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고라를 이용하는 논객이자 독자로서 아고라의 변화는 필자에게 상당히 중요합니다. 미네르바 등이 활동하던 시절의 아고라는 여론을 주도할 만큼 영향력이 있었지만, 최근에는 그렇지 않은 것 같습니다. 하루 방문객의 숫자는 알 수 없지만 PC를 사용하는 충성고객 수는 많이 줄어든 것으로 보입니다.
필자가 이런 판단을 하는 것은 ‘오늘의 아고라’의 변화 때문입니다. 아고라에 대한 이명박근혜 정부 7년 동안의 압박을 거쳐 카카오톡 검열 사건을 정점으로 ‘오늘의 아고라’가 연성화된 것은 어쩔 수 없는 선택입니다. 기업으로서 민주주의의 투사를 자처할 수 없는 노릇이고, 이용자의 기호에 맞춰야 하니 이것에 대해 불평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일 것입니다.
하지만 ‘오늘의 아고라’가 연성화되면서 인기 있는 논객의 글들은 10만을 넘기는 경우가 많아졌고, 5만을 넘는 경우는 다반사로 일어나고 있습니다. 매출의 거의 대부분이 광고인 아고라로서는 좋은 일임에 틀림없지만, 조회수에 비해 추천수가 너무나 적어진 것은 분명합니다.
예전에는 조회수 대비 추천수가 10분의 1 정도를 보여주었는데, 최근에는 50~100분의 1 정도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런 변화는 많은 분들이 글을 읽고도 공감하는 정도가 많이 떨어졌음을 의미하는데, ‘오늘의 아고라’의 연성화가 불러온 변화가 아고라의 영향력이 예전만 하지 못하다는 것을 입증합니다.
저는 이런 현상을 어떻게 일어났는지 처음에는 감을 잡지 못했습니다. 조회수 대비 추천 비율이 높은 글들을 모아 분석해야 어느 정도 답이 나오겠지만, 아마도 아고라 이용자들의 접속이 모바일기기를 사용하는 빈도가 높아진 것에서 답을 찾아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테스크탑 PC를 통해 아고라에 접근했던 이용자의 급감은 모바일 환경이 좋아짐에 따라 대체됨을 넘어섰지만, 그만큼 추천수가 떨어지는 것에서 보듯 논객의 글이 메시지화하는 경향도 예상됩니다. 글의 길이가 짧아지는 것은 SNS의 이용이 늘어나는 것처럼, 일종의 메시지화되는 글들을 말해줍니다.
미디어 세대들에게 언어가 갖는 의미가 갈수록 줄어드는 것을 감안하면 모바일기기로의 접근이 늘어날수록 추천수가 급감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변화입니다. 모바일기기를 통해 접하게 되는 ‘오늘의 아고라’도 이런 변화에 따라갈 수박에 없을 것이고 저처럼 글을 길게 쓰는 사람의 추천수는 더욱 떨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아날로그 세대의 막내이자 디지털 세대의 첫째로 이제야 사이버 세상의 가능성에 눈을 떴는데, 저 또한 이런 변화의 추세에 맞춰 변해야 하는지, 추천수 급감이 자연스러운 변화라 해도 사이버 유목민 생활에 익숙하지 않은 늙은도령으로서의 필자는 조금씩 퇴출을 대비해 이별 연습을 준비해야 할 듯합니다.
정권이 바뀐다 한들 아고라의 변화는 정보통신기술의 발달과 궤를 같이하기 때문에 스포츠와 영화광이었던 테돌이(텔레비전을 끼고 사는) 시절의 저로 돌아가 '토토가' 같은 멋진 기회과 '미생' 같은 드라마나 즐기면서 8년 동안 의도적으로 멀리했던 소설이나 시집을 뒤적여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틈이 나면 메시지화한 형태의 글을 배워가면서ㅡ죽기 전에 될지는 모르겠지만ㅡ그렇게 가볍고 짧게 오늘의 이슈를 다루고 동시에 지나치게 과부화된 삶의 무게를 한 움큼씩 비워가면서. 유목과 방목의 사이, 느림과 빠름의 어중간한 지점에서 방향을 잃어버린 채.
사진 출처 : 구글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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