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어준은 거의 모든 사안을 음모론으로 몰고 갑니다. 맞으면 좋고 틀려도 상관없는 음모론은 책임지지 않는 사람들이 대중을 선동할 때 가장 많이 애용합니다. 겉으로 드러난 것의 이면에는 그렇게 보이도록 만든 자들의 의도가 숨어있다는 것이 음모론의 핵심입니다. 진실을 말하는 것이 아닌 표상(현상)에 숨어있는 의도를 찾는 행위나 상상에 불과한 음모론이 진실을 찾아가는 것인 양 호도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진실을 찾아낼 능력이나 지식, 정보 등이 부족하거나 현상(표상)의 행간을 정확히 읽어낼 능력이 없는 자들이 자신을 드러내고 싶을 때도 음모론을 즐겨 사용합니다. 현재의 권력을 타도해야 할 악으로 낙인 찍을 때도 즐겨 사용됩니다. 우파 전체주의 독재였던 히틀러의 나치와 좌파 전체주의 독재였던 스탈린의 소비에트가 선동과 선전을 위해 제일 많이 애용했던 것도 음모론이었습니다. 사상 최악의 대학살도 음모론의 결과였습니다.
음모론의 최대 해악은 오랫동안 같은 시공간을 공유하는 사람들을 둘로 나눠 치고받게 만드는 것입니다. 모든 음모론은 가해자와 피해자라는 이분법적 구분 하에서만 성립될 수 있습니다. 가해자는 악이며, 피해자는 선으로 규정됩니다. 이 때문에 좌우나 진보/보수처럼 서로의 영역을 넘나들거나 토론과 합의를 통해 타협점을 찾아내고 경쟁과 공존이 가능하도록 작동하는 이념적 구분과는 다릅니다.
가해자(악)와 피해자(선)라는 음모론적 구분은 한 쪽을 완전히 박멸할 때까지 싸움을 멈출 수 없습니다. 선과 악은 공존할 수 없기 때문에 상대를 박멸해야 자신이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김어준이 정치경제적 이슈를 다룰 때 이쪽이나 저쪽이라는 표현을 쓰는 것에 속지 말아야 합니다. 김어준이 음모론의 주체를 저쪽이라고 말하는 것은 진영논리로 포장된 이분법적 폭력의 책임에서 벗어나기 위함입니다.
제가 음모론의 대가인 김어준을 교활할 정도로 영리한 자라고 말한 것도 이 때문입니다. 그는 언제나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어놓은 상태에서 가해자와 피해자의 경계를 모호하게 말함으로써 이후에 벌어질 일들에 대해 책임지지 않습니다. 김어준이 가해자로 지칭한 저쪽이란 정확히 규정하지 않았기에 이후에 벌어지는 모든 일들은 받아들이는 사람들의 해석에 따라 책임의 소재가 전환됩니다.
김어준이 말한 저쪽은, 다시 말해 공격과 박멸의 대상인 저쪽은 궁찾사와 필자처럼 이재명 거부운동을 하는 사람들이 될 수도 있고, 그가 말한 작전세력으로 규정된 사람들이 될 수도 있습니다. 이재명을 둘러싼 온갖 의혹과 논란에 침묵으로 일관하다 ‘디바이드 앤 룰(분할해서 통치한다)’이라는 케케묵은 통치방식을 들고나온 것도 음모론적 이분법(설마 이것으로 프레임 전환을 시도한 것은 아니겠지? 그러면 너무 쪽팔리지 않은가?)으로 또 다른 갈등을 유발시키는 비열하고 저급한 선동입니다.
김어준이 들고나온 ‘디바이드 앤 룰’을 박근혜식으로 말하면 ‘참 나쁜 인간이네’라고 할 수 있습니다. 김부선씨와 김사랑씨, 이재선씨의 미망인과 딸 등의 폭로와 하소연들이 거짓이라면 이런 꼼수를 부릴 이유가 없기 때문에, 김어준이 특정하지 않은 저쪽의 ‘디바이드 앤 룰’을 들고나와 물타기를 시도한 것은 투표일까지 시간을 벌고자 했던 것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습니다. 나꼼수가 괜히 나꼼수가 아니었던 것이지요.
김어준과 주진우를 압박한 것은 투표일 전에 진실을 밝히고 책임을 최소화하라는 것이었는데 정반대로 가는 것이 참담하고 슬프기까지 합니다. 사람은 실수할 수 있고, 잘못을 저지를 수 있으며, 범죄에 연루될 수도 있습니다. 저 또한 그랬고, 그러며 그럴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완벽한 인간이란 없기에 진실을 밝히고, 잘못이 있다면 진심으로 사죄하고 용서를 구하는 것에 주저할 이유가 없습니다.
4일 남았습니다. 다수의 사람들은 용서할 준비가 돼있습니다. 목적은 이재명의 퇴출이지 그 이상의 무엇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사람마다 몇 사람을 더할 수 있겠지만 원래의 목적은 이재명을 퇴출시키는 것이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아리스토텔레스가 ≪니코마코스 윤리학≫에서 했던 말을 두 사람에게 전합니다. “공정하게 행동해야 공정한 사람이 되고, 절제된 행동을 해야 절제하는 사람이 되고, 용감한 행동을 해야 용감한 사람이 된다.”
사진 출처 : 구글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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