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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

한겨레 윤석렬 보도, 문통의 입장에서 보면

서초동에 모인 촛불시민의 힘과 유시민 이사장의 활약 덕분에 검찰이 짜놓은 각본대로 흘러가던 조국 대전이 거대한 방향 전환에 성공한 시점에서 한계레의 보도가 나왔다. 검찰과 언론, 자한당의 3축동맹이 조국 일가에게 강제적으로 덧씌워버린 각종 의혹들이 노무현재단과 KBS에서 공개한ㅡ공개할 수밖에 없었던 김경록 팀장과의 인터뷰 전문으로 조국 대전의 방향 전환이 모든 언론을 장식할 바로 그 순간에 한계레의 보도가 나왔다. 

 

 

이 바람에 검찰의 스피커를 자처했던 기레기들은 한겨레의 보도를 다루는 것으로 방향 전환에는 침묵할 수 있었다. 진실보도를 주구장창 떠들어대다가 미세먼지 보도 때부터 삣딱선을 타기 시작하다 '조국 대전'부터 기레기 무리에 합류한 JTBC 뉴스룸을 비롯해, 조국 대전 취재기자들을 물갈이하기로 결정했으나 내부의 반발에 직면한 KBS까지 한겨레 보도의 진실 여부를 가리는 것으로 위기의 하루를 거뜬하게 넘길 수 있었다. 촛불시민과 유시민의 노력이 허망할 정도다.  

 

윤석렬에 대한 한겨레의 폭로가 진실이라면 대박에 해당하는 특종이지만, 변곡점을 맞은 조국 대전을 중심으로 보면 시기적으로 최악이었다. 두 개의 김경록 인터뷰 전문은 모든 것을 일거에 뒤집을 정도로 충분하지는 않지만 검찰이 독점했던 정보의 균형을 어느 정도 이룰 수 있도록 만들어주었다. 기레기와 자한당, 기독교 무리들을 앞세운 검찰의 일방적인 공격이 더 이상 유효할 수 없는 상황으로 급변한 것인데, 한겨레의 윤석렬 보도는 이런 천지개벽의 기회를 희석해버렸다. 오늘 하루 검찰의 선택적이고 악의적인 피의사실 유출에 대대적인 반격을 가할 수도 없었던 것도 이 때문이다.  

 

방송은 물론 포털과 SNS, 유튜브까지도 한겨레 보도로 가득했다. 두 개의 김경록 인터뷰 전문은 '김옥균의 3일천하'는커녕 '1일천하'로 끝났다(다시 살리면 되지만 식어버린 열기를 살리는 것은 몇 배의 에너지가 필요하다). 조국 일가에게 불리한 보도를 남발해온 검찰의 주구들에게는 최고의 탈출구가 생겼고. 무엇보다도 '검찰은 검찰의 일을, 법무부는 법무부의 일을 하면 된다'며 조국 장관과 윤석렬 총장 모두에게 기회를 준 문재인 대통령이 곤란하게 됐다. 가혹할 정도의 검찰개혁은 조국 법무부장관을 통해, 살아있는 정치·경제권력에 휘둘리지 않는 검찰 수사는 윤석렬 검찰총장을 통해 이루려고 했던 문통의 플랜이 한겨레의 보도로 무산될 수 있게 됐다. 

 

한겨레의 보도로 윤석렬을 해임하게 되면, 새로운 검찰총장을 찾는 일도 쉽지 않지만, 무엇보다도 문재인 정부의 검찰개혁에 검사들의 반발이 극단적으로 흐를 가능성이 높다. 윤석렬을 해임하면 그 다음은 조국이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럴 경우 새로운 법무부장관을 찾는 일은 문통의 국정 운영을 마비 상태로 몰고갈 수 있다. 문통이 조기 레임덕에 빠질 수 있다. 검찰발 피의사실을 무비판적으로 보도해온 기레기들이 어느 편에 힘을 실어줄지는 불을 보듯 뻔하다. 자한당 때문에 기능을 상실한 국회가 전면에 나설 수도 없다.  

 

국정원 댓글사건 외압 폭로 때부터 윤석렬의 언행과 방식에 회의를 품었던, 그래서 문통이 윤석렬을 중용할 때마다 불안함을 감출 수 없었던 필자지만, 문통의 원할한 국정 운영을 위해 일체의 언급도 하지 않았다. 미국과 중국, 영국, 일본은 물론 대부분의 국가들이 우경화의 길로 치달으며 자국중심주의에 매몰된 상황에서 조국 대전까지 더해져서 국정 운영에 빨간불이 켜진 문통의 입장에서 모든 것을 볼 필요가 있었다. 조국 법무부장관이 한겨레 보도를 서둘러 부인한 것도 같은 선상에서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최악으로 치닫는 국제현실ㅡ1929년의 대공황이 2차세계대전으로 이어진 상황과 대단히 유사해진ㅡ을 고려해 보수적인 정책을 많이 펼칠 수 없는 상황까지 고려하면 새로운 검찰총장과 법무부장관을 물색하는 일은 문통의 손발을 자르는 것과 다를 것이 없다. '삼성에게 고맙다'는 문통의 말(대법원의 파기환송으로 이재용의 재구속은 피할 수 없는 상황이라 이재용에게 유리하게 해석하는 것은 견강부회에 불과하다)에 불만을 표출한 심상정의 무지함과 이념적 접근이야 무시하면 그만이지만, 현재의 국제정세는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안개 속에 갇힌 형국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아베의 또라이짓은 일본기업으로부터도 비판의 대상으로 급변하고 있어 시급성이 많이 줄었지만, 홍콩시민의 위대한 투쟁에 얽혀있는 미중 무역전쟁과 독일을 비롯한 유럽경제의 최대 위기(유로존을 극도의 혼란으로 몰고갈 노딜 브렉시트도 코앞으로 다가왔다), 남북문제에 치명타를 가할 수 있는 트럼프의 탄핵정국까지 문통이 헤쳐가야 할 위기들은 하나둘이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조국 대전에 윤석렬 스캔들까지 더해지면 문통의 국정 운영은 내우외환의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버린다.

 

구좌파적 인식에 갇혀있는 심상정처럼, 구시대적 발상에서 한 발도 벗어나지 못하는 진보언론들도 문통의 보수적 행보에 불만이 많을 터, 한겨레의 보도를 그런 관점에서 보면 윤석렬 저격의 진짜 타겟은 문통일지 모른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한겨레는 국제현실을 무시할 수 없는 문통의 보수적 정책(정확히는 현실주의적 정책)에 불만을 표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노무현 대통령의 국정 운영을 사사건건 발목잡은 기레기들은 보수언론만이 아니었다는 사실을 상기해야 한다. 성한용과 이대근으로 대표되는 진보언론의 교조적·엘리트주의적 폐쇄성과 경직성은은 노통에게 그랬던 것처럼, 문통에게도 상당한 부담으로 다가오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렇다고 해서 한겨레 기자를 고소한 윤석렬의 대응은 치졸하기 그지없다. 그의 5G급 고소는 촛불시민의 항쟁에 직면한 검찰의 위기감이 극도로 높아졌다는 반증이지만 치졸한 행태라는 사실은 바뀌지 않는다. 윤석렬의 그릇이 이 정도밖에 되지 않다는 것을 새삼 증명한 초스피드 고소는 대한민국 검찰사에 지울 수 없는 치욕으로 남을 것이다. 한겨레의 보도는 시기적으로도 문제였고 내용의 빈약함에서도 문제였다고 해도 윤석렬의 과잉대응은 대한민국 검찰의 민낯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었을 뿐이다.   

 

이재명과 함께, 나꼼수 무리에 비판적인 글을 수없이 써온 필자지만 한겨레 보도에 대해 윤석렬을 쉴드친 김어준의 용기(유시민의 어드바이스를 받았을까?)만은 칭찬하지 않을 수 없다. 유시민 이사장이 윤석렬에게 출구전략(윤석렬이 아닌 조국 조사팀에게 책임을 돌린 알릴레오 방송)을 제시한 것도 문통의 입장에서 조국 대전을 임하고 있기 때문이다. 윤석렬에 빡친 많은 촛불시민들이 한겨레의 보도에 열광하고 있지만, 바라건대 한 걸음을 물러나 문통의 입장에서 현재의 상황을 봤으면 한다. 

 

나는 '검찰은 검찰의 일을, 법무부는 법무부의 일을 하면 된다'는 문통의 말에 답이 있다고 본다. 아울러 검찰개혁으로 이어질 조국 대전에서 승리할 수단을 비로소 확보하게 됐는데 확실치도 않은 한겨레 보도에 휘둘려 촛불시민의 전력을 분산할 필요는 없다고 믿는다. 문통을 신뢰하고 지지한다면 조국과 윤석렬에게 맡긴 과감한 검찰개혁과 법앞에 평등한 수사관행 정착에 힘을 실어줄 필요가 있다. 조국 법무부장관의 승리가 확정되기 전까지는 문통의 입장에서 한겨레 보도를 바라볼 필요가 있다. 

 

윤석렬을 검찰총장에서 끌어내리는 것은 그 다음에 해도 늦지 않다. 윤석렬 검찰의 잔혹한 수사를 극복해야 조국 법무부장관이 강력한 대선주자로 올라설 수 있다. 문통의 큰 그림을 믿자. 문통의 성공에 힘을 실어주는 것에 집중하자. 우리는 한 때, 그리고 많은 분들이 여전히 '이니 하고 싶은 것 다해!'를 수없이 되뇌이고 되뇌이지 않았던가. 멍청하고 무지하기로 따지면 천하제일고수인 나경원도 한겨레의 보도가 조국 수사에 대한 물타기라고 하지 않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