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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참사

세월호 고의침몰설, 국정원 음모론 완성되다



이번 글은 국정원이 세월호의 실소유주라는 가정 하에 이루어진 글이라 일종의 퍼즐 맞추기에 불과합니다. 제가 아무리 겁대가리가 없기로서니 확실한 증거도 없이 국정원과 맞설 수는 없는 일이니까요(파파이스 팀의 노력과 시민들의 투쟁이 더해진 지금은 다르지만). 아무튼 국정원이 세월호의 실소유주일 수도 있다는 증거가 법원에서 나온 것 때문에, 그 동안 좀처럼 연결되지 않았던 몇 가지 의문들이 하나의 완전체를 이룬 음모론으로 발전할 수 있었습니다.



한나 아렌트는 기념비적인 대작,《전체주의의 기원》에서 지금까지 회자되는 3대 음모론의 허상을 까발렸지만, 그녀의 성찰과는 달리 수많은 음모론 중에는 사실에 근접한 음모론을 물타기 하기 위한 역음모론도 있습니다. 이런 경험적 사실에 근거한 필자는 현실적으로 실현이 불가능한 것에 대해서는 무조건 믿지 않습니다(월가의 현자인 탈레브는 《블랙스완》에서 필자의 생각이 얼마나 어리석은지 확실하게 입증했음을 밝힌다). 



필자처럼 고지식하고 공부가 깊지 못한 사람은 실현불가능한 것이 아무리 많은 설득력을 지녔다 해도 사실이나 진실이 될 수 없다는 고정관념은 현 집권세력이 가장 선호하는 최악의 고집이기에 저 나름의 음모론을 세워보는 것은 나름의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미 드러난 수많은 증거들을 하나하나씩 옮겨서 하나의 퍼즐을 만들다 보면 뜻밖의 단서를 제공하는 음모론으로 자라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개연성이 있다는 것이 이를 말하는데, 이번 글에서 다룬 저만의 음모론도 그런 차원에라도 이르기를 바랍니다.





첫 번째 조각은 구원파가 보여준 행태들로 전체 퍼즐에 포함시킬 수 있었습니다. 구원파가 세월호 참사의 원흉이자 오대양 집단자살 사건의 배후로 지목됐던 유병언과 그를 교주로 떠받드는 사람들이 광신도 집단으로 매도되자, 뜬금없이 내걸기 시작한 플랭카드의 문구들이 설명가능한 범위로 접어들면서 전체 퍼즐에 다가갈 수 있었습니다. '우리가 남이가' '갈 때까지 가보자'라며 실세 중의 실세인 김기춘 비서실장을 물고늘어지는 이유가 국정원문건을 설명할 수 있는 단초(고의침몰설까지 확장될 수도 있는)를 제공했습니다.





국정원은 무려 1조원에 이르는 예산의 사용처를 국회에 보고하지 않아도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 유일한 국가기관입니다. 국가 비밀을 다룬다는 이유 때문에 이런 초법적 권리가 주어진 것인데, 국정원은 이를 이용해 별도의 사업체를 운영하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국정원 요원은 자신의 신분을 드러낼 수 없기 때문에 별도의 사업체를 설립해 해당 임직원으로 신분세탁을 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여기까지는 누구나 알고 있는 것이지만 세월호의 경우에는 구원파의 플랭카드가 신분세탁의 경로를 추적할 수 있는 단초를 제공합니다.





이미 언론을 통해서 알려진 것처럼, 유병언이 오대양 집단자살 사건의 배후로 지목돼 체포됐을 때의 법무부 장관이 김기춘 비서질장이었습니다. 당시 5공화국에 정치자금(세모가 발행한 대량의 채권이 대선자금으로 흘러들어 갔다는 설도 유력하게 돌았다)을 제공한 것으로 의심받고 있던 유병언이 경제범죄로만 처벌됐을 뿐, 오대양 사건과의 연루는 밝혀지지 않은 채 영구미제로 귀결됐습니다. 당연히 5공화국으로 향하던 각종 의혹들도 물거품처럼 사라졌습니다.



김기춘이 3당야합에 기원한 '김영삼 대통령 만들기'를 주도하면서 초원복집 집회를 열었는데, 이 자리에서 필승전략으로 제시한 지역감정 부추기의 핵심이 '우리가 남이가' 라는 구호에 압축돼 있습니다. 유신헌법의 초안을 만들었던 김기춘이 박근혜의 비서실장으로 다시 되돌아온 것도 이런 불법대선의 추억에서 기원합니다. 국정원의 대선개입이 일부 팀원의 일탈로 축소된 채, 박근혜가 임기를 마칠 때까지 진실규명에 다가갈 수 없음도 김기춘이라는 인물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오대양 집단자살 사건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김기춘과 유병언 사이에 어떤 모종의 합의가 있었다면, 그래서 유병언이 가족들을 내세워 구원파을 키우고 사업을 확장하는데 성공할 수 있도록 도와줬다면, 그 사실을 유병언의 핵심측근 비롯해 구원파 실세들이 알고 있다면, 최소한 세월호 운항만은 국정원의 별도사업 중 하나라는 사실도 알고 있다면, 구원파가 김기춘 비서실장을 겨향해 플랭카드를 내걸 수 있었다고 추론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불법적인 사교집단으로 격하된 구원파가 금수원을 지키겠다고 (이 당시에는 금수원에 유병언이 없었다) 생난리를 침에도 박근혜를 위해서라면 지옥의 불길에도 뛰어들었던 검찰과 경찰이 그들의 주무기인 물대포와 최루액도 동원해서 강제진압을 하지 않은 채 하세월로 대치만 이어가는 무정부상태를 이어간 것도 설명이 가능합니다. 국민의 관심을 세월호참사의 본질에서 한참은 벗어나도록 만드는데 충분한 시간을 끌었다고 판단한 뒤, 금수원에 진입해서는 낮잠이나 자고 사진이나 찍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행태를 보인 것도 설명이 가능해집니다. 애당초 유병언 검거를 위해 금수언에 들어간 것이 아니니까요.






의문의 1등항해사가 목숨이 위급한 상황에서도 국정원과 통화했던 것과 자격미달의 이준석 선장이 행적이 의문투성이였던 단원고 교감과 함께 해경의 집으로 빼돌려진 것도 설명이 가능해집니다. 세월호 선원(블랙박스 회수가 목표였다는 것이 파파이스의 주장)과 승객들을 확실하게 구별할 수 있음에도 해경이 선장과 교감, 선원들만 구한 채 승객 구조에 방관으로 일관하고, 세월호에 진입하지 않은 것도 설명이 가능해집니다. 이것으로 하나의 퍼즐조각이 제자리를 찾게 됐습니다. 



세월호참사의 희생자 수색을 늦추고 또 늦추기 위해 해경과 언딘 유착설을 흘리고, 유족들이 마지막 한 명을 찾을 때까지 수색을 멈추지 않겠다며, 박근혜가 유족들에게 약속한 것도 결국은 세월호 인양을 늦추기 위함이었다고 보입니다(파파이스가 밝혀낸 것에 따르면, 외부의 힘이 가해지지 않는 한 급변침이 불가능한 세월호의 L자 항적을 증명해줄 수 있는 유일한 증거인 거대한 돛이 잘려 있다고 한다). 



이렇게 세월만 흘려보내는 것은, 국정원이 세월호의 실소유자라는 또 다른 증거들이 발견되지 못하게 만들고, 운이 좋으면 모든 증거들이 유실될 수 있게 만들기 위함입니다. 해경이 수중에서 벌어진 작업에 대한 비밀유지각서를 일반 잠수사들로부터 받아낸 것도 설명이 가능해집니다(세월호참사를 다룬 파파이스 영상들을 참조하면 그날의 진실들이 무엇인지 확인할 수 있다).  





두 번째는 국정원문건의 발견으로 군까지 동원한 검경의 무능력하기 짝이 없었던 유병원 체포 실패와 대국민 사기쇼를 벌였던 것을 설명할 수 있습니다. 국정원이 세월호의 실소유주고 청해진해운은 들러리에 불과하다면, 이명박 정부 때 노후선박의 규제완화가 일사천리로 진행되고, 교육부에서 선박을 이용한 수학여행을 장려해 세월호 장사를 노골적으로 지원했던 것도 설명이 가능해집니다. 정치검찰과 경찰이 실질적인 국가서열 2위인 김기춘과 초법적 기관인 국정원을 상대로 적극적인 수사를 펼칠 수 있겠습니까?



그것도 이 나라의 최고 지배엘리트들과 국가권려기관, 정부의 모든 부처, 해피아와 선박업계 전체가 부패와 비리의 사슬로 연결돼 있는 초대형 사건을 원리원칙대로 수사할 수 있는 의지를 보일 리도 없습니다. 지난 100일은 세월호 참사가 일어났을 때부터 이 모든 것을 음모론으로 격하시켜 사태의 본질을 진흙탕 속으로 쑤셔박는 방법을 강구하고, 이를 이행하는 시간이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검찰과 경찰이 국민적 질타를 받으면서도, 이미 한 달 전에 유병언 변사체 발견을 황교안 법무부장관으로부터 보고받았을 것이 분명한 (보고 받지 않았다면 그것이 더 큰 문제가 된다. 이들이 대통령인 박근혜를 허수아비로 본다는 것을 뜻하기 때문이다) 박근혜 대통령으로부터 무려 5번이나 질타를 받았으면서도 유병언을 체포할 수 없었습니다. 절묘한 방식으로 죽은 유병언의 사체를 발견하고도, 식별 자체가 불가능하도록 한 달 동안이나 숨겼던 것도 설명이 가능해집니다. 



이들의 비정상적인 행태는 유병언의 사체에서 어떤 사인(국정원 문건이 발견되면서 타살이 유력해진 상황이다)도 발견될 수 없어야 하기 때문에, 그래야 영구 미제사건으로 남겨둔 채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 미국유학파들이 독점하고 있는 지배엘리트들의 장기집권을 위한 국가 개조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당장 행정고시로 채용하는 공무원의 수를 반으로 줄이고, 외부에서 충원(비즈니스 우파의 5대법칙 중 하나인 정부업무의 민영화)하겠다고 했는데, 가난하고 빽 없는 사람들이 무슨 수로 5급공무원을 대체할 수 있는 인력이 될 수 있단 말입니까? 



이런 과정을 거쳐 세월호참사는 부와 권력을 가진 자들의 엄청난 기회로 탈바꿈됩니다. 이것은 인류 역사에서 언제나 되풀이돼왔던 방식이어서, 노무현 같은 서민의 대통령이 나오고, 동시에 국회의 다수당도 될 때만 원상복귀가 가능해집니다. 이 땅의 기득권 세력들이 그렇게도 집요하게 퇴임한 노무현 대통령을 죽음으로 몰고가고, 온갖 불법을 동원해 문재인 후보를 떨어뜨린 것도 이 때문입니다. 문재인은 노무현 대통령의 민정수석과 비서실장을 하면서 이 땅의 지배세력들이 어떤 아킬레스건을 가지고 있는지 정확히 파악하고 있을 것이므로. 





세 번째는 세월호 참사 100일에 맞춰 집권세력이 내수경제 침체와 과도한 보상 및 특혜, 세월호참사의 피로감을 운운하며 대대적인 프레임 전환을 시도한 것이 한달 전에 발견(박지원 의원에 따르면 이보다 전일 수도 있다고 한다)하고도 쉬쉬하고 있었던 유병언 사체를 언론에 오픈하는 시기에 맞춰 진행된 것도 설명이 가능해집니다. 유병언이 식별불가능한 사체로 발견된 것에 대해서는 몇 개의 글에서 다루었기에 여기서는 생략하겠습니다.





네 번째는 유병언 조력자들과 구원파 핵심인원들의 이해할 수 없었던 움직임도 설명이 가능해집니다. 그들이 검경만이 아니라 언론에도 노출된 상태에서 유병언 사체가 있던 지역으로 움직일 수 있었던 것도 설명이 가능해집니다. 유병언의 사인이 무엇이던 간에 세월호의 실소유주가 국정원이라면, 구원파 입장에서는 세월호 참사와 상관없는 자신들의 재산을 지켜야 할 필요가 있었을 것입니다. 





이들이 유병언과 그의 일족을 따랐을지언정, 그를 신에 버금가는 교주로 떠받들었던 것이 아니라 뛰어난 사업 수완을 지닌 종교지도자로 따랐다면, 유병언 일족이 그들의 생각보다 몇십 몇백 배도 넘는 재산을 축적하고 빼돌렸다는 사실을 세월호참사를 통해 알게 됐다고 해도 유병언의 죽음만 확인하면 그들 소유의 재산은 지킬 수 있으니 그 이상을 바랄 이유도 없습니다. 그들은 처음부터 유병언을 지키려했던 것이 아니라 그들의 재산을 지키기 위해 정부(특히 김기춘과 국정원)와 싸웠을 수도 있습니다. 



세월호 참사가 일어나자마자 구원파가 악마의 집단이 된 것도 보이지 않는 손, 그러나 국민이 얼마든지 확인이 가능한 손의 지휘 아래 전광석화처럼 진행된 것도, 그들로부터 집단적인 반발을 불러일으키기 위함이었다는 것이 짝을 맞출 수 있는 퍼즐의 일부로 들어옵니다. 검찰 고위간부가 금수원을 방문해서 검찰의 향후 일정을 알려준 사상 유례를 찾을 수 없는 또라이 짓을 한 것도 충분히 설명 가능하고요. 





다섯 번째는 세월호 참사 당일 박근혜 대통령이 청와대에 없었다는 풍문도 설명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몇 가지 팩트가 추가적으로 필요하기 때문에 이번 글에서는 다루지 않겠습니다. 이 또한 국정원이 세월호 참사의 실소유주라는 국정원문건이 발견되면서 설명이 가능해진 것인데, 세월호 운항을 통해 벌어들인 돈이 어디로 흘러들어 갔는지 입증할 수 있는 단초가 마련됐기에 야당이나 세월호특별법에 따라 구성될 세월호특위가 밝혀야 할 것들입니다. 



하지만 이에 대한 조사가 제대로 이루어질 수 알 수 없기 때문에 음모론의 형태로라도 추측할 수밖에 없습니다. 세월호참사의 배후에 있는 것들이 현 집권세력과 이 땅의 지배엘리트 네트워크의 거의 모든 것들이어서, 한국전쟁 이후의 최대 참극인 세월호참사의 진상규명을 통해 (채동욱처럼) 최대한도로 발라서 드러내야 합니다. 안철수와 김한길이 공동대표로 있는 새정치민주연합이 어떤 정도의 투쟁을 보여줄지 지켜보면서 글의 강도도 올릴 생각입니다.


 



이밖에도 두세 가지를 추가로 설명해야 하는데 제가 너무 지쳤습니다. 탐욕과 광기로 얼룩져 있는 세상에 대해 계속해서 글을 쓴다는 것이 간암 재발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힘들기도 합니다. 하지만 여기서 멈출 수 없는 것은 세월호참사의 유족들과 아직도 수습되지 못한 9명의 실종자는 물론, 지난 대선의 최대 피해자였지만 그에 대해서는 일언반구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지만(안철수와 김한길 공동대포와 친노 패권주의를 팔아먹고 사는 비주류들의 압박 때문에, 대선에서 패한 문재인 후보가 의혹조차 제기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는 것이 최근에야 밝혀졌지만), 세월호참사에 관해서는 한 발짝도 물러설 수 없음을 분명히 한 문재인 의원의 말없는 움직임에 조금이라도 힘을 실어주기 위합니다.


  

무엇보다도 죽은 아이들을 이 상태로 하늘나라로 보낼 수 없기 때문입니다. 생존한 학생들이 세월호참사의 트라우마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나려면 침몰 원인의 규명과 책임자 처벌은 반드시 이루어져야 합니다. 유족들이 나머지 삶을 이어갈 수 있으려면, 세월호특별법이 수사권과 기소권이 부여된 상태로 제정돼야 합니다. 그렇게 되지 않는다면 여야의 합의를 국민들이 나서 깨버려야 합니다. 그것은 대한민국의 주인인 국민의 뜻에 반하기 때문이며, 국회는 국민의 뜻을 반영하는 것 때문에 온갖 권한이 주어진 대의의 공간이기 때문입니다.





                                                                                                  사진 출처 : 구글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