욕망의 투표에서 벗어나지 못한 50대에게만 '보이지 않는 손'으로 작용한 불법·부정선거의 도움이 더해지면서 뜻밖의 압승을 거두자, 보험의 역할을 해야 할 국회선진화법이 '아닌 밤 중에 제발 찍는 도끼'로 변해버렸다. 



하늘이 대한민국을 버리지 않았다는 증거인 국회선진화법의 맹활약 덕분에, 이명박의 수중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박근혜가 1%의 지배를 영속시킬 마지막 법안들(특히 노동5법과 테러방지법)을 처리할 수 없었다. 이런 역사의 아이러니 때문에 새누리당은 국회선진화법 개정을 위한 게릴라전까지 펼쳐야 했다. 문재인의 탁월한 활약 때문에 총선에서의 압승도 불가능해진 상황까지 고려하면 특단의 조치가 절실한 것은 야권이 아니라 집권세력이었다. 





그들은 정치적 뿌리가 이명박에 있는 안철수를 바라보았고, 대통령 후보로 키워진 자신의 대권욕 때문에 신당을 창당한 안철수는 원내교섭단체를 이루는 것도 힘들어지자 그들을 바라보았다. 서로를 갈구하는 뜨거운 시선이 정치적 정사를 하면서 절정상태에 이른 그들이 연신 괴성을 질러댔다. 국회선진화법을 개정해야 해, 으응! 부의 재분배가 아니라 성장에 올인해야 해, 아응! 원내교섭단체를 위해 3명만 보내줘, 이잉! 



안철수는 현 집권세력의 수장인 이명박근혜에게 연속해서 SOS를 보냈고, 그의 노골적인 커밍아웃에 이명박(근혜)는 고민에 빠져들었다. 한바탕 그짓을 치르고 난 뒤에는 아무 생각도 나지 않는 법, 현재의 안철수와 국민의당을 보면 도무지 계산이 나오지 않았으리라. 현역의원 세 명을 보내주는 것은 그 파장이 엄청날 터, 그것으로 보수표가 이탈할지 모여들지, 무당층이 이탈할지 모여들지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 다음을 예측하는 것은 필자의 능력 밖이라 아직도 안철수에게 미련을 두고 있는 사람들에게 먼저 위스턴 처칠이 한 말을 전하고자 한다. “전시에 진실은 너무도 고귀해서 언제나 거짓말이라는 경호원을 달고 다닌다.” 그 다음으로 필자는 처칠의 말을 수정해 이렇게 말하고자 한다. “총선시에 승리가 너무도 고귀해서 언제나 거짓말이라는 경호원을 달고 다닌다.”



                                                                                                 사진 출처 : 구글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