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동안 사람 좋은 모습만 보여주던 문재인 의원이 새로 구성된 비대위에서 당을 개혁하고 정치를 혁신하지 못하면 당을 해체하는 것이 낫다는 발언을 했다. 문재인 의원이 상당히 휘발성이 높은 강경 발언을 통해 지리멸렬한 집단으로 몰락한 새정연을 살리기 위해 정치생명을 걸겠다는 것은 승부사적 기질을 보여준 것이라서 환영하는 바이다.
현재의 새정연은 회생하는 것이 먼저이지, 당권이고 뭐고는 그 다음 일이다. 지금의 시점에서 총선과 대선을 염두에 둔 정치행보는 자살행위나 다름없다. 국민이 그렇게까지 어리석지 않으며, 2년이면 어떤 일도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은 당을 살려낼 때지 그 이상을 보는 것은 과욕에 다름 아니다.
친노의 수장으로 알려진 문재인 의원이 주위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비대위원직을 수락한 것은 노무현을 떠올릴 만큼 결연함이 있어 희망적이다. 현 새정연의 최대 문제는 지도부가 특정한 사안을 풀어가는 과정에서 배후의 실력자들에게 추후 승인을 받아야 하는 비정상적인 의결구조 때문에 제대로 된 리더십이 나오지 못하는 것에 있다.
이런 과정에서 이해가 다른 것 계파들의 반대 때문에 어떤 일도 제대로 하지 못하게 된다. 지도부의 리더십은 흔들리게 되고, 이런 일이 반복되면 지도부의 독단도 반작용으로 커진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분열의 악순환이 시작되며, 당 내의 민주주의와 합의된 것을 따르는 민주적인 팔로우십도 작동할 수 없다.
절차적 민주주의는 배후의 실력자들에 추후 승인을 받는 형태로는 이루어질 수 없다. 조정과정은 결정을 내리기 전에 이루어지는 것이지 지도부의 결정을 사후에 추인 받는 것이 아니다. 이런 상태에서 지도부가 거대여당과 협상에 들어가면 그 결과란 당내의 반발에 직면하고, 성향과 이해와 환경이 다른 지지자들의 불만도 폭발한다.
표를 먹고 사는 의원들은 자신과 같은 불만을 표출한 지지자들의 의견을 내세워 지도부를 공격한다. 지도부도 많은 지지자들이 있어 이에 굴하지 않는다. 무엇보다도 정치생명에 위협이 되기 때문에 극단적 대응도 불사하지 않는다. 안철수․김한길 전 공동대표의 공천파동과 박영선 대표의 3일간에 걸친 철딱서니 없는 잠적이 바로 그것들이다.
조중동을 비롯한 보수화된 언론들이 이런 콩가루 행태를 가만히 나둘 리가 없다. 당 전체에 대해 맹폭이 가해지고, 계파들의 행태를 공격한다. 이럴 때마다 보수언론에 공격의 근거를 제공해주는 새정연 의원(조경태, 김영환, 정동영 등이 대표적)들이 비난의 근거라며 제도권 방송의 전파를 타고 전국의 TV와 인터넷, 스마트폰으로 살포된다.
여기까지 오면 새정연은 온 국민의 껌이 된다. 새누리당의 경우 김무성·김문수·이한구·이재오 등등으로 사분오열됐지만, 보수언론이 다루지 않기 때문에 새정연처럼 온 국민의 껌이 되지는 않는다. 오직 인터넷 상에서만 껌이 된다. 이런 불평등하고 부조리한 상황을 극복하려면 새정연 내부부터 확실하게 개혁돼야 한다. 그것도 공식적인 반론이 아니면 뒷말이 나오지 않도록 계파의 수장들이 합의를 이루어내야 한다.
이런 면에서 새정치민주연합 내 최대 계파의 수장으로 알려진 문재인 의원이 정치생명을 걸고 문희상 비대위원장을 도와 당에서 사라진 정치적 리더십과 이에 수긍하고 따라갈 수 있는 의원들의 민주적 팔로우십을 창출할 수 있다면, 정체성마저 사라진 새정연의 위기가 전화위복의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정체성을 확고히 해야 새정연의 무엇이 시대와 맞지 않는지 찾을 수 있고, 어떻게 혁신해야 할지 방법을 찾을 수 있다. 그렇게 당내의 통합을 깨뜨리는 계판 간 분열을 민주적 절차 내에서 실질적 합의에 이를 때만이 현 집권세력과의 일전에 나설 수 있다. 상식과 보편적 합리성의 수준에서 볼 때,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법안이라면, 세월호 특별법과 분리해 처리하는 것도 주저해서는 안 된다.
그에 대한 국민적 심판은 선거를 통해 받으면 된다. 현재의 상황에서 최선을 찾고, 그것이 안 되면 차선을 찾는 것이 현실정치의 핵심이다. 필자는 그것이 세월호 유족에게도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판단한다. 대통령과 새누리당도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채 야당과의 협의에 나설 명분이 줄어든다. 세월호 피로감을 증폭시키는 보수언론의 편향적 보도는 줄지 않겠지만, 그 정당성은 형편없이 줄어든다.
문재인 의원의 분명한 발언은 문희상 비대위원장이 첫 번째 작품치고는 상당히 좋은 출발이다. 문재인 의원이 계파 수장간의 치열한 토론에서 정치력을 발휘하지 못한다면 더 이상의 미래란 없다. 지금은 미련할 정도로 우직하게 정면돌파를 해야 할 시점이며, 정치적 리더십과 민주적 팔로우십이 조화를 이루지 않는 한, 현 집권세력에 맞서 정권을 탈환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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