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년 전통의 제1야당 원내대표이자 비대위원장인 박영선 의원이 이상돈 교수를 비대위원장으로 영입하겠다며, 자신의 정치적 본질이 진보적 가치에 있는 것이 아니라 수구적 가치를 지향하는 새누리당에 있음을 고백했다. 이로써 김한길과 안철수에 이어 새누리당2중대 소속 제1야당 대표가 한 명 더 늘었다.
헌데 JTBC 뉴스9을 진행하는 손석희 앵커는 한 술 더 떠, 박영선 대표가 이상돈 교수의 비대위원장 영입에 대해 김한길과 문재인 의원과 의논했다는 얘기도 있다는 발언을 했는데, YTN의 보도에 따르면 손석희 앵커의 발언은 진실을 호도할 여지가 다분하다.
필자가 손석희 앵커가 지나가듯이 한 발언에 지나칠 정도로 신경을 쓰는 것은 크게 두 가지 이유 때문이다. 하나는 최근에 들어 JTBC 시사프로그램이 보여주는 분명한 변화에 있으며, 나머지는 JTBC 시사프로그램 진행자들이 보여주는 친노에 대한 폄훼와 비난의 일관성에 있다.
최근 JTBC 시사프로그램들은 종편으로의 회귀가 뚜렷했다. 이런 변화가 오너의 성향 때문인지, 아니면 방송심의회의 중징계 때문인지 알 수 없지만, JTBC의 시사프로그램들에서는 북한 관련 뉴스가 눈에 띠게 늘어났고, 한가하고 선정적인 보도들이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를 보여주고 있었다.
한마디로 말해 현 집권세력의 입맛에 맞는 종편스러운 내용들이 늘어났다. 오직 뉴스9만이 이런 추세에서 벗어나 있었는데, 문재인 의원을 끌어들여 박영선 대표와 김한길 전 대표와 한 데 묶는 듯한 손석희 앵커의 발언은 보수로 회귀하고 있는 JTBC 시사프로그램의 추세를 감안할 때 오해의 소지가 다분하다.
또한 JTBC 시사프로그램 진행자들이 친노 강경파ㅡ이들은 새정연 내 강경파와 친노를 동일시한다ㅡ에 대한 적의는 지나칠 정도로 강하다. 특히 친노 강경파를 이끌고 있는 문재인 의원에 대한 적의는 도를 넘어 편향적 인식마저 보여주고 있다.
이들의 주장에 따르면 19대 국회가 파행을 넘어 식물국회가 된 것과 세월호 특별법이 지금까지 제정되지 않은 것이 친노 강경파를 주도하고 있는 문재인 의원 때문이라는 뉘앙스를 거의 매일같이 드러냈다. 심지어는 문재인 의원의 단식을 기점으로 시민들의 동조단식이 폭발적으로 늘었음에도, 이를 최소화하는데 급급한 멘트들이 난무했다.
이런 상황에서 JTBC 보도부분 총괄사장인 손석희 앵커의 발언은 박영선 대표와 김한길 전 대표와 문재인 의원을 한통속으로 묶는 것이어서, YTN 등의 보도를 접하지 않은 시정자에게 잘못된 인식을 각인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결코 가볍지 않다 할 수 있다.
따라서 손석희 앵커는 뉴스9의 마지막 방송이 전파를 타는 내일, 박영선 대표와 김한길 전 대표를 문재인 의원과 하나로 묶는 듯한 자신의 발언에 대해 추가적인 설명이 있어야 한다. 뉴스9의 영향력이 손석희에게서 나오는 것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면, 그의 발언이 상당한 무게를 지니고 있음도 또한 사실이기 때문이다.
YTN 보도와는 상충되는 손 앵커의 발언은, 사회경제적 약자들이 존엄한 존재로서의 삶의 질을 유지할 수 있을 때만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할 수 있다는 노무현 대통령의 신념에 동의하는 문재인 의원에게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JTBC 시사프로그램들 진행자들의 편향적 발언까지 고려하면 누적된 영향이 뉴스9 시청자에게 가해질 수 있다.
무심코 던진 돌에 개구리는 죽음에 이를 수도 있듯이, 전후사정을 생략한 손석희 앵커의 발언은 불의한 현 집권세력에 맞서 힘겨운 싸움을 이어가고 있는 문재인 의원에게 치명적인 피해를 입힐 수도 있다. 그것이 아니더라도 발언 하나하나에 신경쓰는 것이 앵커의 기본적인 덕목이라면, 손석희에게 발언의 진위 여부에 대해 추가적인 설명을 요구하는 것은 시민된 자의 당연한 권리라 할 수 있다.
JTBC 메인뉴스의 앵커이자 보도부분 총괄사장인 손석희의 발언이 TV조선과 채널A, MBC와 MBN 메인뉴스의 엥커와 별반 다를 것이 없다면, 민주주의의 기본조건으로 모든 구성원에게 일정 수준 이상의 사회경제적 평등이 선행돼야 한다고 믿는 사람들이 뉴스9을 시청할 이유도 없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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