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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이재명 거부에 담겨있는 시대정신을 찾아서


뇌과학자와 인지심리학자들 사이에서 새롭게 조명 받고 있는 바뤼흐 스피노자는 《에티가》에서 빛이 스스로 자신의 존재와 어둠의 존재를 알리는 것처럼, 진리는 스스로 자신에 대한 그리고 거짓에 대한 기준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이재명을 거부하는 사람들은 각각의 이유로 운동에 참여했지만 진리와 정의의 이름으로 스스로에게 던지고 답을 구했던 물음을 이재명과 민주당 지도부에게도 던지며 차선의 해법이라도 찾으려고 하는 것입니다.

 

 



1700만 명에 이르는 시민들이 촛불집회에서 적폐 정치인 퇴출을 예기했던 것도 이념과 정당, 이익을 넘어 모든 정치인들을 향한 명령이었습니다.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고, 거짓은 진실을 이길 수 없다고 한 것도 세월호 참사에만 그치지 않는 완전히 새로운 대한민국을 위한 국민적 요구였습니다. 문프가 촛불집회의 리더나 선동가가 아닌 시민과 같은 하나의 촛불로 참여한 것도, 국민만 보고 가겠다고 한 것도, 이념적 구분을 한 차례로 하지 않았던 것도 똑 같은 이유에서였습니다.

 

 

촛불혁명 이후의 시민들은, ‘노벨상은 트럼프에게 평화는 우리 민족에게라고 말한 문프와 함께, 모두가 받아들일 수 있는 최소한의 기준을 만들어가고 있으며, 그 일환으로 이재명 거부를 말하는 것입니다. 이들의 기준은 현대정치철학의 화두를 제시한 존 롤스가 『정의론』의 처음에 사상 체계의 제1덕목을 진리라고 한다면 정의는 사회 제도의 제1덕목이라며 찾아낸 공정으로서의 정의와 일치합니다.

 


이들은 기회가 평등하고 과정이 공정하다면 결과는 정의로울 수밖에 없다는 문프의 캐치프레이즈를 따르는 것이기도 합니다. 이들은 또한 이명박근혜 9년 동안 억압과 착취 속에서도 세상은 돌아간다는 역사적 사실을 진저리 칠 정도로 깨달았다면, 문프의 5년과 그 이후의 30년은 상식과 원칙 속에서 세상이 가장 잘 돌아간다는 사실을 진리의 영역으로 끌어올려 흔들리지 않게 하려는 것입니다. 소득 증대와 재분배는 하위계층에게 유리하게 하되 지속가능한 성장의 가능성을 찾고자 합니다.    

 

 

물론 (이재명의 본질이 널리 알려지지 않은 지금까지는) 다수의 사람들처럼, 기본소득과 청년배당, 보편적 복지, 재벌 해체 등에 혹할 수도 있고, (실현가능성은 아예 무시한 채) 거기에 편승해 편안한 삶을 추구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배 부르고 등 따시면 됐지, 누가 다스리든 내 이익만 챙기면 그만이지 하며 이재명의 패륜적인 권력욕을 모른 척 할 수도 있습니다. 노통의 죽음을 그렇게 퉁치며 이명박근혜 9년을 서둘러 지울 수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이들은 한나 아렌트가 『전체주의의 기원』에서 지구상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인간이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는 확신은 역사를 상투적인 틀로 해석하는 길로 이어질 수 있다. 이해란 잔악무도함을 부인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선례에서 전례 없는 일을 추론하거나 현실의 영향과 경험의 충격이 더 이상 느껴지지 않도록 만드는 유추와 일반화를 통해 현상들을 설명하는 것도 아니라고 말한 것에 동의합니다. 이재명의 본질을 이해하는 것은 그렇게 거창한 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들은 이해는 오히려 우리의 세기가 우리 어깨에 지운 짐을 검토하고 의식적으로 떠맡는다는 것을 의미하지 짐의 존재를 부인하거나 그 무게에 패기 없이 굴복한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간단히 말해 이해란 현실에, 그것이 무엇이든, 미리 계획하지는 않았지만 주의 깊게 맞서는 것이며 현실을 견뎌내는 것이다...현실을 아무런 편견 없이 감연히 맞서 이겨내는 것이라는 성찰을 받아들이고 실천하는 것입니다. 이재명 퇴진운동을 통해 우리는 반동의 현실에 맞설 것입니다.

                


각자에게 주어졌다고 생각하는 만큼의 현실의 몫을 짊어지고 승자가 곧 정의라는 통념에 굴하지 않은 채, 압도적으로 불리한 형세에 흔들리지 않고 도망가지 않으며 혜경궁 김씨는 누구입니까?’라는 질문을 멈추지 않으려 합니다. 이재명과 민주당 지도부에 대한 아무런 편견 없이 감연히 맞서 이겨내려고 합니다. 지선에서 민주당의 압승을 위해 우리의 표를 줄 것이지만 사표가 되는 한이 있더라도 이재명에게는 주지 않을 것입니다. 



어쩌면 우리는 명박산성보다 높은 기득권의 이해관계를 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시사라디오를 포함한 모든 언론과 거대 팟캐들이 긁어부스럼을 만들지 않기 위해 몸을 사리고 그를 옹호하고 있기 때문이지만, 낮은 곳에서 시작된 우리의 아우성이 멈추지 않는 한 진실의 문은 열리고 말 것입니다. 촛불혁명 이후 승리의 기록을 쌓아왔듯이 그렇게 승리를 향해 갈 것이며, 문프의 임기 내내, 그리고 그 후로도 한참 동안 그럴 것입니다.


                                                                                                              사진 출처 : 구글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