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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참사

검찰 산케이 지국장 기소, 후폭풍 어떻게 감당하려고?



검찰이 세월호 참사 당일, 7시간 동안 자신의 전 보좌관이었던 정윤회 씨를 만났다는 소문을 보도한 가토 다쓰야 산케이 서울지국장을 불구속 기소했다. 명예훼손은 피해당사자가 법적 처벌을 원하지 않으면 기소되지 않기 때문에 산케이 지국장에 대한 검찰의 불구속 기소는 박근혜 대통령의 재가를 받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대통령에 대한 명예훼손을 이유로 외국 언론을 기소하는 것은 민주주의 국가에서 전례를 찾기 힘든 일이어서 심대한 후폭풍이 예상된다. 이것을 모를 리 없는 대통령과 검찰이 기소를 강행한 것은 국내 언론과 국민을 상대로 한 경고의 의미가 강한 것이 아니냐는 일각의 우려는 결코 과장된 것이 아니다. 연일 계속되고 있는 대규모 사이버 망명은 하나의 반작용에 불과하다.



더구나 산케이의 서울지국의 보도는 국내 최대신문사인 조선일보의 보도와 인터넷에 떠도는 풍문을 근거로 했기 때문에, 이런 우려는 지나친 것이 아니다. 대통령의 작심발언과 국정원의 카카오톡 사찰 및 검찰의 카카오톡 대화내용 검열까지, 일련의 과정은 언론과 개인의 자유를 위축시키는 것이어서 상당한 후폭풍을 피할 수 없다.





이번 검찰의 기소에 대해, 일본 정부와 언론들의 강도 높은 비판을 내놓고, 미 국무부(사키 대변인을 통해)와 국경없는기자회와 국제언론단체들이 반대성명들을 내놓고 있는 것까지, 국내외를 막론하고 검찰의 기소에 대한 국제적 반발이 커지고 있다. 언론의 자유와 민주주의는 떼놓을 수 없는 것이어서, 검찰의 기소는 국가의 위상과 국익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향후 재판일자가 잡히고 법정 다툼이 시작되면, 그 불똥이 어디로 튈지 알 수 없다는 점에서 이번 기소는 상당한 후폭풍을 양산할 수밖에 없다. 산케이 서울지국의 보도가 대통령의 사생활(?)에 대한 ‘악의’에 찬 보도여서 '정상참작의 여지가 없다'고 할지라도, 국가원수에 대한 명예훼손을 이유로 외국 언론을 기소한 것은 득보다 실이 훨씬 크다.  





결국 이 모든 것을 고려하면, 박근혜 대통령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무엇이라도 하겠다는 선언과 같아서 외국 언론보다 국내 언론과 박근혜 정부에 비판적인 논객과 국민에게 미치는 영향이 더욱 클 것으로 보인다. 외국 언론도 명예훼손을 들어 기소하는 판에 국내 언론과 국민을 기소하는 것이야 어려울 것지 없을 테니. 



이번 기소에 대한 국제적 반발이 커지고, 대규모 사이버 망명이 계속된다면 박근혜 대통령의 명예는 지켜질지 모르겠지만, 그 대가로 대한민국이 잃어버릴 것들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6차례나 출국을 불허하면서까지 불구속 기소를 강행하는 방식이 아니더라도 산케이 보도에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이 많았다는 것을 고려하면 더욱더 그러하다. 



국정원의 댓글사건을 무사히 넘긴 박근혜 대통령과 정치검찰의 악수가 도를 넘었다. 청와대와 검찰이 지켜야 할 것이 대통령의 명예가 아니라 국민과 국가의 명예와 이익임을 잊었다면, 그 피해는 이번 정권이 아닌 다음 정권과 이 땅에서 계속해서 살아야 할 국민들이 감당해야 한다. 





개인의 사생활 보호와 언론의 자유는 자유주의적 가치였다가 민주주의의 보편적 가치로 확대된 인류의 살아있는 역사다. 다시 말하면 보수들이 더욱 강조한 가치다. 헌데 조중동과 한나라당이 노무현 대통령을 공격하고 비하했던 기사들과 발언들을 검색해보면 이 땅의 보수정부와 검찰의 기소가 얼마나 황당한 것인지 알 수 있다. 



국가원수모독죄가 39년 6개월만에 부활하더니, 이번에는 외국 언론ㅡ그것이 기레기 언론의 전형이라고 해도ㅡ을 국가원수에 대한 명예훼손으로 기소했으니 대한민국의 정체성이 헷갈릴 판이다. 산케이 지국장을 기소했기에 위안부 할머니를 대한 사죄와 배상을 받는 것도 더욱 멀어졌다. 갑자기 떨어진 기온처럼 박근혜 정부 하의 하루하루가 스산하기 그지없다.

                                                                                                       

                                                                                                  사진 출처 : 구글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