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작년 전 세계를 뒤흔들었던 토마 피케티의 《21세기 자본》의 핵심은 '저성장(1.5~2%성장)이 고착화되고 인구마저 감소하면 19세기 벨 에포크 시대처럼 극단적인 불평등(세습되는 자본수익율이 국민소득을 결정하는 경제성장율보다 높기 때문에 불평등이 늘어나고 축적된다)이 발생하고, 그 결과 2008년 글로벌금융위기를 능가하는 경제대공황이 도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두 가지(저성장과 인구감소, 피케티는 이 두 가지에 외에 자본의 세계화 따른 극한 경쟁, 평균수명 증가, 천문학적인 연봉을 받는 슈퍼경영자의 등장을 주요 요인으로 들었다)가 21세기에 들어 모든 선진국과 후발국가에서 가속화되고 있으며, 정치가 이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면 줄어든 소득을 소비 축소와 빚으로 떼우고 있는 중산층 이하가 초토화되는(물론 최상위 1%도 피해를 입지만 얼마든지 회복할 수 있다) 초장기 경제대침체에 빠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 피케티의 위대한 고찰이다.
피케티의 고찰(2010년 이전의 자료만 활용)이 가장 완벽하게 적용되는 나라가 미국과 영국, 일본과 한국이다. 피케티는 한국의 자료가 부족해 연구대상에서는 제외했지만, 이 네 나라 중에서 신자유주의적 불평등(저성장)과 인구절벽의 습격(인구 감소)이 가장 빠르게 진행되고, 정치가 칠푼이와 무당의 수중으로 넘어간 나라가 한국이라는 점에서 피케티의 고찰은 두려울 정도로 한국경제에 완벽하게 적용된다.
더구나 조지프 스티글리츠가 《불평등의 대가》에서, 로버트 라이스가 《자본주의를 구하라》에서, 이밖에도 수많은 경제학자와 경제사학자들이 이구동성으로 경고한 것과 정반대로 폭주한 이명박근혜 정부가 신자유주의적 불평등을 극대화시킨 것을 넘어, 전시작전권 회수를 사실상 포기하고 사드 배치를 강행하는 등 미국의 패권전략에 따라 미일의 군사식민지를 자처하는 바람에 신냉전의 화약고로 부상함으로써 경제 붕괴의 가능성을 최대한 끌어올렸다.
이렇게 정치의 역할을 마비시켜버린 이명박근혜 9년 동안 하위 90%의 부를 상위 10%에 이전하는데 성공함에 따라 한국경제는 중하위층의 소비 축소와 가계부채의 폭발적 증가, 출산율 저하, N포세대의 기하급수적 증가, 노인·여성 빈곤의 가파른 확대라는 경제 붕괴의 악순환에 갇혀버렸다. 자신의 임기 내에 경제 붕괴가 일어나는 것을 막기 위해 기준금리 인하와 저금리 기조를 유지한 채 초대형 토목사업과 공기업의 민영화(해당기업의 자산이 최소 5배 이상 뻥튀기 된다), 부동산경기 활성화(허구적인 경제성장율을 높이는데 최상이다)에 올인함으로써 명목상의 수치는 친새누리매체들이 대국민사기에 활용될 만큼은 유지할 수 있었다.
현재 정부와 공기업, 5대재벌을 제외한 민간기업, 가계의 부채는 대한민국이 감당할 수 없는 임계점을 돌파한 상황이기 때문에, 법인세 인상과 소득세·상속세·증여세의 파격적이고 누진적인 인상, 종합부동산세 강화와 금융거래세 도입 등의 조세 정의가 이루어지기 전에 기준금리가 빠른 속도로 올라간다면 무조건 붕괴를 피할 수 없다. 기준금리가 올라가면 시중금리가 올라가고, 시중금리가 올라가면 이자가 폭등하고 부동산 가격이 폭락한다. 그 다음은 뱅크런을 필두로 금융 붕괴(대규모적이고 폭력적인 원금 회수는 새발의 피도 안 되고, 한국의 경제구조와 조세제도를 감안할 때 무제한적인 양적완화도 불가능하다)가 이루어지고, 금융 붕괴는 경제 붕괴로 이어진다.
특히 미국 대선에서 누가 대통령에 당선되던 보호주의로 전환할 수밖에 없으며, 보호주의로 전환하려면 기준금리를 올려 달러화 강세를 유도해야 한다. 그럴 때만이 고질적인 '쌍둥이 적자(재정적자와 무역적자)'를 줄일 수 있으며, 미국으로 전 세계 유동자본과 투기자본이 몰려들기 때문이다. 한국처럼 무역의존도와 자본개방도가 높은 나라는 기준금리를 미국보다 최소 5~6배 이상은 올려야 대규모 자본 유출을 막을 수 있다.
무제한 양적완화를 감행할 여력이 없는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최소 5~6배 이상 올린다면, 시중금리는 8~10배 오른다는 뜻이다. 그 다음은 말하지 않아도 모두가 알 수 있으리라. 이런 최악의 시나리오는 사실상 일어날 가능성은 높은 편이 아니다. 경제의 논리대로 모든 것이 돌아간 적은 단 한 번도 없었기 때문이지만, 모든 부문의 부채가 임계점에 이른 상황에서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대폭 올릴 수 없다는 점이 치명적이다.
그렇다고 이 지랄 같은 무당독재정부가 조세 정의(부의 강제적 재분배, 복지와 공적 부조 확대, 공교육 강화와 확대, 의료보험 적용대상 확대, 양육수당 인상, 남녀소득과 임금 불평등 및 지역 불평등 해소, 청년배당 전국적 도입, 노인연금 정상화 등을 통해 사회적 권리를 실현하기 위한 전제 조건)를 실현할 능력도 의지도 없다. 이미 거품을 형성한 부동산경기 활성화를 저금리로 버티며 붕괴의 시점을 늦추고 있지만 그것에 거의 한계에 도달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을 외면하고 있다.
바로 이 지점에서 박근혜 하야를 하루라도 빨리 이루어야 하는 필요성이 무한대로 커진다. 박정희 숭배자건, 박근혜의 콘크리트지지층이건, 이 글을 읽은 독자들 중에 상위 1%와 그들의 식탁에서 떨어지는 부스러기를 먹고사는 체제의 간수(전체 국민의 5%)에 속하지 않는다면, 살아남기 위해서라도 박근혜 하야에 전력을 다해야 한다. 미 대선의 승자가 트럼프가 되는 날이면 최악 중의 최악의 상황에 처하게 된다. 그나마 얼마남지 않은 민주주의마저 고사될 수 있다.
경제 붕괴의 정도가 심하면 체제의 간수들도 회복할 수 없는 피해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박근혜 하야는 우리의 생존을 위해서이지 이념적 지향이나 정권 교체를 이루기 위해서만은 아니다. 다음 정부는 한국전쟁 직후의 이승만 정부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최악의 상황에서 출발하는 것을 피할 수 없다. 이 때문에 박근혜 하야만이 아니라 상위 1%를 대변해온 새누리당을 해체하고, 친재벌적인 쓰레기 언론들을 청산하는 것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여러 가지 면에서 칼 마르크스의 한계를 명확하게 짚어낸 토마 피케티는 대체불가능한 경제학자 조지프 스티글리츠처럼 비관적으로 자신의 고찰을 끝내지 않았다. 신자유주의적 통치술을 종식시키기 위해 지난 13년간 다양한 분야를 폭넓게 공부해온 필자도 토마 피케티의 고찰에 동의한다. 박근혜 하야를 하루라도 빨리 실현하고, 새누리당 해체와 친재벌 언론 청산에 성공한다면 어떤 위기도 극복해온 대한민국은 이대생과 성주군민, 백남기 지킴이, 소녀상 지킴이 등의 거둔 승리처럼 사상 최악의 경제붕괴도 막을 수 있다.
P.S. 금융위기와 경제공황에 대해 공부하고 싶다면 찰스 킨들버거의 《광기, 패닉, 붕괴 : 금융위기의 역사》와 칼 폴라니의 《거대한 전환》, 민스키와 크루그먼, 버냉키 등의 저작을 보라. 불평등의 역사를 공부하고 싶다면 스티글리츠의 《불평등의 대가》, 불평등에 관한 자료를 구하고 싶다면 윌킨슨과 피키 공저의 《평등이 답이다》를 보라. 신자유주의적 통치술을 공부하고 싶다면 푸코의 《안전, 영토, 인구》와 《생명관리통치의 탄생》, 네그리·하트 공저의 《제국》, 나오미 클라인의 《쇼크독트린》을 보라. 신자유주의에 대한 포괄적 이해를 얻고 싶다면 리처드 피트 등의 《불경한 삼위일체》, 하비의 《신자유주의》, 보크만의 《신자유주의의 좌파적 기원》, 프랑크의 《정치를 비즈니스로 만든 우파의 탄생》을 보라.
사진 출처 : 구글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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