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간에 합의가 끝난 것으로 보이는 주한미군의 사드미사일 한반도 배치 문제는 몇 편에 걸쳐 그 기원과 역사, 변천과 파장을 종합적으로 다뤄야 할 만큼 우리의 미래에 중차대한 문제다. 닉슨 정부 때 완성돼 (아들 부시 정부때 잠깐 일탈했지만) 지금까지 이어져온 미국의 아시아 국방전략은 일본을 축으로 한 대중국봉쇄에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이며, 미국을 대신해 중국과 전쟁할 수 있는 나라로 탈바꿈한 일본 군대의 한반도 진입을 전제로 하기 때문이다.
부시 정부의 최고 실세였던 럼스펠드(네오콘)의 작품처럼 알려진 해외미군의 재배치전략은 케네디 정부 때 '신축성 있는 대응전략'의 연장선 상에서 이루어졌다(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 냉전시대의 소련을 제치고 60년대 후반부터 미국에 맞선 중국의 대국굴기를 견제하기 위한 미국의 패권주의는 일본의 경제력을 이용한 정치적 협상의 결과이며, 한국전쟁 때 경험한 전략상의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함이다.
미국의 제국사에 한국전쟁은 베트남전쟁만큼은 아니지만 무력과 경제력을 총 동원하고도 상대(북한과 중국)를 제압하지 못한 치욕의 전쟁이다. 너무나 많은 예산이 투입되고, 수많은 미군이 전사함에 따라 한국전쟁을 반대하는 국내 여론이 비등하자 미국 정부는 정치적 접근으로 방향을 틀었다. 북한은 종전협상을 요구했지만, 소련과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한반도를 상시적 전쟁상태로 만들 필요가 있었던 미국의 입장에 따라 휴전협정이란 정치적 타협이 이루어졌다.
이후의 아시아에서 미국의 패권주의 전력ㅡ60년대 말부터 자본주의로 돌아선 소련은 미국의 상대가 아니었다ㅡ대중국봉쇄에 집중됐고, 거기에 들어가는 자금의 대부분은 일본이 담당(나머지는 한국이 부담)하는 것으로 정해졌다. 이처럼 미국의 희생을 최소화하면서 대중국봉쇄라는 최대의 이익을 거겠다는 케네디의 전략은, 그의 주재 하에 이루어진 한일협상으로 구체화됐다(이후에야 박정희는 미국을 방문할 수 있었다).
길 패트릭 미국방차관은 한일협정의 군사적 의의를 강조하며 "미국정부는 일본이 장차 아마도 한반도 일부를 포함하는 지역을 방위하는 데 필요한 충분한 감시전략ㅡ공격전략이 아니라 방위력ㅡ을 갖게 될 것이라고 기대한다. 그렇게 되면 앞으로는 한반도에 다시 분쟁이 일어나더라도 미국은 미국의 지상군 사단을 증강할 필요없이 이에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함으로써 케네디의 '유연대응전략'이 추구하는 바를 분명히 했다.
이를 바탕으로 한미상호방위조약이 체결됐고, 일본은 세계2위의 경제력을 동원해 막강한 군사력을 확보할 수 있었고, 그들의 활동범위를 넓히기 위한 정치군사적 목적을 이루기 위해 아시아국가들에 대한 경제지원을 대대적으로 살포했다. 특히 한미상호방위조약은 '일본의 안전을 위해 한반도의 안전이 필요하다' 미일 양국의 정치군사적 이해가 한미일 군사동맹으로 이어지는 미래의 가교로 작용할 것이었다.
한미상호방위조약은 (미국의 요구대로) 한국의 경제성장에 따라 우리정부가 주한미군 주둔비용 부담을 늘리는 방향으로 맺어진 것만 아니라, 미국의 사정에 따라 1년 전에 조약 파기를 통고하면 법적·정치적 의무를 지지 않아도 되는 불평등방위조약이었다. 주한미군 주둔비용도 한국정부가 대부분 떠맡게 됨에 따라 케네디 정부는 주한미군과 군사력의 축소를 지속적으로 이행할 수 있는 근거를 말했다.
또한 한미상호방위조약 제1조~제3조의 내용을 자세히 살펴보면, 북한의 남침만이 아니라 남한의 북침이나, 북한의 남침을 조장하고 유도하는 남한의 행태도 못하게 만듬으로써, 미국이 제2의 한국전쟁에 말려들지 않는 방어장치를 명분화하는 것이 핵심임을 알 수 있다. 미국은 일본을 키워 중국을 봉쇄하는 것에 모든 초점이 맞춰져 있지, 북한으로부터 한국을 보호하겠다는 것은 부수적 이해에 불과하다.
나라를 말아먹고 있는 박근혜와 그의 환관들이 (한미 간에는 사전조율이 끝난 것으로 보이는) 사드미사일의 한국 배치를 강행될 경우 그에 상응하는 보복을 당할 것이라고, 중국 정부가 사상 유례없는 강경발언을 쏟아내는 것도 대중국봉쇄라는 한미일 군사동맹을 용납할 수 없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가 중국에 진출해 있는 LG화학, 삼성SDI 등이 제작하는 전기버스용 배터리에 보조금을 지급하지 않겠다고 나온 것이 '보복'에 해당할 수도 있다. 이것이 확대되면 한국경제는 무조건 절단난다.
그럼에도 박근혜 정부가 수십조에 이르는 미사일방어체제(사드미사일, 밴드레이더 등으로 이루어진 킬체인) 도입을 강행한다면, 미국의 입장에서는 작년에 이어 올해도 '삭감된 방위비 550억 달러의 일부'를 한국에 부담시킬 수 있으면서도, 지난 50년 동안 지속된 대중국봉쇄에 정점을 찍게 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님도 보고 뽕도 따는 미국에 비해 일본 정부가 거둘 이익도 상당하다.
40여년 전 나카소네 일본 총리는 "한국에 있는 일본인의 생명과 재산이 위협을 받는 사태가 발생하면 자위대를 파견할 수도 있다"고 말한 적이 있었는데, 사드미사일 배치에 따른 후속작업에 따라 일본의 염원이 마침내 이루어지는 초대형 경사를 맞는다. 지금 생각해보면, 작년에 일본 자위대의 한반도 진입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무수하게 얻어터진 황교안 총리의 국회발언이 실수로 나온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뼛속까지 친일이고 친미인 이명박이 '지금은 때가 아니니 조금만 기다려 달라'고 말했다는 일본 언론의 보도가 영혼까지 친일이고 친미인 박근혜에 의해 이행된 것이 사드미사일 체계의 한반도 배치일 수도 있다. 국방조차 우리 뜻대로 할 수 없는 상황에 종지부를 찍기 위해, 노무현 대통령이 비싼 대가(이라크 파병, 용산기지 평택 이전, 강정 해군기지)를 치르고 회수한 전시작전권이 이명박근혜 정부에서 무한대로 밀어졌음도 천추의 한이 될 판이다.
전시작전권의 반납은 닉슨 정부 때 수립된 미국의 군사경제적 이해에 따라 진행된 것이어서, 한국 정부가 이를 연기할 때마다 그에 합당한 대가를 지불해야 함은 상식에도 속하지 않는다. 작년에 미국 무기를 가장 많이 수입한 국가가 한국이었던 것도 이 때문이며, 북한의 핵실험을 핑계로 요격율이 형편없고, 한반도를 중심으로 신냉전체제가 구축될 수 있는 미사일방어체제 수입도 같은 연장선상에서 이루어지는 위험천만한 도박이자, 친일수구세력의 장기집권전략의 일환이다(2부는 진행과정을 지켜본 후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사진 출처 : 구글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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