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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이재명이란 변수를 빨리 처리해야

 

"민주주의 기반이 아무리 튼튼하다 해도 극단주의 선동가는 어느 사회에서나 등장하기 마련이다. 미국 역시 예외는 아니다. 가령 헨리 포드, 휴이 롱, 조지피 매카시, 조지 윌리스와 같은 인물들이 그들이다. 그러나 민주주의에 대한 중대한 시험은 이러한 인물이 등장하는가가 아니라, 정치 지도자와 정당이 나서서 이러한 인물이 당내 주류가 되지 못하도록 차단하고, 이들에 대한 지지와 연합을 거부하고, 필요하다면 다른 당의 민주주의 후보자를 지지하거나 경쟁 세력과 적극적으로 연대함으로써 이들이 권력을 잡지 못하도록 막을 수 있는가이다. 대중적으로 인기 있는 극단주의자를 정치적으로 고립시키기 위해서는 정치인들의 결단이 필요하다. 그러나 기성 정당이 두려움과 기회주의, 혹은 판단 착오로 인해 극단주의자와 손을 잡을 때 민주주의는 무너진다.(스티븐 레비츠키와 대니얼 지블렛의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에서 인용)"

 

 

 

 

미국의 트럼프만이 아니라, 이명박근혜의 '잃어버린 9년'에도 똑같이 적용되는 이런 역주행은, 기회주의적이고 권위주의적이며 보수적인 인물인 이재명을 밀어주는 민주당의 지도부와 의원들에게도 똑같이 적용될 수 있다. 세월호참사를 정치적으로 철저하게 우려먹은 이재명(그의 실체를 몰랐을 때는 지지했었다)은 품성이나 언행, 기질 등이 표퓰리스트 선동가인 트럼프와 상당히 닮았기 때문이다. 김어준의 노골적인 도움이 없었다면 대선주자에도 오르지 못했을 이재명(일개 도시의 시장에 불과한 행정가가 정치판에서 화제의 중심이 된다는 것은 상상하기도 힘들 만큼 예외적인 경우였다)을 노무현 대통령과 비교할 때마다 분노와 실소를 금하지 못하는 것도 살아온 방식과 품성에서 정반대에 위치한 두 사람을 쌍둥이라고 하는 것과 같았기 때문이다.

 

 

이재명을 걸러내기는커녕 비호하기에 급급했던 추미애와 이해찬, 표창원, 정성호, 손혜원 등은 물론 김어준과 주진우, 김용민, 이동형 같은 자들에게도 위의 인용문은 적용될 수 있다. 그들의 주장과 논리가 얼마나 저급하고 선동적이고 편향적이이서 종국에는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위험을 내포하고 있는지 알려주는 바로미터라 해도 무리가 없을 정도다. 다양한 저자의 '정의론(롤스, 드워킨, 벌린, 노직 등)'과 표퓰리즘 관련 책들이 공통적으로 말해주는 것은 민주주의가 다수의 독재나 우중의 독재로 전락하는 데는 자유의 과잉과 책임의 부재, 도덕적 판단, 윤리적 신념의 결여 등에서 비롯된다는 것이었다. 평등과 자유가 대립되는 개념이라고 생각하는 정치철학적 무지함이 이런 퇴행적 현상들을 초래하고, 그 결과 체제와 사회의 하향평준화가 기성정치인과 정당 및 언론과 지식인의 타락으로 이어진다.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표퓰리스트 정치인과 선동가들이 활개칠 수 있는 것도 이런 퇴행적 현상들이 누적된 결과라고 해도 그리 틀린 말은 아니다.

 

 

보수의 자멸로 진보 진영의 승리가 어부지리처럼 이루어진 지금이야말로 진보 진영의 업그레이드 필요가 절실한 시점이다. 일자리를 무서운 속도로 없애고 있는 기술 발전은 산업자본주의에서나 유효했던 노동자 중심주의의 구좌파적 관점을 시대에 뒤떨어진 것으로 만들었다. 진보를 넘어 보수에게서도 지지를 받던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이 떨어지는 것도 보수의 재정립이 대단히 어려운 상황에 안주한 진보 진영이 승리의 열매를 달라며 또다시 분열을 시작했기 때문이며,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최대 적인 언론이 이를 부추기기 때문이다. KBS가 그나마 바람직한 방향으로 나가고 있지만, 손석희 저널리즘으로 대표되는 JTBC의 딴지놓기가 문재인 정부를 흔들면서 바람직한 언론 개혁을 방해하고 있다. MBC는 엠병신이었을 때가 차라리 나을 정도로 극단적인 이분법과 분열을 조장하고 있어 문제의 심각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구좌파 성향의 엘리트주의자들이 MBC를 장악하고 있는 이상 바람직한 변화를 기대한다는 것은 불가능해 보인다.  

 

 

남북의 평화체제 확립과 경제공동체 구축을 반드시 이루어야 하는 문재인 대통령으로서는 어디로 튈지 모르는 트럼프와 모든 과정을 함께해야 하기 때문에 힘이 부치는 모양새다. 트럼프가 대북제제에 일정한 양보를 해주어야 다음으로 갈 수 있는데, 정치적 양극화를 더욱 심화시킬 미국의 중간선거 결과로 문재인 대통령의 고뇌가 더욱 깊어지고 있다. 미중 무역전쟁의 피해는 대한민국에 가장 크게 작용할 터, 전선을 전방위적으로 넓히고 있는 트럼프의 강공으로 상황은 더욱 악화되고 있다. 한국경제의 하락세는 최저임금 인상 때문이 아니라 이명박근혜 9년 동안 여러 가지 요인들이 누적된 결과지만 트럼프와 사우디의 고유가 정책(중국을 길들인다는 명분하에 시작했지만 세계적 경기 부진으로 성공하지 못했다), 수출 1위인 석유화학과 수출 2위인 반도체의 슈퍼사이클이 동반으로 끝난 것이 결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한국경제의 체질을 바꾸고 시점에서 이런 불리한 요인들이 한꺼번에 터져나온 것이 안타까울 뿐이지만, 지속가능한 미래로 진입하려면 소득주도성장과 혁신성장, 공정 경제로 대표되는 J노믹스가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

 

 

이런 점에서도 이재명의 퇴출이 하루라도 빨리 이루어져야 한다. 민주당이 더 이상 이재명 문제로 삐걱거릴 틈이 없다. 점점 다가오는 총선에서 승리하려면 내부의 분열을 최소화해야 한다. 보수의 환골탈태가 갈수록 요원해지는 상황에서, 그래서 문재인 정부의 딴지잡기가 줄어들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트럼프의 국내 상황까지 급변할 경우ㅡ이를 테면 특검의 수사결과에 따라 탄핵이 진행될 경우ㅡ문재인 대통령이 힘겹게 끌고가고 있는 남북 문제의 추진력이 급격히 떨어질 수도 있다. 이럴 경우 남북경협 추진 등에 국회의 적극적 협조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한국경제를 바람직한 방향으로 재편성할 J노믹스 성공도 국회에서의 입법 과정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이런 이유들로 해서 표퓰리스트 정치인인 이재명이라는 변수를 하루라도 빨리 처리해야 한다.  

 

                                                                                                                                                  사진 출처 : 구글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