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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살다 살다 이렇게 형편없는 축구대표팀 경기는 처음 본다


2002년 히딩크의 A대표팀이 서울월드컵에서 4강에 오를 수 있었던 요인 중 첫 번째에 자리하는 것이 수비조직력이다. 공격력은 선수 개개인의 능력 때문에 아무리 많은 준비를 해도 한계가 있기 마련이지만 수비는 그렇지 않다. 전후반 내내 상대를 압박할 수 있는 강철체력을 바탕으로, 톱니바퀴처럼 돌아가는 수비조직력을 갖추면 최소한 패배하지는 않는다. 최전방 공격수가 상대의 공격을 막는 첫 번째 수비수가 될 수 있다면 어떤 팀과도 승부를 겨룰 수 있다. 





히딩크가 천재 소리를 들었지만 수비는 하지 않는 이동국을 뽑지 않으면서도, 모두가 반대했던 박지성을 대표팀에 승선시킨 것도 공격보다는 수비에 방점이 찍혀있었기 때문이다. 히팅크가 홍종국을 중용한 것도 그의 강철체력을 높이 샀기 때문이다. 히딩크가 지나칠 정도의 훈련량 때문에 강팀과의 친선경기에서 '5대 빵'으로 지기를 반복하면서도 홍명보를 축으로 하는 수비조직력를 극대화하는데 전력을 다했던 것도 약팀이 강팀을 이길 수 있는 최상의 방법이기 때문이다. 



히딩크는 수많은 선수들을 발굴하고 시험했지만 수비수에 관해서는 일찌감치 주전을 정한 것도 그들의 조직력을 극대화하기 위함이었다. 그렇게 수비조직력이 안정을 찾아가면서 끊임없는 압박전술도 자리를 잡을 수 있었고, 덩달아 공격력도 살아나기 시작했다. 수비조직력과 쉴새없는 압박이 완성되기 전에 5대 0으로 대패했던 프랑스와의 마지막 친선경기에서 대등한 공방을 벌일 수 있었던 것도 이 때문이었다.



월드컵 출전을 우습게 봤는지 모르겠지만, 슈틀리케의 A대표팀에는 이런 것이 존재하지 않았다. 매 경기마다 수비수가 바뀌었고, 이 때문에 조직력이라는 것은 존재할 수도 없었다. 3대 2로 패한 카타르전에서 대표팀이 보여준 수비력은 지난 15년 동안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을 정도로 엉망진창이었다. 상대선수에 대한 유기적인 압박도 없었고, 대인과 지역방어 모두에서 실패했고, 공만 따라다기에 급급해 골기퍼와의 일대일찬스룰 수시로 내주었고, 무슨 자신감인지 공뺏기에 혈안이 돼 대책없는 태클만 남발했다. 



카타르 공격수들은 단 한 번의 패스만으로 수비진을 무력화시킬 수 있었다. 운이 좋아서 3골만 먹었지 카타르보다 한 수 위의 팀이었다면 6~7골은 넣을 수 있었다. 손흥민의 부상에서 보듯, 시즌을 마친 유럽파들은 몸이 너무 무거웠고 미드필더진의 공간압박과 수비 가담은 한국에 두고온 모양이었다. 공격수들은 상대수비수가 만만해보였는지 오로지 드리볼 돌파에만 전념했다. 기성룡이 골을 넣을 때만 빼면 원터치 패스(슈틀리케가 표방한 점유율 축구의 핵심)란 안드로메다로 출장을 가버렸다.





더 이상 최악일 수 없는 경기력은, 무엇보다도 기본적인 수비조직력도 갖추지 못한 채 경기에 임한 것은 전적으로 감독의 책임이다. 자신이 무슨 메시나 호날도라도 된양 드리블 돌파만 고집한 것과 승리에 대한 압박감에 흥분제를 먹기라도 한듯이 망나니처럼 뛰어다기만 했던 선수들에게도 문제가 있지만, 모래알 같은 수비조직력과 선수 개인의 능력에만 의존한 채 아무런 전술도 보여주지 못한 경기력은 전적으로 감독의 책임이다.  



오늘의 패배가 말해주는 것은 이라크와의 친선경기에서 단 하나의 유효슈팅도 없었던 것이 우연이 아니었다는 사실이다. 감독 경질을 피할 수 없는 일이지만, 그 동안 축구협회와 기술위원회는 무엇을 하고 있었단 말인가? 월드컵 진출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한국축구의 현실을 냉정하게 돌아보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 아주 어렸을 때부터 수없이 많은 축구대표팀의 경기를 빠짐없이 봤지만, 오늘처럼 개판이었던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축구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지만, 그래도 너무나 화가 나서 사족으로 붙인다. 이게 다 야당 때문이야!!!!  


                                                                                                              사진 출처 : 구글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