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정치

개성공단 전면패쇄, 총선이 아무리 급하다 해도




정부가 북한의 장거리미사일 발사에 대한 제재의 일환으로 개성공단을 전면폐쇄하기로 했습니다. 정부는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이고 북한의 핵실험과 장거리미사일 발사에 드는 비용을 막기 위함이라고 합니다. 정부의 관영매체의 역할에 충실한 연합뉴스는 북한 정부가 개성공단을 운영해서 버는 차액인 1억달러 정도가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에 사용된 것으로 추론하게 만드는 내용의 기사를 내보냈습니다. 





이로써 개성공단은 북한의 근로자 철수 조치로 2013년 4월 8일~9월 15일까지 중단된 이후 2년 5개월 만에 전면폐쇄됐습니다. 북한은 미국을 상대로 ICBM를 발사한 것인데, 미국의 군사식민지를 자처하는 박근혜 정부가 미국 정부를 대신해서 제멋대로 개성공단 폐쇄를 결정한 것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대응입니다. 미국과 무모한 대립을 이어온 김정은이 한국을 향한 도발이 아니라고 했지만 박근혜는 콧방귀도 뀌지 않았습니다. 



어차피 북한과의 모든 지렛대를 상실한 박근혜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이란 개성공단 폐쇄 외는 남은 것이 없는 상태라 그것을 사용하지 않을 이유란 없습니다. 한국전쟁 이후로도 여전히 지속 중인 북한과 미국과의 오랜 전쟁을 이해하지 못하는 국민들의 입장에서 개성공단이라도 폐쇄할 수 있어서 그나마 다행이라고 여길지도 모릅니다. 미사일방위체제 도입을 확정한 상태로 한미 양국이 논의를 하고 있으니 개성공단 폐쇄는 아무것도 아닐 것입니다. 



문제는 중국과 러시아의 반발이고, 그에 따른 구체적인 행동인데 북한의 핵실험과 장거리미사일 발사에 따른 국제사회의 제재라는 것도 겉으로는 화려하지만 속으로는 유명무실함은 미국의 이익을 위해 자신들의 피해를 감내할 이유가 없기 때문입니다. 북한과의 직접거래가 거의 없으니 미국이 주도하는 제재에 동참하지만 그들에게 일어나는 변화는 파리나 모기 한 마리의 귀찮음 정도에 불과합니다.





한반도에 X벤더레이더를 설치하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는 중국과 러시아의 제재가 민간의 경제영역에서 이루어진다면, 이번 결정으로 새누리당의 총선 승리에는 도움이 될지언정 한국경제에 미치는 후폭풍은 계산이 불가능합니다. 미국이 혼자만 잘 살겠다면 기준금리의 추가인상 가능성도 떠벌리고 있는데 남북경색이 중국과 미국과의 대리전 양상을 띤다면 외국자본의 유출은 막을 방법이 없어집니다. 



지금도 러시아 제재 때문에 피해를 입고 있는 한국의 기업들이 중국과 러시아의 경제 보복까지 당한다면 그들의 피해가 어디까지 이를지 예측하는 것 자체가 두려운 일입니다. 치열한 생존경쟁의 장에서 한국기업들이 밀려나면 그 자리에 일본과 독일, 프랑스와 이탈리아, 스웨덴과 대만 기업들이 대체자로 들어설 것입니다. 이들이 아니더라도 내수경제를 키워야 하는 중국의 입장에서 자국기업의 점유율을 높이는 방향으로 경제보복이 이루어질 수도 있습니다.



거듭해서 말하지만 미국과 북한과의 전쟁은 여전히 종전협정을 맺지 않았기에 여전히 진행 중이고, 김정은 체제가 국민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미국에 항복선언을 하지 않을 것이란 점에서 피해는 우리에게도 똑같이 적용된다는 사실입니다. 미국은 북한과의 직접 전쟁에 나설 마음이 단 1%도 없습니다. 한국전쟁과 베트남전쟁을 치르면서 치욕의 패배를 당한 미국이라고 해도 중국(과 러시아와)의 전면적 대립을 각오할 만큼 한가로운 상황이 아닙니다. 





이번의 남북경색은 미사일방어체제 도입이 확정되고 초기예산까지 배정되면ㅡ그 사이에 총선은 코앞까지 다가온다ㅡ언제 그랬냐는 듯이 수면 밑으로 가라앉을 것입니다. 미국은 얻을 수 있는 이익은 다 챙겼기에 중국과 러시아의 경제보복은 딴 나라 얘기에 불과합니다. 오히려 이것 때문에 한국기업들의 경쟁력이 약해지면 미국기업의 경쟁력 향상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드러내지는 못하겠지만 엄청나게) 반길지도 모릅니다. 



김정은이 미국과의 무모한 전쟁을 포기하지 않는 한ㅡ미국처럼 북한도 절대 먼저 포기하지 않는다ㅡ미국(과 일본)의 군사식민지로서의 한국은 북한보다 몇 배는 넘는 피해를 감수해야 합니다. 한국기업들은 북한의 노동력과 천연자원이 그렇게도 필요하고 중국에서의 점유율 확대가 그렇게도 간절한데, 친미라는 가면을 뒤집어쓴 친일수구세력의 장기집권 전략은 북한을 지렛대로 계속해서 흥행대박을 터뜨릴 모양입니다. 



수없이 많은 독립투사들과 한국전쟁의 전사자들은 물론, 남북경협을 통해 평화적인 통일을 이루려고 했던 김대중과 노무현 대통령이 김근태 의원, 산업화와 민주화의 주역이자 희생자들과 함께 통곡할 지경입니다. 광복은 했지만 광복이라 할 수 없고, 경제성장을 이루었지만 친일수구세력의 배만 불려주었고, 민주화를 이루었지만 하위 99%에게는 미일의 군사식민지와 별반 다를 것이 없는 이명박근혜 정부 9년차가 흘러가고 있습니다. 



                                                                                                   사진 출처 : 구글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