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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

소떼가 올라간 그 길로 김정은 위원장이 내려왔다


문재인 대통령은 폭이 50cm, 높이가 10cm 정도에 불과한 콘크리트 군사분계선으로 나뉘어진 그 길에서 김 위원장을 맞이했다. 두 정상은 손을 뻗어 악수를 나누었다. 어느 화창한 봄날, 두 정상이 만났다. 그렇게 잃어버린 11년을 너머 3차 정상회담이 서막을 올렸다. 1976년의 판문점도끼만행사건 이후 어느 누구도 넘을 수 없었던 무형의 장벽은 더 이상 두 사람을 갈라놓을 수 없었다. 짧지만 너무나 강렬했던 두 정상의 월경 퍼포먼스는 남북으로 갈라진 민족은 물론, 전 세계에게 보여준 한반도의 미래였다.  

 

 



KBS가 대다수 시민의 생각보다 빠르게 공영방송의 자리로 돌아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시사기획 창은 이런 식으로 시작됐습니다. ‘2018, 판문점의 봄이라는 제목으로 방영된 시사기획 창3차 정상회담이 이루어지기까지 판문점을 중심으로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빠르면서도 담백하게 다룬 뒤, 이명박 정부의 5.24조치와 박근헤 정부의 개선공단 폐쇄로 전면 중단된 남북경협을 다루었습니다.

 

 

국민으로부터 시청료를 징수하는 KBS는 어느 방송사도 따라올 수 없는 자금력과 풍부한 인력, 방대한 네트워크를 갖추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축적된 영상자료도 타의추종을 불허하고요. 공영방송과 국영방송의 차이를 구별하지 못하는 고질적인 문제에도 불구하고 KBS가 마음만 먹으면 MBC SBS, JTBC 등이 따라올 수 없는 양질의 프로그램을 얼마든지 제작할 수 있습니다. 

 


특히 시사기획 창을 비롯해 국민의 시청료로 제작되는 KBS1의 각종 프로그램들은 정부와 자본의 광고와 협찬, 제작 지원에 휘둘리지 않아도 된다는 어마어마한 장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시사기획 창제작팀이 이번 주를 포함해 3주 연속 양질의 작품을 내놓을 수 있었던 것도 이 때문입니다. MBCSBS, JTBC 등에 비해 시청률의 압박에서 조금은 자유롭다는 이런 장점은 BBC라는 공영방송의 아이콘을 따라잡지 못할 이유가 없습니다.

 

 

노무현 참여정부 시절, 정연주 사장의 KBS가 그런 가능성을 충분히 보여주었다면 이명박근혜 정부 9년의 KBS는 땡전뉴스 시절의 KBS와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뉴스부터 시작해 각종 시사교양 프로그램들이 정부와 자본의 입장만 대변할 뿐, 시청료를 내는 국민은 안중에도 없었습니다. KBS의 모든 장점들은 정부와 자본의 이익을 대변하는 사회적 흉기로 변질돼 대다수 국민을 적으로 돌렸습니다.

 

 



도끼만행사건이 발생하기 전까지는 판문점이 자유로운 왕래가 가능한 남북공동구역이었다는 사실을 알려준 이번 주 시사기획 창KBS의 장점을 제대로 살렸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줄 수 있었습니다. 지난 70년 동안 판문점에서 일어난 사건들을 일일이 설명할 수 없는 시간적 제약 때문에 모든 시청자들이 방대한 자료를 따라가기가 만만치 않았을 터이지만, KBS의 장점을 제대로 살린 연출이었습니다.

 

 

‘2018, 판문점의 봄이라는 제목에 초점을 맞춘다면, 남북경협(개성공단은 소꼽놀이에 불과하다)을 다룬 후반부는 별도의 편성으로 돌렸으면 하는 아쉬움이었습니다. 한 편에 너무 많은 것을 담아내려는 제작진의 욕심을 이해하지 못할 바는 아니지만(개인적으로 노통을 볼 수 있어서 너무 좋았지만), ‘더도 말고 더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는 우리네 속담에 담긴 중용의 가치에 주목했다면 남북경협은 별도로 다루었으면 좋았을 것 같습니다. 

 


소 1001마리를 트럭에 싣고 판문점을 넘었던 정주영의 방북을 포함시킨 것에서 알 수 있듯, 제작진의 의도가 판문점 선언이후의 남북경협에 초점을 맞추기 위함이었다고 해도 다양한 연령대의 시청자와 그에 따른 경험의 차이를 고려했다면 전반부의 속도를 따라간다는 것이 쉬운 일만은 아니었습니다. 떠나간 시청자들이 하루라도 빨리 돌아오기를 바라는 제작진의 마음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정상화 초기와는 달리 갈수록 품질이 떨어지는 MBC의 전철(뉴스데스크와 백분토론)을 밟을 수 있습니다.

 

 

조금 더디더라도 KBS의 변화가 깨어있는 시민의 피부에 와 닿도록 하는데 집중하다 보면 어느 새인가 떠나간 시청자들이 돌아와있음을 발견할 것입니다. ‘신뢰를 쌓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만 잃는 데는 한 순간도 걸리지 않는다는 격언이 참이라면 그 반대도 참일 수 있습니다. 기계적 중립이란 터무니없는 요설에 휘둘리지 않고 당대의 시대정신을 담아내는데 노력하다 보면 KBSBBC를 넘어설 수 있습니다, 세계적인 한류 열풍처럼.                                                                                                                                                                                                                                                        

                                                                                                             사진 출처 : 구글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