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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서울대병원의 사망진단서는 박근혜의 인사에서 나왔다



백남기씨에 대한 서울대병원의 사망진단서는 국제적 조롱거리로 전락했지만, 그 근본 원인을 추적해보면 박근혜 특유의 비정상 인사가 자리하고 있다. 박근혜 주치의 경력이 있는 현 서울대병원장은 경력이나 나이로 볼 때 절대 병원장이 될 수 있는 순번이 아니었다. 서울대의대를 차석으로 입학하고 수석으로 졸업해 대통령상을 받은 필자의 선배는 경력(대통령 주치의도 했다)이나 학번에서 현 병원장보다 우위에 있는데 부원장급으로도 어리다는 평가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많은 언론에서 현 병원장의 경력 중에서 박근혜의 주치의였다는 것을 주목하는데, 필자도 이에 동의한다. 모든 면에서 최고를 달렸던 필자의 선배도 병원장이 되려면 몇 년을 더 최고의 성적을 기록해야 하는데, 현 병원장은 그런 면에서 비약적인 승진에 성공한 비정상적 케이스다. 군대보다 권위적이고 경력과 학번을 따지는 서울대병원의 관례까지 감안하면 박근혜의 입김이 없었다면 생각할 수 없는 승진이라고 볼 수 있다.



물론 필자가 모르는 엄청난 경력을 현 병원장이 가지고 있을 수도 있다. 노벨의학상을 예약해둘 만큼 그런 업적을 거두었을지도 모른다. 공공의료를 선도하고 있는 서울대병원과 준민영화된 분당서울대병원의 차이를 무력화시킬 만큼 경영의 천재일 수도 있다. 그것이 아니라면 최순실과 우병우만 알고 있는 박근혜의 병을 기적적으로 고쳐주었을 수도 있다. 알고자 하면 국기문란이 되는 7시간의 미스터리가 현 병원장과 관계 있을 수도 있다. 



무엇이 진실이던 간에 현 병원장은 박근혜 친화적 인물이 아니라면 도저히 불가능한 승진에 성공한 인물이라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이것 때문에, 즉 '성은이 망극하여' 백남기씨 사망진단서가 상식 수준에서도 납득할 수 없는 사인으로 발부됐는지도 모른다. 제자와 후배, 동문들에게까지 비판을 들을 정도의 사망진단서를 바꾸지 않겠다는 반인륜적이고 비이성적인 행태에 이르러서는 이런 의심을 거둘 방법이 없다.



노무현 대통령 때도 농민 2분이 공권력의 진압 때문에 목숨을 잃었다. 노무현은 진심어린 사과를 했고, 공권력 행사에 관한 명확한 한계와 정의를 내렸다. 그것으로 농민 2분이 살아오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렇게 정부는 유족(농민)에게 고개를 숙였고 유족(농민)은 슬픔과 비통함 속에도 사과를 받아들였다. 완강하게 버티던 경찰청장은 합당한 대가를 치렀고, 농민들은 최소한의 요구라도 정부로부터 받아낼 수 있었다. 





이 모든 것은 농촌의 파괴를 담보로 하는 신자유주의적 비극의 전형이었지만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는 그런 형태로도 작동했다. 역사가 항상 진보하고 정의를 실현하는 것은 아니며, 진실이란 것이 생각보다 추하고 절망적일 때도 많지만 국민이 대한민국이란 나라에 희망을 둘 수 있었던 것은 신자유주의적 비극을 통해 식량주권과 공권력 행사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고, 그 덕분에 한 걸음이라도 진보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백남기씨에게 가해진 공권력의 살인행위와 백남기 청문회에서 보여준 경찰의 뻔뻔함, 서울대병원의 반인륜적 사망진단서, 경찰과 검찰의 광기어린 영장재청구, 법원의 무기력한 승인까지 단 하나도 정상적인 것이 없었다. 국가는 존재하지 않았고, 대통령은 철저히 외면했고, 정부는 폭압적이었고, 국회는 무력했고, 법원은 책임을 회피했다. 민주주의와 인권, 헌법과 양심, 상식과 정의는 휴지조각처럼 찢기었고, 모든 것이 권력의 논리로 재단됐다.



바로 이것, 박근혜 정부의 모든 것인 권력의 논리가 서울대병원의 수뇌부로 하여금 백남기씨의 사인을 '병사(심폐정지ㅡ모든 사람은 심장이 멈추면 죽는다)'로 만들었다. '권력이 다르면 지식도 다르다' 했듯이, 대한민국 최고의 공공의료기관인 서울대병원에서조차 사악하고 비열한 권력의 논리만이 모든 것을 결정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서울대병원의 역사를 치욕으로 물들이고 있는 박근혜 주치의 출신의 병원장이 자리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 밑의 부원장들과 각 과의 수장(과장)들, 그들 밑에서 수련하고 있는 의사와 레지던트, 인턴들이 권력의 논리에 따라 움직이고 있는 것은 아닐까? 서울대병원에서 과장 이상에 오른 자들은 자신이 이 나라에서 최고의 천재라고 생각하는 지독히 교만한 자들이니 권력의 논리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이다. 자신이 병사라 했으면 남들이 뭐라고 해도 병사인 것이다, 박근혜의 유체이탈화법처럼.   



                                                                                                   사진 출처 : 구글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