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은 삼촌팬에게는 여전히 넘사벽인 소녀시대(제시카까지 여전히 9명이었답니다)가 황홀한 자태로 꿈속에 왕림하시어, 매력적인 군무를 추며 살살 녹을 듯한 손짓(차마 의상을 설명할 수 없는 것 이해바라랍니다.. 흐흐흐)으로 ‘소원을 말해봐’ 하는데, ‘이건 꿈속에서 꾸는 꿈이야’ 하면서도 ‘run run run’ 해버린 소원은 되돌릴 수 없었습니다.
아, 완벽히 무장해제된 저는 가슴 깊은 곳에서 날을 세우며 분노로 단련시켰던 소원을 말해버리고 말았습니다. 다시는 꿈속에 왕림하지 않을 소녀시대에게 그만 ‘TV조선 폐방’이라는 올해의 소원을 말해버린 것입니다. 바로 그 뒤에 ‘어떻게 스킨십이라도 한 번만 하면 안 될까요?’라는 필생의 소원은 말해보지도 못한 채.
그래도 여기까지는 좋았습니다. 아니, 여기까지만 좋았습니다. 제 황당한 소원술회에 크게 당황한 소녀시대가 Gee Gee Gee 하면서 섹시한 게걸음으로 꿈속에서 퇴장하는데, 그 섹시한 속도를 따라갈 수 없었던 저는 TV조선의 폐발이 소원일 수밖에 없는 ‘달콤살벌한 이유'까지 말해버리고 말았던 것입니다.
나치의 광기어린 선동방송보다 더 악독하고, 동네 골목깡패보다 더 비열한 기레기 테러집단의 행동대장인 TV조선은 북조선김씨인민공화국과 상통하는 남조선수구공안정부를 대변하는 극우 전체주의 방송이기 때문에 존재하는 것 자체 악의 전파로 이어지기 때문에 폐방시켜야 합니다... 라고 말해버린 것입니다.
제 소원술회를 들어줄 수 없었던 소녀시대의 게걸음은 더욱 빨라졌고, 이윽고 run run run으로 바뀌어 ‘유주얼 서스펙트’에서 케빈 스페이스가 보여준 반전의 걸음처럼 순식간에 사라져버렸습니다, 다시는 돌아오질 않을 아득한 꿈밖으로. ‘이건 꿈이야! 꿈에서 깨어나면 안 돼! 그래야 테티서라도 돌아올 거야!’ 하면서 다시 잠들기를 바랐지만, TV조선의 빌어먹을 저주는 되돌릴 방법이 없었습니다.
저는 카라도 좋고, 에이 핑크나 걸스데이, AOA도 좋다고 다시 꿈꾸기를 바랐지만, 꿈속의 저는 여신 수지를 역겹게 모방한 마녀 정미홍이 ‘TV조선의 종북몰이 샤워나 하실래요’ 하면서 저주의 말들을 늘어놓는 것이었습니다. 꿈속의 저는 ‘이건 뭐야! 살려면 꿈에서 깨어나야 해!’를 외쳤지만 끝내 가위에 눌려서 힘겹게 눈을 뜨는데 성공했습니다.
헌데 이건 또 뭡니까? 폭식파티를 벌이는 백정 변희재가 눈을 희번덕거리며 웃고 있는 게 아닙니까? 저는 달콤해야 할 잠속에서도 극도의 공포를 동반하는 공황장애가 일어날 수도 있음을 비로소 알 수 있었습니다. 저는 그렇게 깨어날 수도, 계속 잠들어 있을 수도, 심지어는 다시 꿈꿀 수도 없는 상태로 어둠과 빛의 경계선에 갇혀 있다가, 완전히 탈진된 상태로 새해 첫 날의 늦은 아침을 맞았습니다.
우리의 소원은 통일임에는 분명하지만, 저로서는 그 전에 늙어빠진 삼촌팬의 뮤즈였던 소녀시대를 순식간에 몰아낸 극악무도한 방송인 TV조선의 폐방이 통일보다 우선하는 소원임이 분명해졌습니다. 제가 꿈속에서 소녀시대나 수지를 한 번이라도 더 보려면 TV조선의 폐방이 우선돼야 함을 깨닫게 됐습니다.
어, 그런데 이 사람들은 또 뭐야? 왜 저들이 내 방에 있는 거야? 저 자들은 구역질이 올라오는 ‘돌아온 저격수들’이잖아? 아, 그랬습니다. 저는 아직도 꿈에서 깨어나지 못한 것이었고, 자다가 눌린 리모콘 때문에 TV조선이 켜져 있었던 것입니다. 그렇게 저에게 주어진 새해 첫 날의 시작은 완벽한 악몽이었습니다.
TV조선의 폐방!!! 이보다 더 중차대한 소원이 어디에 있겠습니까? 특단의 조치가 정말로 필요한 곳은 청와대보다 TV조선이 먼저라는 사실을 새삼 확인하면서, 무간지옥을 왔다 갔다 한 저의 을미년 첫 번째 꿈속에서의 잠은 최악이었습니다.
부디 올해는 이 참혹한 악몽에서 벗어날 수 있는 편안한 잠을 잘 수 있기를, 저는 빌고 또 빌었습니다. 여전히 매력적인 소녀시대가 떠나간 황량한 자리에는 꿈의 잔재들이 죽음과 가장 닮은 형태의 잠으로 널부러져 있었습니다, TV조선이 악마의 주술들을 여전히 내뱉고 있음으로 해서.
사진 출처 : 구글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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