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돌아가고 있다.

지난 1000일의 슬픔과 연민을

어제 입은 속옷처럼 벗어두고 돌아가고 있다.

그들은 안다, 다시 살아가기 위해서는

지난 1000일의 투쟁과 저항, 외침과 절규가

싸구려 동정이나 집단적 분노의 단편이 아니었음을

스스로에게 증명해야 한다는 사실을.

충분히 싸웠고, 분명히 전달했음을 

능숙하지 못한 언어로 스스로를 설득하고 

위로해야 한다는 사실을.

지난 1000일의 짧았다면, 누구도 비겁하지 않았음을 

지난 1000일의 길었다면, 누구도 용감하지 않았음을

나 또한 그들 속에 있었으며

그들 또한 나와 함께 했다고 

잃어버린 언어로 스스로에게 설득해야 한다. 





그날에 그들은

분명히 나처럼, 전해지지 않은 두 개의 유언을 들었다.

말했으나, 바다보다 차가운 두려움과 공포 속에 갇혀 버린

두 개의 유언을 피맺힌 절규처럼 들었다.

(우리처럼) 가만히 있지 말라고

(당신과 같았을 우리를) 잊지 말아 달라고. 



지는 해는, 분명히 나처럼 

떠나는 그들의 등 뒤로 

지난 1000일의 슬픔과 연민, 분노를 길게 드리우고 

그날의 유언처럼 일상의 심연으로 가라앉고 있다.

어쩌면 나는, 떠나는 그들처럼 

하루에 하루치씩

그렇게 1000일을 가라앉았는지도 모른다.  



어쩌면 나는 

떠나는 그들과는 달리

(우리처럼) 가만히 있지 말라는 295개의 유언은 들었지만

제대로 전하지 못했고 

(당신과 같았을 우리를) 잊지 말아 달라는 

9개의 유언도 들었지만

영원히 전달하지 못할 지도 모른다.

어쩌면 나는 

그들처럼 떠날 곳이 없는 나는 

한 치의 자유도 없는 차가운 공간 속에 갇혀     

전달하지 못한 9개의 유언을 

영원히 떠들어야 할지도 모른다. 



누가 죽었고

누가 살아있는가, 이 망각의 대지 위에

저 차가운 심연의 바다 속에. 

분명히 나는, 떠나는 그들처럼

304개의 유언을 들었고

아직도 9개의 유언을 전달하지도 못했다.   




 

                                                         




                                                                                                                                 사진 출처 : 구글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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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달빛천사7 2014.10.17 08:39 신고

    직접작성한 글이세요 좋은하루되세요

    • 늙은도령 2014.10.17 08:53 신고

      답답해서 시로 표현해 봤습니다.
      세월호 참사는 이 나라를 바꿀 수 있는 역사적 사건이었습니다.
      엄청난 비극이지만,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 수 있는 슬픈 에너지였습니다.
      직접민주주의가 대의민주주의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혁명적인 결과를 도출할 수 있었는데.....
      결국 기득권의 높은 벽을 넘지 못했습니다.

  2. 참교육 2014.10.17 09:08 신고

    세월호... 우리는 세월호 참사 후 납덩이를 하나씩 안고 삽니다.
    그 차디찬 바다물이 차 오를 때 공포와 싸웠을 아이들을 생각하면... 인간이 할 수 없는 가장 잔인한 범죄입니다.
    유가족이 합의해주지 않아야 하는데... 결국은 진실은 밝혀지지 않을 것입니다. 세춸호 참사 속에 새누리의 생존권이 달려 있기 때문이지요.

    • 늙은도령 2014.10.17 09:30 신고

      저는 최근에 한나 아렌트와 토크빌의 혁명 관련 저작들과 미국 건국의 아버지들의 사상과 말이 담겨 있는 연방주의자의 페이퍼를 다시 봤습니다.
      세월호 참사를 풀어낼 글을 쓸 생각으로요.
      이렇게 보낼 수 없는 것이 세월호여서 뭔가 시대적 의미를 밝히고 후속작업을 하려면 무언가는 해야 할 것 같아서요.
      저도 가슴 속에 바위 하나가 들어있습니다.

  3. 공수래공수거 2014.10.17 10:02 신고

    숙연한 좋은 시입니다

    이제 세월호 이야기는 그만 하자는 주위 사람이 있어
    우울하고 답답합니다

    • 늙은도령 2014.10.17 23:18 신고

      대체 무엇이 밝혀졌기에 그만해야 할까요?
      자신의 자식이 죽었다면 그럴까요?
      참으로 잔인한 세상입니다.

  4. 바람 언덕 2014.10.17 11:11 신고

    세월호...
    우리사회의 비정상성을 가장 극명하게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
    이 사건 하나로 우리나라의 민낯이 다 드러났다고 봅니다...
    치부까지 말입니다...
    죽어서 어찌 그 아이들을 볼지...

    • 늙은도령 2014.10.17 23:19 신고

      그러게 말입니다.
      죽어서 아이들을 어찌 볼지....
      그저 당장의 삶에 허덕되는 사람들의 나라.....

  5. 봄빛 2014.10.17 11:52 신고

    레퀴엠을 눈으로 들었습니다. 우리민족의 냄비근성을 얘기할때 알랑한 자존감에 버럭 했지만 당할만치 당했어도 정신 못차리는 국민들과 함께 숨쉬고 있다는것이 부끄러워 미치겠습니다. 코리안이란 도매금...

    • 늙은도령 2014.10.17 23:20 신고

      격정적인 우리 민족....
      그것이 단점으로 작용하기 시작하면 답이 없습니다.
      특히 개인적 이익에 매몰되면 격정적인 것은 극도의 투쟁과 증오가 됩니다.

  6. 소피스트 지니 2014.10.17 13:04 신고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7. Chris (크리스) 2014.10.18 08:09 신고

    시작도 안했는데 벌써 그만하자고 하는 사람들이 있어서 마음이 무겁고 답답합니다.
    오늘은 또 말도 안되는 사고가 있었더군요.
    이런 안전불감증은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겠네요.

    • 늙은도령 2014.10.19 00:08 신고

      그래요, 시작도 안 했는데 벌써 끝낸다고 하니....
      이 나라는 앞만 볼 줄 알고, 빨리 달리며 남을 등처먹는 것을 발전이라 합니다.
      그런 나라에서 제대로 된 안전이란 없습니다.
      국민만 죽어나가는 것입니다.

  8. 새 날 2014.10.18 10:30 신고

    이런 와중에 또 대형참사가 벌어졌으니, 참 할 말이 없습니다 ㅠㅠ

    • 늙은도령 2014.10.19 00:09 신고

      이런 형편없는 나라가 없습니다.
      나라를 이 지경으로 만든 자들부터 처벌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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