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다른 프로는 보지 않아도, JTBC의 ‘보고합니다, 5시 정치부회의’는 꼭 챙겨보는 애청자다. 새정연의 계파문제를 비판하면서, 새정연의 정체성이 중도보수에 있다는 듯이 친노와 문재인 의원ㅡ결국은 노무현 대통령과 참여정부에 대한ㅡ에 대해 부정적인 발언을 쏟아내기 때문이다. 매일 '정치부회의'를 매일 지켜보는 덕분에, JTBC가 종편의 일원임을 상기시켜 주어서 고맙기는 하다.
이들은 대한민국 정치를 대표하는 청와대, 국회, 여당, 야당을 담당하는 기자(반장으로 불린다)가 그날의 의제들를 설정해서 이에 대해 토론하고, 한두 개로 압축해 '8시 뉴스룸'의 데스크로 올린다. 이중에서 몇 개가 오늘의 뉴스로 선정돼 정치 부문 뉴스로 방송전파를 탄다, JTBC에서 종편의 느낌을 희석시키는 손석희 앵커의 활약을 전면에 부각시킨 채.
최근에 들어서는 초심을 잃어버린 중앙일보화가 되돌릴 수 없을 정도로 심화됐다. 안철수가 이희호 여사를 예방한 후 지지를 받아냈다는 보도를 한 것이 중앙일보였고, JTBC 보도부문 전체(뉴스룸도 당연히 포함된다)가 안철수를 밀어주는 것을 연결해 보면 이런 사실을 눈치챌 수 있다. 지독할 정도로 여론조사를 인용하는 것과 그것에 의존하는 보도는 면피의 구멍을 만들어두는 것에 불과하다.
오늘의 야당 부문의 주제는 '새정연의 비대위 신경전'과 '모바일 투표의 정당성 문제와 특정 주자에 대한 유불리'를 따지는 내용이 주를 이루었다. 이들의 결론은 ‘모바일 투표’가 표심을 왜곡하고 친노주자인 문재인에게 유리하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새누리당의 방식이 새정연보다 공정하다고 한다. 이에 대한 검증에 들어갈 수 있는 객관적인 증거를 제시하지 않는 것은 시간이 부족해서일까, 원래 종편이어서 그럴까?
이들의 발언은 새누리당이 극소수의 피해를 막기 위해 전체를 희생시키는 종부세 무력화나, 서민증세는 맞는데 본격적인 서민증세는 아니라는 궤변을 늘어놓고 있는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스럽기가 종편의 뿌리를 떠올리게 만든다. 김현 의원의 기습적인 경찰 출석(이는 잘못됐다)이 '국회의원의 갑질'임을 얘기하며, 김 의원이 친노 강경파라는 말을 잊지 않고 덧붙이는 일관성은 비주류로부터 높이 평가할 만하다.
‘보고합니다’는 이런 결론에 이르기 위해 뒤통수의 달인인 조경태과 김영환의 발언들을 이틀 연속 내보낸 후, 막후정치의 달인인 박지원의 문희상 비대위원장 견제발언을 곧바로 배치해 ‘모바일 투표’의 문제점을 부각시키셨다. 시청자의 인식에 영향을 미치는 이런 식의 편집은 대중매체의 여론조작에 대한 비판서에 단골처럼 나오는 것으로, 그만큼 현실 왜곡의 폐해가 크기 때문이다.
이들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모바일 투표’로 당심이 모바일 표심에 의해 뒤바뀐 것과, 해당 주체와 성격이 다른 통진당의 부정투표를 연계시켜, 이번 비대위 구성이 친노 강경파를 대표하는 문재인 의원을 밀어주기 위한 것이라는 뉘앙스를 강하게 표출했다. 이어서 대통령과 새누리당을 향한 문재인의 강경발언을 보여준 후, 문 의원이 막후에 벌어진 기자들의 질문에서는 속내를 들어냈다고 덧붙인다.
이런 편집과 발언들은 문재인 의원이 공개석상과 비공개석상에서의 발언과 행태가 이중적인 정치인이라는 이미지를 강화시킨다. 하긴 이상돈 교수의 비대위원장 영입과 관련해 문재인 의원이 보여주었던 갈지자 행보는 이런 보도를 가능하게 만들어준 것이었으니, '보고합니다'의 일관성 있는 편집과 반친노적 발언들의 원죄는 문재인에게 있는지도 모르겠다.
친노 강경파와 문재인에 대한 이들의 경사진 접근은 새정연 내의 의견대립을 계파갈등으로 몰아가면서도, 새누리당의 분열상은 대선잠룡이나 예비주자의 정치적 활동으로 포장하는 것에서 화룡점정에 이른다. 계파 중심의 정치나 인물 중심의 정치나 똑같은 분열이며, 정당이 가치의 연합임을 생각하면 인물 중심이 더욱 반정당적이다. 한 때 대한민국 최고 유행어였던 '3김 청산'을 떠올려 보라.
‘보고합니다, 5시 정치부회의’에 대한 필자의 감시는 프로가 폐지되거나, 편향성이 사라질 때까지 계속될 것이다. 필자는 원하는 것은 문재인 의원이 이중적 행태를 통해 당을 망쳐놓았고, 친노 강경파가 계파정치를 자행해 새정연을 망치고 있다는 증거가 있으면 제시해달라는 것이다. 필자처럼 문재인에게 희망을 두고 있는 시청자가 문 의원의 실체를 확인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는, 그런 것들 말이다.
이명박처럼 ‘내가 해봐서 아는데’와 똑같은 방식으로, ‘내가 취재해봐서 아는데’라는 식으로 시작하는 반장들의 발언은 시청자의 인식을 일정 방향으로 이끌고 가는데, 이는 방송이 사실을 왜곡하는 전형적 방식이다. 경험의 양을 앞세운 이들의 발언은 취재의 신뢰성을 시청자가 무조건 인정하고 들어갈 때 사실 왜곡이 최고에 이른다.
손석희를 중심으로 한 JTBC 보도부문의 노력은 칭찬을 아끼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을 만큼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음은 분명하지만, JTBC가 종편의 일원임에는 변함이 없다. 종편일수록 정치 관련 시사 프로그램이 많은 만큼 그에 따른 책임의 크기도 증가함을 잊어서는 안 된다. JTBC 보도부문이 지상파에 버금가는 영향력을 지니려면 세월호 참사에 대한 보도처럼 국민을 감동시킬 수 있어야 한다.
무엇보다도 확인 불가능한 것들을 내세운 발언은 모호한 발언처럼 권위를 이용한 것이어서 사실을 전달하는 것을 넘어 진실을 왜곡하는 가치 판단의 혼란을 초래할 우려가 다분하다. 메시지와 말을 통해 시청자의 인식에 왜곡과 편향을 불러오는 것은, 새누리당 전용방송이자 북한전문방송인 TV조선의 북한식 보도와 채널A의 선정적이고 편향적인 보도보다 조용히 이루어질 때 더욱 위험하고 치명적인 법이다.
사진 출처 : 구글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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