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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사드 배치와 위안부협상, 지도자의 무지함이 부른 참극



나쁜 지도자보다 무지한 지도자가 나라와 국민을 최악의 상황으로 몰고간다는 것은 인류의 역사가 말해주는 뼈아픈 교훈이다. 나쁜 지도자는, 그가 무슨 일이라도 벌이려 하면 국민 전체가 경계를 늦추지 않은 채 나름대로의 대비를 세울 수 있지만, 무지한 지도자는 국민의 경계를 느슨하게 만들어 어떤 대비도 불가능한 상황을 만들기 때문이다. 미국의 이익에 충실한 사드 배치와 굴욕적인 위안부협상이 바로 그러하다. 





정권재창출이 절실한 박근혜 일당과 중국봉쇄가 시급한 미국의 이익이 만나는 지점에서 사드 배치가 결정된 것은 이제 상식의 영역에 든다. 2년 전 사드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른 후 성주 배치 결정까지 이어지는 과정(미국의 압박은 배제했다)을 다시 복기해보면 두 번의 터닝 포인트를 찾을 수 있다. 하나는 박근혜가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인 시진핑에 배신감을 느낀다며, 정부 관계자에게 '중국에 더 이상 기대하지 말라'고 한 시점(2016년 2월)이다.



유시민이 썰전에서 말한 것처럼, 북중동맹은 한미동맹과 같은 성질의 것임에도 박근혜는 시진핑에게 공을 들였다는 이유로 김정은이 아닌 자신의 손을 들어줄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정치와 외교, 국방에 관해 얼마나 무지했으면 이런 터무니없는 판단을 했겠는가? 박근혜는 시진핑을 '짐이 곧 국가'라는 절대군주로 생각했다고 해도, 시진핑이 자신과 친해졌다는 이유로 중국의 이익에 반하는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생각한 것 자체가 무지함의 증거다.



하긴 이런 무지함은 김정일과 만났을 때도 드러나긴 했다. 2002년 5월 대선후보였던 박근혜는 북한을 방문해 김정일과 비밀회담을 가진 후 '그가 믿을 만한 지도자'라고 칭송한 것(국보법 위반 아닌가?)이 바로 그것이다. 자신의 어머니가 북한에서 파견한 간첩의 총탄에 죽었음(당시의 정부조사)에도, 딱 한 번 만난 것을 기준으로 (원수의 자식인) 김정일을 믿을 만한 지도자로 평가한 것은, 세상물정 모르는 순진함을 넘어 무지함의 극치를 보여준다. 



박근혜가 시진핑에 배신감을 토로한 시점은 총선 2개월 전이라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그때의 박근혜는 '진실한 사람' 발언으로 선거개입도 마다하지 않고 절대군주에 준하는 광기를 보여준 때였다. 야권의 분열로 새누리당의 개헌선 확보까지 거론되던 시점이었으니, 박근혜의 폭주는 중국의 지도자를 비판하고 대북제재에 중국의 도움을 포기하겠다는 것도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을 때였다. 





헌데 이런 박근혜의 광기와 폭주 때문에 새누리당이 총선에서 참패했다. 개헌선은커녕 더민주에게 1당의 지위도 넘겨준 최악의 패배였다. 이것이 사드 배치를 졸속으로 결정한 두 번째 터닝 포인트다. 총선에서 참패한 순간, 박근혜와 환관들은 민심이 얼마나 이반됐는지 절감하게 됐다. 레임덕은 이미 시작됐고, 주요 대선후보들이 줄줄이 낙선하거나 치명적인 상처를 입는 바람에 내년에 있을 대선에서도 승리할 가능성이 희박해졌음을 깨달았으리라.     

  


이 두 개의 터닝 포인트가 사드의 성주 배치라는 졸속적인 결정으로 이어졌다. 국가기관들을 동원한 노골적인 불법선거가 불가능해진 상황에서, 총선에서 드러난 싸늘하고 분노한 민심을 뒤집으려면 보수층의 이탈표를 되찾아오고, 무당파층의 표까지 끌어와야 한다. 정치권이 이럴 때면 반드시 쓰는 '특단의 조치'가 필요했을 것이고, 현 집권세력에게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에 대한 국가안보 강화라는 (찬성과 반대 중 하나만 선택해야 하는) 전가의 보도가 있다.



사드 배치의 졸속적인 결정은 박근혜의 무지함이 부른 최악의 참극이다. 국민은 반역자와 애국자라는 극단적인 이분법으로 갈라놓았고, 남북한의 확장적 무기경쟁을 피할 수 없으며, 성주군민과 타지역을 내부인과 외부세력으로 규정해버렸고. 한반도를 중국과 러시아의 보복을 피할 수 없는 신냉전의 화약고로 만든 것이 박근혜의 정치·외교적 무지함에서 출발했다. 굴욕적인 위안부협상도 똑같은 무지함이 부른 참극이다.





정부 발표에 따르면 일본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한 위안부협상은 박근혜와 아베가 직접통화를 함으로써 최종결정됐다. 박근혜 정부의 외교부가 아무리 형편없다 해도 일본과의 협상에서 한국의 이익에 반하며, 국민적 반발을 피할 수 없는 사안에 동의했을 리가 없다. 자신의 결정이 곧 국가의 결정이며, 대승적 차원에서 보면 한국에 이익이라고 확신하는 박근혜의 무지함이 아니라면, 교활한 아베의 언변에 넘어가지 않았을 것이다. 



박근혜는 아베에게 자신이 통큰 지도자임을 보여주고 싶었는지 모른다. 아니면 대다수 MBA에서 실패한 사례로 꼽히는 '플라스틱 쥐덧'을 성공한 예로 국민에게 떠들어댄 것처럼, 환관들의 잘못된 보고에 넘어갔을 지도 모른다. 무엇이 사실이던 박근혜의 무지함이 아니라면 도저히 설명이 불가능한 위안부협상이 이루어지지 않았으리라. 위안부협상 이후 일방통행을 남발하는 일본 정부에 한국정부가 침묵으로 일관하는 것를 보면 이를 부인하기 힘들 것이다. 



미국에 질질 끌려다니거나, 중국과 일본에게 굴욕적인 모욕을 당할 만큼 대한민국이란 나라가 형편없거나 힘이 없지 않다. 경제적으로나, 군사적으로나, 인구 면에서도 대한민국은 세계 10안에 드는 강국이다. 북한과 경제적인 통일만 할 수 있다면 세계 5~6위 안에 드는 것도 가능하다. 박근혜의 무지함이 아니라면 중국과 일본에게서 이런 굴욕과 모욕을 당할 이유가 없다. 박근혜의 퇴진이 하루라도 빨라야 하는 이유는 넘칠 만큼 많고, 그중에서도 무지함이 으뜸이라 할 수 있다.  

   


                                                                                                   사진 출처 : 구글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