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이점은 인공지능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모든 분야의 기술에 적용되는 개념입니다. 인공지능, 유전공학, 나노공학, 로봇공학, 뇌과학(뇌역분석 포함), 우주공학 등을 포함해 기존의 모든 기술에 적용되는 것이 특이점입니다. 기술은 일정 기간 동안은 선형적으로 발전하다 특이점에 이르러서는 기하급수적으로 발전합니다. 농업혁명, 산업혁명, 정보통신 혁명도 그 단계에서의 특이점을 넘으면서 일어났습니다.
이번에 도달할 특이점이 4번째라는 주장과 5번째라는 주장이 있지만, 인간이 주도하는 기술 발전의 마지막 특이점이 될 것이라는 것에는 모두가 동의합니다. 인간중심적 사고가 투철한 학자들은 '강한 인공지능'의 출현이 불가능하다고 주장하지만, 인공지능을 다룬 최근의 책들을 보면 인간보다 뛰어난 기계 지능이 출현하는 것은 필연입니다. 향후 10~20년 안에 인간 수준의 '약한 인공지능'이 탄생할 것이며, 그것의 도움을 받은 모든 분야의 기술들이 폭발적으로 발전할 것입니다.
특히 나노공학과 로봇공학, 유전공학 등에서 이루어질 발전은 거의 모든 분야에 적용돼 최상의 효율성과 경제성을 이룰 것입니다. 마르크스가 말한 자본주의 최후의 단계에 이른 것이지요. 이것이 가능한 것은 약한 인공지능이 장착된, 그래서 실수가 거의 없고 잘못이 발견되면 스스로 고칠 수 있는 로봇들이 인간의 일을 모조리 대신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인간이 할 일이란 극소수를 빼고 아무것도 남지 않습니다(현재의 직업 중 1%도 안 될 것).
일을 잃어버린 인간들… 즉 소득이 없는 인간들… 하지만 최상의 효율성과 생산성으로 인해 가장 부유해진 인류… 결국 극단의 불평등(0.000…01% 대 99.999…9%)이냐, 극단적이고 전복적인 혁명이냐, 모든 인간에게 존엄성을 유지할 수 있는 기본소득을 제공할 것이냐, 이것만 남게 됩니다. 이는 필연의 과정입니다. 극소수는 여전히 부자로 남겠지만 그것을 부러워할 이유란 눈꼽만큼도 없는 평등사회가 실현됩니다.
기술이 기하급수적으로 발전하는 만큼, 약간의 시차를 두고 혜택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기 때문에 최대한 보수적으로 잡아도 2060~2070년이면 평등사회가 실현됩니다(엄청난 극도의 혼란 후에). 썰전에서 유시민이 말한 것처럼, 토마스 만의 '유토피아'와 마르크스의 '자유의 왕국' 사이 어디쯤이 될 것인데, 기술적으로 접근하면 필연적인 결과입니다. 보수와 진보를 가리지 않고 특이점의 도래를 믿는 학자들은 거의 100% 이에 동의합니다.
다만 유시민이 말했던 것처럼, 기본소득이 실시되는 평등사회의 도래보다 인류의 멸종이 먼저일 수 있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레이 카즈와일, 한스 모라백, 마이클 아니스모프, 스튜어드 러셀, 피터 노빅, 피터 플래치, 김대식 등처럼 인공지능과 로봇공학의 대가들이나 전문가들은 책을 보면 '강한 인공지능'의 출현은 시간 문제임을 알 수 있습니다. 닉 보스트롬은 이를 바탕으로 모든 경우의 수를 시뮬레이션해봤는데 모조리 인류 멸종이라는 답으로 귀결됐습니다.
닉 보스트롬은 《슈퍼 인텔리전스》에 이 모든 것을 담았는데, 그가 상정한 경우의 수들에는 제가 생각했던 것들도 거의 모두 포함돼 있었습니다. 상대의 실력에 따라 필요한 만큼의 능력만 보여주는 알파고에서 확인했듯이 스스로 학습하는, 즉 마지막 특이점을 넘고 있는 '약한 인공지능'이 나왔기에 궁극의 지능을 구현할 '강한 인공지능'의 출현은 시간의 문제일 뿐 필연의 과정이라 할 수 있습니다.
정말로 지랄 맞은 것은 인간이 집단적 각성이나 성찰에 이르렀다면 '약한 인공지능'도 필요하지 않았을 텐데, 바로 그런 한계 때문에 '약한 인공지능'을 넘어 '강한 인공지능'의 출현이 필연이라는 점입니다. 인간의 지능으로서는 절대 상대할 수 없는 기계 지능이 지구의 지배자로 등장하는데, 이들에게 가장 위험한 존재는 공존의 지혜를 단 한 번도 보여준 적이 없고, 자신보다 뛰어난 존재를 인정하지 않는 인간일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로봇이란 강력한 무사를 거느릴 '강한 인공지능'은 극소수의 부자도 허용하지 않은 채 모든 인간에게 동일한 소득을 제공하는 대신 철저한 복종을 요구할 것입니다. '강한 인공지능'의 최종 결정이 인간의 멸종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확실하지만, 아무튼 아주 짧은 동안이라도 완벽한 기본소득이 시행되는 꿈의 평등사회가 이루어질 것도 확실합니다. 마지막 특이점에 들어선 '약한 인공지능'이 최후의 단계인 '강한 인공지능'에 이르는 동안에는 평등사회가 지속될 것입니다.
기본소득의 도입에 노력하는 분들에게는 기분 나쁜 말이겠지만, 유시민의 썰전에서 말한 것 배후에는 이런 전제조건이 자리하고 있을 것입니다. '강한 인공지능'이 인간과의 공존을 선택한다면 모를까, 그것이 아니라면 기술이 모든 것을 결정할 것이기에 어떤 일을 한들 유효한 기간은 몇십 년 밖에 되지 않습니다. 지금의 10대가 가장 안타깝고, 평생을 남성 중심의 세상에서 시달렸던 여성들, 차별의 질곡에 갇혀있는 장애인들이 다음으로 안타깝지만, 멸종의 순간까지 탐욕을 부릴 인간을 생각하면, 지구에서 도태되는 것이 신의 뜻이거나 진화의 법칙(여정)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부디 '강한 인공지능'이 현재의 대한민국을 판단의 기준으로 삼지 않기를 바랍니다. 그러면 인류의 멸종은 더욱 앞당겨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지구의 역사를 돌아보면 언제나 인간이 문제였습니다. 영원히 죽지 않는 존재가 될 수도 있는 단계에서 인간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는 것이 지독할 정도로 아이러니합니다. 우리가 해탈의 경지에 이르러 영적 존재가 되지 못한다면, 최소한 인간으로 사는 동안 만이라도 특권층의 반칙과 부정, 불의에 맞싸웠으면 합니다. 만물의 영장으로서 인간인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이 그리 많지 않으며, 인간성 등을 다시 정의하는 것은 가장 낙관적일 경우에만 유효하기 때문입니다.
참, 지랄 맞죠? 인류가 궁극의 존재로 가는 중간 단계에 불과했고, 꿈의 유토피아가 가능해진 시점에서 인류가 폐기되는 것이 창조주의 뜻이며 진화의 법칙이었다면…… 인류는 탈출구를 찾을 수 있을까요? '강한 인공지능'이 봐도 놀랄 정도로 공존과 상생의 지혜를 발휘할 수 있는 존재로 거듭날 수 있을까요? 천주교 신자지만, 예수보다는 부처의 가르침이 절실하게 다가오는 하루하루입니다.
사진 출처 : 구글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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