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일국 매니저 문제는 사실과 거짓을 가리는 문제가 아닙니다. 더더욱 사실이 사유와 성찰의 문을 통과해야 이를 수 있는 진실에 관한 문제도 아닙니다. 송일국의 매니저(=김을동의 인턴) 문제는 누구나 상대적인 갑의 위치에 서면 자신의 편리함과 이익만 추구하는 인식의 왜곡과 권력의 사유화에 관한 문제입니다.
이번에 논란을 일으킨 최초의 글이 사실 확인이 부족했고 법적으로 여러 가지 오류를 지닌 것은 확실합니다. 현직 판사인 송일국 부인이 지인들과 공유하는 SNS를 통해 법적 오류를 지적한 것은 당연한 권리이지만, 상대를 깔보는 것을 전제로한 비난은 정보와 법률 지식의 우위에서 나온 지적 갑질이며, 사실관계를 밝히는 해명으로서도 일방적 시각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권위적 갑질입니다.
여당의 최고의원인 김을동 의원이 공적 업무를 위해 뽑은 인턴을 아들의 사적 업무를 위해 공유한다는 것은 양쪽에서 인건비를 지불했다고 해도 권력의 사유화로부터 자유롭지 못합니다. 공적 업무를 위해 뽑은 인턴이면 그 일에만 써야지, 남편의 불편함을 덜어주기 위해 공사를 구별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은 아닙니다.
인턴의 비는 시간을 활용하는 것은 송일국의 부인이자 김을동의 며느리로서 판단할 문제가 아닙니다. 법적으로 볼 때도 인턴이 제공하는 동일 시간의 업무가 어떨 때는 공적인 업무가 되고, 어쩔 때는 사적인 업무가 돼 양쪽에서 시급을 받을 수 있다면 모든 인턴은 동일 시간대를 활용한 겸직이 가능해야 합니다.
정승연 판사의 인식 왜곡은 “알바생에 불과했으니 4대보험따위 물론 내주지 않았다”에서 엘리트 특유의 갑질로 귀결됩니다. 인턴을 알바생에 불과하다고 한 것, 비정규직은 물론 정규직에게도 너무나 절실한 4대보험ㅡ자본주의의 폐해를 줄이기 위한 인류 공통의 노력ㅡ을 ‘따위’라 한 것은 인식의 왜곡과 엘리트의 갑질이 동전의 양면이라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정 판사가 SNS 글에서 보인 논리적 비약대로 한다면, 이 땅의 판사들은 4대보험을 ‘따위(사람이나 사물 등을 비하하거나 얕잡아 나타내는 말)’로 보는 모양입니다. 공적 업무를 위해 뽑은 인턴이 사적 업무에 쓸 수 있는 알바생으로 정의하고, 하위 99%의 삶을 지켜주는 4대보험을 ‘따위’로 폄하하고, 그것마저 ‘내주지 않았다’는 한 것은 판사로서도 자질이 부족함을 드러냅니다.
대한민국의 현대사가 박정희 독재시대에 구축된 정경권언 유착이 공고해진 역사이자 불평등 성장과 차별의 역사라고 한다면, 반인륜적이고 비민주적인 갑질은 모든 영역에서 이루어지는 관행이 된 듯합니다. 압축성장의 폐해는 권위의 원천을 돈과 권력으로 바꿔놓았습니다.
우리의 조상들은 ‘인간이 곧 하늘(인내천)’이라며 사람의 먼저임을 분명히 했는데, 해방 이후의 대한민국은 ‘인간이 곧 노예(인내노)’라며 돈과 권력이 우선임을 분명히 했습니다. 송일국 부인의 지인들이 이 땅의 슈퍼클래스나 파워엘리트인지 모르겠지만, 정승연 판사가 보여준 교만함에는 그들 사이의 SNS 글들이 어떠했을지 상상이 갑니다.
정승연 판사의 SNS 글은 교만한 엘리트를 넘어 소위 ‘알바생’이나 ‘인턴’에 대한 모욕적 언사와 인식의 천박함에서 비판을 피할 수 없습니다. 정 판사가 지인들에게 보낸 사적인 글이기에 더욱더 문제가 큽니다. 슈퍼엘리트인 조현아 자매가 보여준 이중적 행태를 떠올리면, 정 판사도 그 부류에서 멀지 않음을 말해줍니다.
사실 관계의 오류를 잡는 것과 억울한 감정을 토로하는 것이 특정 업무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비하하는 것으로 연결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법적으로 문제 없다고 모든 것이 허용되는 것도 아닙니다. 송일국이 개인비용을 임시 메니저에게 지불한 것만 빼면, 사용자의 이익과 편리함만을 위해 무작정 열정페이만 강조하는 이 땅의 그릇된 관행이 정 판사의 SNS 글에도 담겨 있습니다.
'말 한 마디로 천냥 빚을 갚는다' 했으며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고 했는데, 이 땅의 1%들에게는 그 따위 허접한 격언들이란 신분 차별을 흐리기 때문에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인가 봅니다. 알바생까지 포함한 비정규·파견직이 천만 명에 근접하는 현실에서 엘리트주의의 부활은 사회경제적 차별의 공고화로 이어집니다.
사랑스런 삼둥이 세대의 대부분이 인턴이나 알바생을 할 수 있음이 신자유주의적 현실이라면, 엄마로서도 정 판사의 SNS 글은 비판받아 마땅합니다. 2009년에 해명된 오보를 다시 들춰낸 자들의 의도에 동의할 수 없지만, 송일국의 미덕인 겸손함과 비교되는 정 판사의 SNS 글은 인식의 천박함에서 나오는 엘리트 특유의 갑질이 고스란히 담겨 있어 씁쓸하기만 합니다.
P.S. 글의 시작에 쓸까, 아니면 글의 마지막에 쓸까 고민하다가 덧붙이는 말로 씁니다. 이번 글은 너무나 귀엽고 사랑스러운 재롱을 보여주는 삼둥이와 좋은 아빠로서의 송일국과 관련이 없으며, 필자가 그들의 변함없는 팬이며. 오직 언론에 보도된 정승연 판사의 SNS(페이스북) 글을 가지고만 썼을 밝히며, 그것도 최소한의 지적만 했을 밝힙니다.
사진 출처 : 구글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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