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의 썰전에서 김영란법을 두고 유시민과 전원책이 날카롭게 대립했다. 재미있는 것은 극단적 이상론(All 단두대)으로 빠져들기 일쑤였던 전원책이 현실론을 들어 김영란법을 비판했고, 다양한 경험에서 나온 현실적 타협점을 고려하던 유시민이 대단히 이상적인 김영란법을 옹호했다는 점이다. 사람마다 생각과 취향이 다르겠지만, 유시민이 말했던 것처럼, 부정청탁을 하는 자까지 처벌하는 김영란법을 시행도 하기 전에 무력화시키려는 어떤 논리에도 동의할 수 없다.
어버이연합이나 지원하는 전경련 산하 연구소가 김영란법이 시행되면 년간 11조원의 경제적 손실이 나온다는 보고서에 아연실색할 노릇이었는데, 이런 형편없는 보고서를 근거로 김영란법을 공격하는 쓰레기들의 아우성은 대한민국이 부패공화국으로 회자되는 이유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필자는 짧은 기간 동안이지만 최고의 재벌들과 공동사업도 해봤고, 작은 신문사와 언론에서 기자생활과 편집장도 해봤다.
필자의 경험을 전체로 확장하는 것은 대단히 위험한 비약일 수 있지만, 부정청탁은 분야를 가리지 않고 너무나 광범위하고 일반적이어서 피해갈 방법이 없었다. 양지와 음지를 가리지 않고 범람하는 부정청탁은 모든 부패와 비리의 온상이었으며, 부정을 함께 했다는 조폭적 의리로 포장되기 일쑤였다. 그 시작은 거의 다 '밥 한 번 하시죠'에서 '제가 한 번 모실게요'와 '필드에 한 번 나가시죠'에 이르기까지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만큼 천태만상이다.
이렇게 공익을 사익으로 전환시키는 부정청탁에 들어가는 비용은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이 아니기에) 반드시 국민의 부담(제품과 서비스의 가격인상이나 다양한 형태의 서민증세 등)으로 돌아온다. 김영란법이 시행돼 년간 11조원의 경제적 손실(누가 경제적 손실을 입는다는 것인가?)이 일어난다는 전경련 산하 연구소의 추산이 맞다면, 부정청탁으로 국민에게 전가될 비용은 110조가 넘을 것이다.
국회의원이 빠져나갔다는 전원책의 주장도 사실에 부합하지 않지만, 아주 작은 손실을 근거로 수천 수만 배의 효용을 부정하는 것은 기득권이 내세우는 전형적인 논리의 왜곡이다. 노무현 참여정부가 지자체의 재정을 돕기 위해 도입한 종합부동산세를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이 무력화시킬 때, 임대수입으로 사는 극소수의 노인과 퇴직자가 피해를 입어서는 안된다는 논리로 95%의 국민(특히 지방 거주)에게 돌아갈 이익을 사장시켰다.
박원순 시장의 청년수당을 공격하는 논리도 똑같다. 어떤 정책이라도 소수의 무임승차자(도덕적 해이)가 나올 수밖에 없음에도 이익을 독점하는 기득권은 이것만 극대로 부각시켜 절대다수에게 돌아가는 이익을 무력화시킨다. 국회의원을 물고늘어지는 전원책의 주장도 이와 다를 것이 없다. 시행령으로 얼마든지 해결할 수 있는 것과 상식의 수준에서 문제될 것 없는 사례들을 과대포장하는 것도 본말을 전도시키는 왜곡의 전형이다.
주는 자도 처벌하는 김영란법은 다양한 판례들을 통해 보다 정교해질 것이며, 시행령을 통해 시대와 환경의 변화에 따라 진화해갈 것이다. 식사비는 더치페이하면 되고, 그에 들어간 비용은 회사나 단체에 청구하면 된다. 선물비도 마찬가지다. 부정청탁으로 가는 사전작업이라면 10만원이 아니라 단 1원도 허용해서는 안된다. 경제적 손실이 11조에 이르는지, 그것의 10배에 이르는 이익이 국민에게 돌아갈지 김영란법을 시행해보면 알 수 있다.
가장 청렴한 (도시)국가인 싱가포르를 그렇게 극찬하던 전원책과 김영란법을 비난하는 전원책 사이에는 너무나 큰 공간이 자리해서 둘을 하나로 본다는 것이 불가능할 정도였다. 이번 주 썰전에서 전원책의 단두대는 암세포를 도려내면 환자가 죽을 수 있다며 아예 수술을 포기하는 오류를 보였다. 달을 가르키는 손가락에는 아무런 잘못이 없다. 달을 보지 않고 손가락만 보는 사람에게 문제가 있는 것일 뿐.
사진 출처 : 구글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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