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꼼수의 역설을 어느 정도 정립한 이후로는 김어준이 나오는 모든 프로를 듣지 않았다. 재발한 간암과 싸워야 했고, 하루하루 죽음으로 다가가는 어머님을 돌보느라 다른 것들에 신경쓸 여럭도 없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을 죽음으로 내몬 것과 똑같은 방식으로 조국 일가를 재기불능의 천길 낭떠러지로 몰아가던 윤석렬 검찰의 살인교사에 준하는 행태에 분노에 조국 대전에 뒤늦게 참여한 것도 이런 개인적인 이유 때문이었다.
뒤늦게나마 조국 일가와 관련된 각종 보도와 동영상들을 시계열순으로 찾아보는 가운데 지난주부터는 김어준의 뉴스공장도 듣기 시작했다. 누군지도 모르는 '요순우탕'과 친했다는 이유로 영원한 노빠이자 문파인 내가 최빠로 몰려 글을 올려봤자 보는 사람도 없는 트워터와 페이스북 활동도 다시 시작했다. 유시민의 알릴레오는 빼놓지 않았고, 최악의 공영방송으로 전락하고도 무엇이 문제인지 전혀 깨닫지 못하는 KBS 9시뉴스도 매일매일 챙겼다.
그런 과정에서 선민의식과 확증편향, 뉴미디어의 공세에 갖혀있거나 허덕이고 있는ㅡ서초동집회를 계기로 MBC는 많이 부족하지만 나름대로의 탈출구를 찾은 것 같다ㅡKBS를 비롯해, 여론환경을 지배하는 제도권언론이라는 기득권 카르텔을 유지하고 싶은 기성언론의 기레기 짓거리는 하나도 변하지 않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퇴행의 정도는 유튜브 방송 등 대안미디어로 흘러들어가고 있는 광고비 이탈과 정비례해서 심화됐다.
이해할 수 없는 서울시의 전폭적 지원을 받고 있는 김어준의 뉴스공장도 목불인견의 퇴행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뉴스공장은 조국 대전에서 상당한 활약상을 보여주었지만, 조국의 사퇴에 맞춰 본색을 드러내기 시작함에 따라 퇴행의 속도가 광속에 근접해갔다. 여의도집회에 힘을 실어주면서도 서초동집회를 폄훼하는 김어준의 외눈박이 편향은 퇴행의 속도가 얼마나 심각한지 단적으로 말해준다.
특히 정경심 교수의 구속영장 청구의 적절성 여부를 다룬 오늘(10월 22일)의 방송은 이땅의 지식인이나 전문가를 자처하는 자들이 얼마나 허당이며 사이비인지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김어준과 오늘의 출연자들은 윤석렬(검찰총장이 되기 전까지 문통과 국민을 속이는데 성공한 희대의 사기꾼)의 검찰이 정경심 교수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할지 안할지를 내기했다는 것도 패륜적인 짓거리(김어준의 특기로, 자신의 예언이나 생각, 주장이 틀렸을 경우, 자신은 뒤로 빠진 채, 잡스러운 패널들을 출연시켜 토론하게 함으로써 자가면죄부를 발행하는 비열한 짓거리)였지만, 정경심에 대한 검찰의 피의사실 유포들만 제대로 살폈으면 영장 청구가 100%였다는 것조차 예측하지 못할 수 없었다.
판사 출신 포함 3명의 변호사와 아주경제 법조팀장은 윤석렬의 검찰이 (정경심 변호인단에 따르면) 뇌경색과 뇌종양에 걸려 생명이 위독할 수도 있는 정경심 교수를 7차례라 소환했고, 조국 동생의 구속영장이 기각됐다는 사실로부터 구속영장 청구를 하지 않을 것이라 예측했었다. 구속영장 청구를 하지 않을 것이란 그들의 또 다른 근거는 검찰의 관행이었다. 조국 일가에 대한 확증편향된 보도를 쏟아낸 KBS 기자들이 기레기 짓거리에 대한 변명으로 내세운 그 빌어먹을 놈의 관행ㅡ4차례 이상 소환했을 경우 구속영장 청구없이 기소하는 관행ㅡ으로 볼 때 구속영장 청구는 없을 것이라는 주장이었다.
때로는, 아니 거의 대부분 법과 제도보다 더욱 강하게 현실을 지배하는 관행이라는 타성, 그것 때문에 이땅의 수많은 헛똑똑이들은 구속영장 청구를 회의적으로 봤다. 노무현 일가에게 가해진 이래, 10여 년만에 재현된 조국 대전은 관행으로 접근하면 사안의 실체에 접근할 수 없는 유이무삼한 경우임에도 그들은 관행이란 타성에 젖어 김어준 특유의 패륜적인 내기에 동참하게 된 것이었다(이반 일리치의 《전문가들의 사회》를 보면 이들의 폐해가 무엇인지 알 수 있다).
모든 사안을 오락화해 가치판단의 기준을 흐려놓는데 탁월한 재주를 지닌 김어준의 특성을 파악했다면 그의 비열한 수작ㅡ조국 일가의 생존을 시정잡배나 하는 내기로 오락화한 파렴치한 짓거리ㅡ에 걸려들지 않았을 것이지만, 그것이 전문가 특유의 자신감이나 공명심에서 나왔던 간에 그들의 판단은 직관 이상의 성찰을 놓치고 말았다. 그들이 영장 청구가 안 될 근거로 내세운 검찰의 관행은 조국 대전과 윤석렬의 검찰에게는 통하지 않음을 깨달았어야 했다.
관행이라는 편견(선입견, 보수의 아버지인 에드먼드 버크가 대단히 중시한 가치 판단 기준)에 빠진 그들은 서초동에 모인 시민들보다 윤석렬 검찰의 본질을 파악하지 못하는 전문가의 함정에 빠져버렸다. 검찰 수사팀이 7번의 소환에도 불구하고 조사 시간이 터무니없이 짧았다는 것을 악착같이 떠들어댄 이유를 생각하면 구속영장 청구는 100%였음을 알 수 있었다. 제대로 된 심문을 하려면 구속이 필요하다는 그들만의 논거를 축적하기 위한 사전작업이었음을 놓칠 수 없다.
윤석렬이 직접 지휘하는 수사팀이 기레기들을 통해 정경심 교수와 김경록 PB가 노트북 가방으로 보이는 CCTV 스틸사진을 공개한 것도 구속의 필요성을 높이기 위한 사전작업의 일환이었다. 노트북이 담겼다고 보기에는 터무니없을 정도로 부풀어있던 문제의 가방은 정경심과 김경록의 주장이 충돌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KBS를 비롯해 윤석렬의 스피커를 자처했던 기레기들로 하여금 두 사람의 진술이 충돌난다는 보도와 뉴스를 쏟아내도록 만든 것도 이 때문이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했던 전문가들은 검찰의 공소장에 나오는 내용만 분석했지만, 행간에 숨어있는 것들을 찾아내는 것까지 놓쳐버렸다. 공소장만 보면 정경심과 김경록이 동양대에서 컴퓨터를 가져나오고, 조국의 집에 있었던 컴퓨터 하드 2개를 뜯어낸 행위를 증거인멸 시도라고 단정해 증거 은닉 교사 혐의를 씌웠지만, 노트북 존재 여부에 대한 논란이 빠진 것에 대해서는 일체의 언급도 없었다.
검찰발 의혹들 중 가장 강력한 것이 노트북 존재 여부인데, 그것을 놓쳤다는 것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 지난 2달간의 압수수색과 7번에 걸친 소환(사돈에 팔촌까지 뒤지고 소환한 것까지 포함하면 7백 번도 넘지 않을까?)에도 불구하고 공소장에 노트북 은닉을 적시하지 못한 것은 그 동안의 수사가 치밀하게 계산된 악의적인 여론몰이였으며, 집단극단화에 이른 확증편향된 결과였는지 말해주는 최고의 증거임에도 불구하고.
희대의 사기꾼 윤석렬(이에 대해서는 별도의 글로 다루겠다)과 그의 똘마니들이 공유하는 특성을 제대로 파악했다면 구속영장 청구 확률이 100%였다는 것을 예측할 수 있었다. 윤석렬의 검찰수사팀에게 가해지고 있는 문파와 그들의 주장에 동의하는 시민들의 압박(서초동집회에 참석한 시민 모두와 주최즉과 상관없이 여의도집회에 참여한 상당수 시민들)을 잠시라도 피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조국 대전의 주사위를 법원에 던지는 것밖에 없기 때문이다.
글이 또다시 길어져 이만 줄이겠지만, 김어준의 뉴스공장이 얼마나 많은 것들을 호도하고 왜곡하고 있는지 지속적으로 파헤칠 것이다. 그가 민주진보 진영에 상당한 도움을 주고 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고, 그의 스피커가 필요하다는 주장에도 동의하지만, 현실정치의 오락화)와 자가면죄부 발행의 영악한 방식은 아무리 비판해도 모자람이 없다.
P.S. 내일 서초동 대검찰청 앞에서 집회를 열겠다는 개국본의 긴급공지ㅡ명백한 항복선언 또는 자한당스러운 물타기ㅡ도 김어준과의 교감을 거쳤는지 알 수 없지만, 그가 뉴스공장 등을 통해 한 번이라도 홍보한다면 윤석렬과 김어준은 기본적으로 동류라는 사실을 말해준다. 뉴비씨의 권순욱과 시사타파TV의 개총수처럼 문파를 자처하는 자들이 문파의 확장성을 가로막고 있다. 그들이 사용하는 거친 언어와 정제되지 않은 돌출행동, 분열과 혐오의 선동은 문파의 확장성을 좀먹는 것을 넘어 문슬림이라는 최악의 프레임 씌우기가 가능하도록 만든다. 무슨 글을 쓰건, 어떤 말을 하건 '감정이 고조되면 이성이 마비'되기 때문에, 행동에 옮기기 전에 최소 두세 번은 말과 글의 파장에 대해 고민해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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