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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참사

세월호 희생자들이 피를 토하며 울부짖고 있다


세월호 특별법이 밝혀야 하는 것은 크게 세 가지로 압축된다. 첫 번째는 4월16일 세월호가 침몰하고 있을 때 박근혜 대통령의 사라진 7시간이다. 두 번째는 세월호 실소유주에 대한 의문을 불러일이킨 채 한 발도 나가지 못하고 있는 세월호 직원ㅡ사망한 상태다ㅡ이 작성한 '국정원 문건'이다. 세 번째는 세월호가 급변침을 한 이유다. 이밖의 것들은 검찰 조사로도 충분히 밝힐 수 있는 것들이어서 특별법까지 만들 필요도 없다. 






헌데 이 세 가지는 현 집권세력 전체를 침몰시킬 수 있는 폭발력을 지닌 것이라, 하늘이 무너져도 새누리당이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세월호 유족들이 단식 중에 죽음에 이른다 해도, 새누리당은 위의 세 가지를 밝히고자 하는 특별법에 동의할 가능성은 처음부터 없었다. 7월 재보선에서 새정치민주연합이 압승을 했다 해도 달라질 것은 없었을 터, 세월호 특별법을 놓고 벌이는 여야의 싸움이란 건곤일척의 승부였다.



문제는 어떤 사안에 야성을 집중시킬 것이냐에 달렸는데, 한심하고 무능한 새정치민주연합은 이를 구별조차 못한다. 국정원 댓글사건부터, 남북정상회담회의록 유출산건, 간첩조작사건, GOP총기난사사건과 윤 일병 구타·살인행위까지 새정치민주연합은 그 어느 것도 제대로 야성을 폭발시킨 것이 없다. 그들은 세월호 진상규명에 대한 의지도 없는 것 같다. 김한길과 안철수 공동대표 시절이나 박영선 비대위원장 체제에서도 위의 세 가지를 밝히고자 하는 의지를 보여준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오직 자신의 정치생명만이 중요할 뿐이었다. 





그 결과가 오늘 새누리당과 합의한 세월호 특별법이다. 아니, 지금까지 제대로 밝힌 것이란 아무것도 없는 일반적인 특검법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은 또다시 새누리당2중대 역할에 충실했다. 이들에겐 국민을 위해 물러섬이 없어야 할 때조차 수없이 물러섰고, 마침내 그것이 최고점에 이르렀다. 야성이란 집권 세력의 발목을 사사건건 물고 늘어지는 것이 아니라 한 번 물었으면 그대로 나주면 안 되는 것을 말한다. 아무리 오랜 시간이 걸리더라도, 무수히 많은 비판에 직면해도 이를 정면돌파해가는 것이 야성이다.  



민주주의 체제에서는 통큰 양보가 터 큰 결실로 돌아오기 마련이다. 야당이 불법적인 요소들이 개입돼 있다 해도 선거의 결과를 받아들이는 이유는, 판을 뒤엎는 것에서 얻는 이익보다 다음 번 선거에서 얻는 이익ㅡ당연히 정권을 탈환이다ㅡ이 클 때이다. 세계적인 정치학자들이 공동 집필한 《민주주의와 법의 지배》에서 여러 번에 걸쳐 언급된 것처럼, 민주주의 체제에서 정당정치란 이런 셈법 하에 돌아간다.  




중학교 1학년보다 못한 박영선




그 결과가 뻔히 내다보이는 일반적인 특검법에 합의한 새정치민주연합 비대위체제의 셈법이 이러할 진데, 바로 그것 때문에 새정치민주연합이 집권할 가능성이 더욱 희박해졌다. 국민이 보기에 이명박에 각을 세운 것처럼 행동했던 박근혜의 성공을 이어받아, 김무성(과 다른 잠재적 대권주자들)이 비슷한 행태를 보이면 박근혜 대통령을 지지하는 40~45%의 콘크리트 지지자들의 표심은 절대 흩어지지 않는다. 퇴임 후의 박근혜를 지켜야 하기 때문이다.



하물며 김무성 체제의 새누리당이 방송과 족벌신문 및 기업들의 도움을 받아 박근혜 대통령을 성공한 대통령으로 만들면, 새정치민주연합이 집권할 가능성은 더욱 떨어진다. 하루가 다급한 북한과이 낮은 수준의 경제통일ㅡ이것이 '통일은 대박이다'의 핵심이다ㅡ에 합의한다면 정권을 탈환할 가능성은 더더욱 떨어진다. 이것 때문에 새정치민주연합이 새누리당과 합의를 한 것이며, 그들의 패배의식이 세월호 희생자와 실종자들을 두 번 죽이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다. 





세월호 유족들의 처절한 절망과 터질 듯한 분노가 눈에 보인다. 세월호 참사가 일어났을 때, 조중동이 적극나서 세월호 참사와 정치와의 구분선을 명확히 한 이래ㅡ집권세력만이 아니라 야당에도 책임이 있다는 논리ㅡ세월호 침몰 원인을 밝히는 특별법 제정은 물건너 갔다. 조중동의 이런 물귀신 작전 때문에 세월호 유족들은 정치의 도움을 받을 수 없었고, 지금까지 계속해서 다람쥐 쳇바퀴 도는 일 이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현재의 대한민국은 되돌리기 힘들 만큼 우경화되서, 촛불의 규모가 6.10항쟁의 수준을 넘어야 한 쪽으로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을 수 있다. 마틴 루터 킹 목사가 "도덕세계의 반원은 길지만 그것은 정의 쪽으로 기울어져 있다"고 말했지만, 세월호 특별법은 도덕세계에 속하는 것이 아니라 정치세계에 속하는 문제여서 수사권과 기소권이 주어지는 특별법이 반드시 필요했다. 





오늘 일반적인 특검법에 새정치민주연합이 합의했기 때문에 정의는 고사하고 위의 세 가지 중 하나라도 밝힐 가능성은 사라졌다. 동시에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도 무능하고 무책임한 야당의 비굴한 타협과 함께 깊은 바다 속으로 침몰했다. 필자는 지금까지 세월호 희생자들의 명복을 빌어본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세월호 침몰원인에 대한 진상규명이 일어지지 않는 한 그들을 보내줄 수 있는 방법이란 단 하나도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는 그들의 극락왕생을 위해 명복을 빌어야 할지도 모르겠다. 며칠 전 광화문에 갔을 때 세월호 유족을 만나지 못한 것이 천추의 한으로 남을 것 같다, 죽음에 이를 때까지. 세월호 영령들이 목놓아 서럽게 흐느끼며, 피를 토하는 울음소리가 필자의 고막을 파고들고 있다. 온몸의 세포와 신경들이 울부짖는다, 슬픔과 좌절과 분노의 이름으로    



                                                                                                    사진 출처 : 구글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