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정국이 길어지면서 현 집권세력을 맹목적으로 지지하는 사람들이 이곳저곳에서 튀어나와 짐승보다 못한 짓거리를 서슴지 않고 있습니다. 그들이 보여주는 말과 행태는 그들이 우리와 같은 인간인지, 생각하고 판단할 능력이 있는지 의심이 들 정도입니다.
도덕과 양심, 정의를 잃어버린 그들이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유족과 시민들을 비판하기 위해 내세우는 논리들은 너무나 조악해서 입에 올리기도 힘들 지경입니다. 특히 세월호 참사가 해상에서 일어난 교통사고와 같다고 하는 논리와 세월호 참사 때문에 경제가 악화됐다는 논리는 도대체 어떻게 해서 나올 수 있는 것인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흔히 교통사고라 함은 하루에도 수천에서 수만 건이 일어나는 일상적인 일을 말합니다. 택시나 버스를 타고 있어도 마찬가지입니다. 교통사고의 대부분은 주로 자신의 의지에 따라 운전하는 중에 발생합니다.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만들어진 각종 신호들과 약속, 법률에 나온 것들을 지키면 교통사고는 거의 일어나지 않습니다.
또한 교통사고가 일어나면 즉시 구조가 이루어집니다. 구조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주위에 있는 사람들도 피해자나 가해자를 구조할 수도 있습니다. 이는 수천 명이 타고 있는 지하철과 고속철에서도 똑같이 적용됩니다. 아무리 큰 교통사고가 일어났다고 해서 모든 방송이 생중계로 보여주지 않는 이유도 너무나 많은 교통사고들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교통사고가 일어났을 때 제 자리에 '가만히 있으라'고도 하지 않습니다. 승무원들이 승객들이 죽어가는 것을 방치한 채 자신만 살자고 도망가지도 않습니다. 수없이 많은 구조 장비들이 아무런 쓸모가 없지도 않고, 구조를 위해 전문가들이 몰려들었으면서도 그저 방치한 채 바라만 보지도 않습니다. 한 마디로 말해 지상과 지하에서 일어나는 교통사고는 인류 문명이 자초한 일상의 모순이지 세월호 참사와 비교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이에 비해 세월호 참사는 비행기사고보다 그 발생빈도가 적은 사고에 해당합니다. 필자의 기억 속에서 세월호 참사와 비교할 수 있는 선박사고는 서해 페리호 침몰사건 말고는 딱히 떠오르는 게 없을 정도입니다. 탈출기회가 충분히 있었음에도 승무원들이 승객들에게 제자리에 있으라고 한 채, 자신들만 탈출하는 경우도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모든 방송들이 생중계하는 중에도 아무런 구조 활동이 이루어지지 않는 것도 세월호 참사가 처음입니다. 심지어 스스로의 판단에 의해 탈출한 승객들을 구조한 주체가 해경이나 해군이 아닌 일반 선박인 경우도 처음이며, 그들의 구조 활동마저 제한한 것도 처음입니다. 온 나라가 발칵 뒤집혔는데도 7시간 동안이나 대통령에게 대면보고가 일어나지 않은 것도 처음입니다.
지금까지 대한민국에서 일어난 교통사고 때문에 국가 개조를 주문하는 일이 일어나고, 대통령이 해경을 해체하겠다고 선언한 것도 처음입니다. 대한민국이 세월호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고 모든 사람들이 이구동성으로 말하면서도 아무런 진상규명도 이루어지지 않은 것도 처음입니다. 대통령이 대국민담화를 발표하며 운 것도 처음이지만, 담화에서 약속한 것들이 하나도 지켜지지 않은 것도 처음입니다.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유족들이 목숨을 걸고 단식을 이어가고 있는데, 그 앞에서 폭식놀이를 하는 반인륜적인 행태가 자행되는 것도 처음입니다. 자식들의 죽음에 대해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유족들이 나라를 말아먹는 역적으로 변질되는 것도 처음입니다. 대통령과 경제부총리, 경제관료와 일부 언론들이 세월호 참사 때문에 경제가 나빠졌다고 주장하는 것도 처음입니다.
저는 세월호 참사 때문에 수출계약이 해지됐다는 얘기는 단 한 건도 들은 적이 없습니다. 세월호 참사의 파장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계량화한 조사도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무슨 근거로 세월호 참사 때문에 경제가 위기에 빠졌다는 것인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현재의 상황이 디플레이션의 초입이라고 했는데,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얼마 됐다고 디플레이션이 발생할 수 있는 것인지 어떤 경제학 이론을 적용해도 설명이 불가능합니다. 경제위기를 다룬 경제학 서적을 뒤져봐도 세월호 참사 같은 사고 때문에 세계 10권의 경제대국이 위기에 처할 수 있는지 그 이론적 근거들을 찾을 방법이 없었습니다.
대한민국의 경제가 그렇게도 허약했다면 IMF 환란이 일어났을 때 완전히 망했어야 합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의 말이 성립하려면 삼풍백화점과 성수대교가 무너졌을 때도 경제위기가 찾아왔어야 했습니다. 하물며 그때보다 경제규모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커진 상황을 감안하면 더욱더 말이 안 됩니다.
정말로 대한민국은 ‘보고도 판단하지 못하는 사람들의 나라’가 된 듯합니다.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로 이어지는 7년 동안 얼마나 많은 돈들이 풀어졌으며, 얼마나 많은 조치들이 취해졌는지 돌이켜보기만 해도 세월호 참사 때문에 경제가 위기에 처했다는 말은 나올 수 없습니다. 하물며 해상의 교통사고라는 말은 더욱더 나올 수 없는 말입니다.
대한민국은 도덕과 양심, 정의가 사라진 천민자본주의를 넘어 기본적인 것도 생각하지 못하고, 수없이 많은 증거들을 놓고도 아무런 판단도 이끌어내지 못하는 사람들이 판을 치는 나라가 됐습니다. 자식의 죽음 앞에서 진상규명이라도 해달라는 유족에게 나라를 말아먹는 대역죄를 갖다 붙이는 것이 가능한 나라가 경제규모 10위권의 대한민국인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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