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의 새 이사장으로 이인호 서울대 명예교수(79·여·전 러시아 대사)가 사실상 확정됐다. 원로 역사학자인 이인호 교수는 뉴라이트 성향의 인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친일·독재 미화' 논란을 빚은 교학사 교과서를 옹호하고, 문창극 전 총리후보자의 교회 강연에 "감동받았다"는 등의 지지 발언을 해온 전력의 소유자로, 흔히 말하는 보수 꼴통에 해당하는 인물이다.
KBS 사장과 이사장이 ‘문창극 관련 보도’로 사실상 퇴출됐음에도 똑같은 문창극의 동영상을 보고 감동 받은 이 교수가 새 이사장으로 내정된 것이니, 박근혜 정부의 방송 장악은 더욱 강화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세월호 유족을 체제전복세력에 준하는 집단으로 만드는데 성공했으니, 이제는 KBS를 다시 접수하면 모든 것이 세월호 이전으로 돌아간다.
KBS 새노조 홈페이지에서 인용
박근혜 정부의 국민 엿 먹이기는 세월호 참사를 통해 극명해졌다면, KBS 새 이사장에 이인호 교수를 확정한 것은 선거가 없는 2년 동안 불통의 my way를 강행하겠다는 대국민선언이다. 최근에 들어 자신감을 되찾은 박근혜 대통령의 행보, 교황의 뜻을 한방에 뒤집어버린 염수정 추기경의 발언,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대한 KBS 심야토론, 유병언의 장례식이 치러진 다음 날에 잃어버린 그의 가방들이 발견된 것 등에서 세월호 출구전략을 매조지으려는 현 집권세력의 대반격이 시작됐음을 말해주고 있다.
조선일보에서 인용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을 원하는 국민들의 동조단식이 추석연휴 기간을 거치면서 동력을 잃도록 만들려는 사전 작업은 조선일보와 중앙일보의 여론조사(여당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한 조사결과가 나오도록 만들어진 설문을 이용해)에서 이미 닻을 올렸다. 현 집권세력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이 국민들의 대규모 동조단식이다. 이런 형태의 시민저항이란 유례를 찾을 수 없는 것이어서, 모든 언론과 방송들을 동원해 집중적인 물타기와 국민의 관심으로부터 철저한 외면이 필요하다.
KBS방송 화면 캡처
이념적 편향성이 지독한 이인호 교수가 KBS의 새 이사장이 되면 공영방송의 물타기와 외면이 본격적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거의 100%라고 보면 된다. 세월호 유족과 야당을 압박하는데 최고의 효과를 보여준 조선일보와 중앙일보의 여론조사에 비해, 대부분의 항목에서 정반대로 나온 KBS의 여론조사가 새 이사장이 임명되기 전에 발표된 것이 KBS의 구성원들이 박근혜 정부의 일방적인 행태에 제동을 걸기 위한 마지막 저항일 수도 있다.
JTBC 보도부문의 논조가 '뉴스9'을 빼면 급격히 약해지고 있는 현실에서 KBS가 세월호 이전으로 돌아간다면, 박근혜 임기 동안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은 물 건너갔다고 봐야 한다. 이제부터는 세월호 특별법 제정이 진흙탕싸움ㅡ새누리당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함ㅡ이 될 것이며, 폭력적인 방식으로 몰고갈 가능성도 높다. 새누리당과 조중동이 세월호 유족의 배후에 광우병 촛불시위를 주도했던 좌파시민단체가 있다고 주장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구글이미지에서 인용
이제 세월호 특별법 제정은 양비론을 거쳐, 정치의 영역이 아닌 가장 비열한 형태의 이념전쟁으로 변질될 것이며, 이인호 교수가 KBS의 새 이사장이 되면 그 속도는 빨라질 확률이 매우 높다. 기존의 조중동문에 3개의 종편, MBC와 YTN, 연합뉴스방송까지 세월호 유족을 정치 세력화된 불순분자나 체제전복자들로 몰아가는 것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KBS 새노조 홈페이지에서 인용
박근혜 대통령과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그 맨 앞에 서서 민생과 내수경제 부양 및 부동산가격 상승이란 욕망의 깃발을 드높이고 있을 것은 변하지 않는 현 집권세력의 레퍼토리다. 경제가 회복조짐을 보이고 있는데 세월호 참사 때문에 꺼져가고 있다는 레토릭(정치적 발언)도 단골메뉴로 등장할 것이며, 이를 확대재생산하는 최고의 방송이 KBS가 될 것이라는 예상은, 새 이사장으로 내정된 이인호 교수의 정치적 편향성과 '문창극 보도'에 대한 방통심의회의 KBS 중징계가 말해주고 있다.
이것 때문에 중징계를 받아야 할 곳은 KBS가 아닌 방통심의회다
공영방송의 기치를 드높였던 KBS 노조들의 투쟁동력도 세월호 참사가 일어났을 때와 비교해 상당히 약해진 상태이니, 세월호 유족과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원하는 국민게 남은 것은 '뉴스9'과 대규모 단식투쟁이다. 김영오씨와 문재인 의원의 단식이 왜곡되는 현실에서 뉴스타파 같은 독립언론과 진보매체들의 영향력이 이를 뒤집을 가능성은 별로 없기 때문에(아래는 KBS 노조의 성명).
박근혜 정권, KBS 장악 야욕 아직 못 버렸나?
청와대 낙하산 이사, 반대한다!!
박근혜 정권이 KBS를 장악하려는 야욕을 또다시 드러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9월 1일 오전 긴급 전체 회의를 열고 이길영 씨 후임 이사를 박근혜 대통령에게 추천한다. TV조선에 출연해 "문창극 강연은 감동적이었다"라고 적극 두둔했던 역사학자 이인호 서울대 명예교수가 내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제2의 문창극이 KBS에 들어오는 셈이다. 참으로 어처구니없고 분노를 금할 수 없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는 이인호 씨를 청와대가 개입해 기획한 낙하산 이사로 규정하고 절대 반대한다.
먼저 전광석화처럼 진행되는 이사 선임 절차 뒤에는 청와대의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한다는 의구심을 떨칠 수 없다. 임기를 1년여 남긴 시점에서 이길영 이사장의 석연찮은 전격 사퇴, 절차와 검증을 무시한 발빠른 방통위의 선임 일정, 청와대 입맛에 맞는 인물 내정까지 일련의 흐름은 KBS를 장악하겠다는 박근혜 정권의 기획 하에 퍼즐처럼 짜맞춰지고 있다.
밖에서는 방통심의위원회를 통해 문창극 보도 중징계로 정권 비판에 재갈을 물리고 안으로는 KBS 이사회에 청와대의 심복을 심어 서서히 KBS 목줄을 쥐겠다는 게 아니겠는가.
청와대가 낙점한 이인호 씨가 누구인가? 화려한 이력과 다양한 경력 뒤에 숨겨진 삐뚤어지고 편향된 역사관을 소유한 인물로 TV조선 회장이라면 몰라도 공영방송 KBS의 최고 의결 기구의 이사로는 부적합한 사람이다.
이인호 씨는 박근혜 정권 들어서면서 종편에 자주 출연해 식민지 근대화론에 기반한 뉴라이트 역사 인식을 설파하며 박근혜 정부를 적극 옹호해왔다. 세월호 참사 이후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에 대한 국민적 요구가 뜨거워지던 5월 9일 TV조선에 출연해 세월호의 책임을 박근혜 대통령에게 전가하는 분위기에 대해 "대통령이 바뀐다고 문제가 다 해결된다면 왜 못하겠는가. 정쟁의 모습일 뿐이다"라며 대통령 옹호 발언을 서슴지 않으며 "온 국민이 정신을 차리고 자기 자리에서 잘해야 한다"는 식의 훈장님 말씀을 쏟아냈다.
더욱이 KBS 특종 보도로 중토 사퇴한 문창극 강연과 관련해서는 더욱 강한 어조로 박근혜 정부를 거들었다. 역시 TV조선에 6월 19일 출연해 문창극 총리 후보자의 전체 강연은 '감동적'이었다며 반민족 운운하는 자는 제정신이 아니라는 막말도 서슴지 않았다. 공영방송 KBS가 방송 (강연) 전체를 보도해야 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각종 특종상을 휩쓴 KBS 문창극 보도에 대해 중징계를 하겠다는 뉴라이트 박효종 방송통신심의위원장과 별반 다르지 않은 상황 인식에 어이가 없을 뿐이다. KBS 구성원들과 정반대의 상황 인식과 역사관을 가진 자가 어떻게 KBS 이사가 될 수 있는가. KBS 이사회가 문창극 인사검증팀을 중징계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코미디가 연출될 수도 있다. '건국 대통령' 이승만을 칭송하고 식민지 지배를 정당화하는 보도와 프로그램이 또다시 KBS 전파를 타는 불행한 사태가 올 수도 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는 청와대와 박근혜 대통령에게 경고한다. 청와대 낙하산 이사 투하를 중단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현 사태를 박근혜 정권의 공영방송 장악 음모로 규정하고 정권에 맞서 싸울 것이다. 청와대와 박근혜 대통령은 KBS 이사회 장악을 통해 다가올 총선과 대선의 홍위병으로 쓰겠다는 야욕을 즉각 버려라.
이인호 씨는 절대 KBS 이사가 되어서는 안 될 인물이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청와대의 거수기 역할을 거부하고 공영방송 KBS를 위한 진지한 고민을 다시 하기 바란다. 정권의 꼭두각시에 충실했던 길환영 사장은 4800여 KBS 구성원들의 투쟁으로 결국 쫓겨났다. 청와대 낙하산 이사를 일방적으로 밀어붙여서 벌어질 이후의 사태에 모든 책임이 청와대와 박근혜 대통령에게 있음을 분명히 한다.
2014년 8월 30일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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